동시집

칠판 볶음밥

이장근  동시집  ,  손지희  그림
출간일: 2015.12.01.
정가: 10,800원
분야: 어린이, 문학

웃음의 힘으로 아이들의 일상을 활기차게!

 

 

활기찬 목소리로 가득한 이장근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아이들의 모습에서 포착한 시적인 순간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생기 넘치는 유머가 유쾌한 해방감을 선사하며 아이들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아이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두루 살피는 눈길이 믿음직스럽다. 친구, 가족, 이웃에 이르기까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의 울림이 크고 깊다.

 

 

 

 

 

 

 

오래 보면 마침내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

 

 

 

 

 

『칠판 볶음밥』은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한 동시집이다. 이장근 시인은 귀 기울여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가까이에서 관찰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동시를 길어 올린다. 시인은 아이들의 말법을 사용해서 아이들에게 친근한 일상을 이야기한다. 시인은 머리가 나쁘다고 놀림받는 아이를 지켜보면서(「이만하면 괜찮지 않아?), 책상에 낙서를 하는 아이를 바라보면서(「아니다 놀이」) 시적인 순간을 포착한다. 교사인 시인은 아이들이 선생님보다 똥파리에게 집중하는 교실 풍경도 흔쾌히 한 편의 동시로 그려 낸다.

 

 

 

 

 

 

 

 

집중! / 선생님이 / 교탁을 탁탁 쳐도 // 눈동자는 / 교실을 날아다니는 / 똥파리에게 / 집중! // 누구 머리에 앉을까 / 누구 머리가 똥일까 // 레이다처럼 / 눈동자를 굴린다 —「똥파리가 더 재밌다」 전문

 

 

 

 

 

 

 

시인은 아이들의 마음을 오래오래 들여다본다. 자기 자신을 가만히 돌아보는 아이의 마음을 살피고(「나랑 나랑」), 동생 앞에서 울음을 꾹 참는 아이의 마음도 어루만진다(「형이 된다는 것」). 많은 어른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아이들의 연애 감정도 소중히 다룬다.

 

 

 

 

 

 

 

 

슝 달리고 / 뱅글뱅글 돌고 / 뚝 떨어지는 것도 // 좋았지만 / 제일 좋았던 건 // 너랑 나랑 / 대관람차에 앉아서 / 나무늘보처럼 // 하늘에 / 커다란 / 동그라미 / 그리다 // 볼이 빨개지도록 / 마주 보았던 일 —「놀이공원에서」 전문

 

 

 

 

 

 

 

아이들의 속마음까지 엿볼 수 있는 것은 오랫동안 교사로 일한 덕분이겠지만, 아이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어루만질 수 있는 것은 시인이 늘 아이들의 처지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웃음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이장근 시인은 아이들에게 다가가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걱정과 불안을 앞세우지 않는다. 섣불리 아이들을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지 않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는 아이들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바로 웃음이다. 시인은 생기 넘치는 유머로 아이들에게 다가선다.

 

 

 

 

 

 

 

 

칠판이 / 커다란 철판이었으면 좋겠다 / 그럼 우리 반 친구들 / 모두 먹을 수 있는 / 볶음밥을 할 수 있겠지 / 선생님은 지휘봉 대신 / 주걱을 들고 / 엉덩이 흔들며 밥을 볶겠지 / 수업 시간 내내 / 졸리지도 않을 거야 / 꿀꺽꿀꺽 침이 넘어갈 거야 / 철판만 뚫어지게 쳐다보다 / 종 치기가 무섭게 후다닥 / 철판으로 달려갈 거야 / 순식간에 철판을 비울 거야 —「칠판 볶음밥」 전문

 

 

 

 

 

 

 

유쾌한 상상력은 일상적인 공간을 낯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새롭게 탄생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아이들의 현실을 드러내면서도 웃음과 함께 유쾌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시인의 유쾌한 상상력은 학교 밖으로 뻗어나간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 실패하면 / 모든 게 끝이다 // 우주의 기를 모아 하나 둘 셋! // 블랙홀에 빨려 들 듯 / 내려가는 물 / 다른 은하계로 사라지는 똥 덩어리 별들 // 뚫렸다! // 변기가 뚫렸다 / 마음이 뻥 뚫렸다 —「여자 친구 집에서」 전문

 

 

 

 

 

 

 

시인이라고 해서 아이들을 둘러싼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좌절을 이겨 내라고 주문하는 대신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물한다. 때로는 응원과 격려보다 생기 넘치는 유머가 아이들에게 더 큰 힘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름 부르면 떠오르는 얼굴들

 

 

 

 

 

이장근 시인은 아이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면서도, 자신이 예외적인 어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시인은 오히려 아이들 주변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일에 열심이다. 한창 사춘기를 지나는 중인 언니부터(「사춘기 근처에 삽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까지 차례로 담아낸다.

