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아동문고 283

우산 도서관

최은옥  장편동화  ,  오정림  그림
출간일: 2015.11.10.
정가: 12,000원
분야: 어린이, 문학
전자책: 있음

비룡소문학상, 푸른문학상 수상 작가 최은옥의 첫 고학년 장편동화 『우산 도서관』이 출간되었다. 그간 주로 명랑하고 쾌활한 상상력의 세계를 펼쳐 온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는 차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선한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해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하는 조숙한 열두 살 소년 건율이의 성장담과, 아이들이 제 힘으로 학교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일구어 가는 과정을 교차시키며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10대 어린이들의 예민한 감수성을 감싸 안는 한 편의 따뜻한 이야기.

 

 

 

 

 

 

 

 

유쾌한 작가 최은옥의 새로운 변신

 

 

제 손으로 학교에 변화를 일구어 가는 아이들

 

 

 

 

 

『우산 도서관』은 『책 읽는 강아지 몽몽』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왕성한 필력을 선보여 온 작가 최은옥의 첫 번째 고학년동화다. 그간 저학년동화들에서 밝고 유쾌한 판타지를 그려 온 작가는 『우산 도서관』에서 기존 작품 세계와는 전혀 다른 감성으로 고학년 독자들에게 첫 인사를 건넨다. 진지한 주제의식과 서정적인 문장은 작가의 새로운 면모로 독자들의 기대를 모은다. 그뿐만 아니라 ‘우산 도서관’이라는 낯선 제목이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우산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의아한 눈으로 건율이를 바라봤다. 선생님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우산 도서관? 그게 뭐야?

 

 

건율이는 제가 뱉어 놓은 말이 멋쩍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우산 빌려주는 곳요.(43)

 

 

 

 

 

 

 

 

 

어느 비 오는 날, 우산을 가져다줄 가족이 없는 건율이는 발표 시간에 얼떨결에 ‘우산 도서관’이라는 아이디어를 낸다. 학교에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처럼 우산을 빌려주는 곳을 만들어 비 오는 날 우산이 없어 곤란한 친구들을 돕자는 것. 외톨이이던 건율이의 의견은 뜻밖에 친구들의 호응을 얻고, 어른들의 걱정 어린 반대 속에 5학년 2반 친구들은 우산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은다. 때론 좌절도 하지만 금세 기운을 내 어른들의 반대를 차근차근 극복해 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산 도서관이 무사히 열릴 수 있길 응원하게 된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구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건강한 시민 의식마저 엿보인다. 약자를 돕는 태도를 관념적인 당위로만 내세우지 않고,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 난처한 상황을 통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그린 것은 이 작품의 장점이다. 아이들이 의무감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들이 베푼 것 이상의 행복감을 느끼는 장면에서는 독자의 마음에도 뿌듯함이 밀려온다. 도입부에서 티격태격하기 바쁘던 아이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친구가 된 것은 우산 도서관이 남긴 또 하나의 선물이다.

 

 

 

 

 

 

 

 

건율이가 웃으면서 보라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강당 가득 모인 사람들과 뒤쪽에 줄 맞춰 앉은 아이들을 둘러봤다. 옆으로 길게 앉아 있는 보라, 승훈이, 다혜, 세별이, 준수, 태민이, 그 밖의 5학년 2반 아이들 얼굴도 하나하나 바라봤다. 친구들 얼굴이 오늘따라 더 정겹고 듬직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우산 도서관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돌아보면 어쩐지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았다.(176)

 

 

 

 

 

 

 

 

 

 

부딪치고 아파하며 성장하는 아이들

 

 

 

 

 

학교생활에서의 변화는 가족 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착하기만 한 아버지를 원망하던 건율이는 우산 도서관을 만들면서 누구보다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건율이가 오랫동안 미워하던 아버지와 화해하는 순간은 읽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아빠……. , 사실은 아빠가 바보라고 생각했어. 세상에서 제일 바보라고……. 그런데 이제 그런 생각 안 해. 힘들지만 아빠가 한 일이 옳은 일이었다고 믿어. 그러니까…… 나도 더 힘낼게. 아빠도 지금보다 더 힘내서 얼른 일어나기야……. 약속…….(174)

 

 

 

 

 

 

 

변한 것은 주인공 건율이만이 아니다. 이기적이던 회장 승훈이가 앞장서 우산 도서관 준비를 돕거나 덜렁대던 다혜가 적극적인 태도로 우산 도서관 일에 제 역할을 해 내는 모습에서 제 나름으로 조금씩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아버지의 사고로 의기소침하고 매사에 투덜거리던 건율이가 친구들을 통해 세상에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은 작가의 차분한 심리 묘사로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건율이의 아버지와의 화해는 세상과의 화해,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화해로도 읽히며, 저마다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자신과 마주할 용기를 준다.