 

 

 

 

 

 

 

 

할머니는 / 키를 뼘으로 잰다 / 발에서 머리까지 / 자벌레처럼 기어가는 / 할머니의 손 // 한 뼘 한 뼘 잴 때마다 / 우히히 간지럽다 / 몸이 비비 꼬인다 / 자꾸 웃음이 난다 // 내 키는 / 일곱 뼘 반 / 나는 지금 / 할머니의 나무다 —「일곱 뼘 반」 전문

 

 

 

 

 

 

 

시인은 이웃의 모습도 보여 준다. 소리를 치며 세탁물을 걷으러 다니는 아저씨(「세탁소 아저씨」)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저씨(불 방귀) 등 아이들 곁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의 모습을 그린다.

 

 

 

 

 

 

 

 

집에 오는 길에 / 무서운 형들이 다가왔다 / 틱틱 침 뱉으며 / 돈을 달라고 했다 / 없다고 하니 / 주먹으로 때리려 했다 / 그때 등 뒤에서 / 칠호야! 부르며 / 자전거 타고 가던 / 경비 아저씨가 구해 줬다 / 집에 다 와 갈 때 / 내 이름은 / 칠호가 아니라고 했더니 / 만날 때마다 인사하는 / 인사성 밝은 107, / 칠호 집 애가 틀림없다고 했다 —「인사성 밝은 칠호」 전문

 

 

 

 

 

 

 

이장근 시인은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이 얼마나 따스한 유대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환기한다. 친구와 가족, 이웃의 모습을 그린 이장근의 동시는 담백하면서도 크고 깊은 울림을 전한다. 『칠판 볶음밥』에 오래 눈길이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목차

머리말 | 동시 안경 쓰고 눈이 번쩍

 

제1부 똥파리가 더 재밌다

똥파리가 더 재밌다

칠판 볶음밥

사마귀

배추반 38번 바지락

그네

투구벌레의 화해

그래서 그랬나 봐

놀이공원에서

나랑 나랑

거울 선물

여자 친구 집에서

밤 기도

당분간 접근 금지

눈동자

 

제2부 이만하면 괜찮지 않아

이만하면 괜찮지 않아?

속이 궁금하다

아니다 놀이

우리 형

사다리

입술 악기

만능열쇠

맛있는 하루 요리

딱지치기

모자가 말했어

인사성 밝은 칠호

세탁소 아저씨

잭과 콩나무

 

제3부 타임머신아, 녹지 마

나는 엄마의 목도리야

타임머신아, 녹지 마

아이스크림 눈사람

사춘기 근처에 삽니다

희망 사항

낙법

콧물 레이스 생중계

하루 종일 문득문득

사진 앨범

일곱 뼘 반

오아시스

형이 된다는 것

 

제4부 달걀이 바위를 이기는 법

물수제비

지렁이의 부탁

피아니스트

잡초가 한 일

달걀이 바위를 이기는 법

÷와 +

파알간 색

초침의 고백

피자 생각

그림자

무당벌레

불 방귀

느림보 해

 

해설 | 일상의 동심과 소통하는 시_김제곤

저자의 말

동시 안경 쓰고 눈이 번쩍   저는 좋아하는 것이 많은 아이였어요. 항상 좋아하는 것 주위를 맴돌았어요. 하루는 노랫소리가 저를 부르는 거예요. 구경하는 사람들 때문에 노래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어요. 키가 작은 저는 까치발을 들다가 포기하고 사람들과 한 발 떨어진 거리에서 그냥 듣기만 했어요. 그것도 좋았어요. 집에 와서 노래를 따라 불러 봤어요. 역시 잘 부르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좋아하면 자기도 모르게 자꾸 하게 되잖아요. 그런 저를 보고 몇몇 사람이 제가 부르는 노래에 대해 물었어요. 그때 전 너무 기뻤어요. 누군가와 같은 걸 좋아하게 된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니까요. 제가 가장 오랜 시간 좋아하는 것이 시예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냥 좋아요. 역시 잘 쓰지는 못해요. 하지만 제가 시를 좋아해서 누군가 시를 좋아하게 된다면, 전 충분히 행복할 거예요. 시는 안경 같다는 생각을 해요. 안경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잘 보이게도 해 주지만, 색깔이 들어가면 다른 색으로 보이게도 하잖아요. 얼굴을 쭉 늘려서 몸보다 더 길게 보이게 하거나, 몸을 축구공처럼 작고 동그랗게 보이게 하는 안경을 쓰고 보면 굉장히 웃길 거예요. 고양이를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안경을 쓰면 어떨까요? 이 동시집은 그런 안경을 쓰고 본 세상을 옮겨 놓은 것이에요. 이 책을 읽고 여러분도 동시라는 안경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이 동시집을 보고 있을 눈동자를 향해 두 손을 뻗어 보아요. 제 손에 무엇이 들려 있는 줄 아시죠? 그럼, 한번 써 보세요.   2015년 가을 이장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