 

 

 

 

 

 

 

 

줄거리

 

 

 

 

 

선한 일을 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병상에 누워 있는 아빠 때문에 학교생활이 버겁기만 한 열두 살 소년 건율이. 사고 당시 아빠가 구하려던 아이가 같은 학교에 입학하자 마주칠 때마다 아빠 생각에 더 괴로울 따름입니다. 어느 비 오는 날, 우산을 가져다줄 가족이 없는 건율이는 발표 시간에 얼떨결에 ‘우산 도서관’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뜻밖에 친구들의 호응을 얻습니다. 어른들의 걱정 어린 반대 속에 건율이와 친구들은 우산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고, 건율이는 결코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아빠의 마음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되는데……. 과연 우산 도서관은 아이들의 바람대로 문을 열 수 있을까요?

목차

1. 모래알 교실

2. 세상에서 제일 바보

3. 불뚝이 교장 선생님

4. 엉겁결에 튀어나온 말

5. 화단에 버린 우산

6. 될까? 안 될까?

7. 처음 가 본 전교 회의

8. 보라의 우산

9. 불뚝 선생님을 만나다

10. 다섯 바퀴 뛰면 되죠?

11. 우리는 말할 수 있다

12. 대결

13. 작전

14. 이대로 괜찮을까?

15. 이상한 일

16. 눈덩이처럼 커지다

17. 우산꽃이 피었습니다

 

작가의 말

저자의 말

나와 아빠를 태운 이삿짐 차는 먼지가 풀풀 나는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갔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똑같이 생긴 논과 밭에 지쳐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를 아빠가 깨웠습니다. “저기 보이는 학교가 네가 다닐 학교야.” 나는 얼른 눈을 비볐습니다. 2층짜리 아담한 건물보다는 넓은 운동장과 하늘에 닿을 듯 손을 뻗고 있는 커다란 플라타너스가 더 눈에 띄었습니다. 아빠는 차가 움직이는 방향을 가리키면서 다시 말을 꺼냈습니다. “잘 봐 둬. 여기부터 집까지 가는 길이 학교 다니는 길이니까.” 나는 삐죽 나온 입을 꾹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아빠가 말을 마치고도 차는 한동안 멈추지 않고 달렸습니다. 그 길을 매일 걸어 다닐 생각을 하니 점점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나의 특별한 시골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오후 수업 시간,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쯤에는 더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우산은 없었습니다. 물론 거리가 멀어서 누군가 우산을 가져다주는 일은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주머니에 든 동전이 떠올랐습니다. 딱 버스를 탈 만큼의 돈이었지요. 하지만 버스는 하루에 몇 대밖에 없어서 저녁 무렵까지 기다려야 했고, 버스에서 내려서도 제법 걸어야 했습니다. 나는 고민이 됐습니다. 유행하는 과자를 사 먹고 비를 맞고 갈지,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갈지. 하지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단짝이 된 친구와 함께 가기로 했으니까요. 우리는 쏟아지는 빗속을 신나게 걸어갔습니다. 과자도 먹고 빗물도 먹으면서. 무엇보다 엄청 깔깔대고 엄청 팔짝거리면서요. 그런데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집에 온 나를 보고 아빠는 화를 많이 내셨습니다. 회초리로 종아리도 맞았습니다. 아빠는 버스를 타고 왔어야 했다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아빠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엄마가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그날 아빠가 화를 낸 상대는 내가 아니라 어쩌면 아빠 자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요. 반대하는 가족을 이끌고 우산 하나 가져다주기 어려운 시골로 이사를 온 게 미안해서 말이에요. 그날 내가 비를 맞고 온 걸 마음 아파하던 아빠는 이제 세상에 안 계십니다. 내가 작가가 되기 두 달 전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아마 글을 쓰고 책을 내는 나를 보시면 세상 누구보다 좋아하실 겁니다. 아빠도 글을 좋아하셨으니까요. 지금이라도 아빠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시절의 특별하고 소중한 기억들이 나에겐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정말 정말 감사하다고요. 이 글의 초고를 완성할 즈음 안타까운 기사를 보았습니다. 어느 지하철역에서 우산 백 개를 빌려줬는데 단 한 개도 되돌아온 것이 없다는 내용이었지요. 그 뒤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때보다 여러 곳에서 ‘양심 우산’이라는 이름으로 우산을 대여하는 곳이 늘어났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인식도 나아졌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그럴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고. 이 글이 씨앗일 때부터 함께 지켜봐 준 어린이책작가교실 수작반 식구들, 글 쓴다는 핑계로 우산 한 번 제대로 못 챙겨 준 엄마를 이해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예쁘게 그림을 그려 주신 오정림 선생님, 꼼꼼하게 챙겨 주신 창비 식구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내 특별한 추억 속 고마운 친구, 김영미 선생님 사랑합니다. 뚜벅뚜벅 천천히 걸어가겠습니다. 더 나아질 거라고 믿으면서.   2015년 11월 최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