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아동문고 282

네모 돼지

김태호  동화집  ,  손령숙  그림
출간일: 2015.10.25.
정가: 12,000원
분야: 어린이, 문학

“눈앞에서 이상한 일들이 펼쳐진다”

 

 

과감한 상상력으로 만들어 내는 놀라운 세계

 

 

 

2013년 제5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장한 신예작가 김태호의 첫 동화집 『네모 돼지』가 출간되었다. 분홍빛 냉장고처럼 생긴 네모 돼지, 풍선처럼 하늘을 날게 된 개,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나타난 호랑이 등 과감한 상상력을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곱 편의 동화를 담았다. 이야기마다 동물의 눈에 비친 세상을 낯설고 새로운 방식으로 그려 냈다. 간결하고 담담하면서도 놀라운 이야기가 세상을 바라보는 독자들의 눈을 더욱 밝아지게 할 것이다.

 

 

 

과감한 상상력으로 펼쳐 보이는 낯선 세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은 후 주목할 만한 작품 활동을 펼쳐온 신예 동화작가 김태호. “이만한 단편 미학을 구경하기란 여간한 행운”이라는 평가를 받은 데뷔작 「기다려!」를 포함해 독특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동화들을 모은 『네모 돼지』를 선보인다. 작가는 일곱 편의 동화에서 과감한 상상력을 통해 문제적인 상황을 그려 내는 방식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표제작 「네모 돼지」는 철로 된 네모 상자에 갇혀서 키워지는 돼지들과 그들에게 천국으로 가는 법에 관한 책을 읽어 주는 둥그런 돼지의 이야기이다. 「고양이를 재활용하는 방법」은 헌 옷을 수거하는 통에 갇힌 고양이에 관한 동화이다. 「어느 날 집에 호랑이가 찾아왔습니다」는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집주인 여자가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나타난 호랑이와 목숨을 걸고 내기를 하는 이야기다. 김태호 작가는 낯선 공간, 낯선 사건 속에서 동물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얼핏 보기에 황당해 보이는 상황이 왜 발생했는지 사실적으로 보여 주면서 독자로 하여금 동화 속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여겨지게끔 한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동화집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질문이 진중하면서도 예리하다.

 

 

 

 

 

 

동물들의 눈에 비친 낯설고 신기한 세상

 

 

 

『네모 돼지』에 실린 동화들은 동물들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동물들은 자신이 바라본 사람들의 모습과 인간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동화집 첫머리에 놓인 「기다려!」의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람들이 모두 떠난 마을에 남겨진 개다. 개는 먹이도 없고 물도 마실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가족처럼 아껴 주던 주인을 기다린다. 다른 동물들이 개를 비웃으며 모두 떠나지만, 개는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주인이 집으로 돌아오리라 믿으며 끝까지 떠나지 않는다. 「어느 날 집에 호랑이가 찾아왔습니다」에 나오는 호랑이는 가정집에 들어가서 엄마 흉내를 낸다. 호랑이는 겉모습만 비슷할 뿐 목소리도 전혀 다르고 옷도 이상하게 입었지만, 가족들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할 뿐 아무도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네모 돼지』에 실린 동화들은 의인화된 동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만큼 우화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김태호 작가는 인간을 풍자하고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몰두하지 않는다. 작가는 동물의 목소리를 통해 사람들이 미처 살피지 못했거나 모른 척했던 문제들을 드러내면서, 어린 독자들에게 생각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공을 들인다. 차분하고 섬세한 필치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그려 낸 『네모 돼지』를 읽다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은 달리 보일 것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 귀에 들리는 목소리

 

 

 

김태호 작가는 간결하고 담담하면서도 감각적인 문장으로 낯설고 신기한 세계를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 보인다. 「기다려!」에서는 사고로 인해 오염 물질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떠난 마을을 차분하면서도 서늘하게 그려 낸다. 「고양이를 재활용하는 방법」에서는 고양이가 갇힌 의류 수거 함과 그것이 놓인 골목을 한없이 길고 어두운 터널처럼 보여 준다. 감각적인 묘사는 인물을 드러낼 때도 빛을 발한다. 작가는 「네모 돼지」에 나오는 돼지들을 ‘머리와 다리가 달린 분홍빛 냉장고’로 묘사하고, 「고양이 국화」에서는 목덜미에 까만 얼룩을 가진 노란 고양이를 “노란 꽃 위에 나비가 내려앉았다”라고 표현하면서 ‘국화’라는 이름을 붙인다. 의성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지배적인 정서를 강조하거나 마음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소풍」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의성어 “딱, 딱, 딱!”은 소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로, 차가운 미래를 암시하는 동시에 기꺼이 그에 맞서겠다는 주인공의 각오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고양이를 재활용하는 방법」과 「고양이 국화」에서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냐아옹’ ‘끼야옹’ ‘미야옹’ ‘오오옹’ ‘미야아옹’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마음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동화적인 세계를 눈에 보일 듯이 펼쳐 보이는 것은 물론 인간과 동물의 마음까지 정밀하게 그려 내는 작가의 실력이 믿음직스럽다.

 

 

 

작품 줄거리

 

 

 

 

 

「기다려!」 한 마을에 오염 물질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떠나 버린다. 빈집에 홀로 남은 개는 주인이 떠나면서 남긴 말을 기억하며 집을 떠나지 않고 계속 기다린다. 과연 개가 기다리는 주인이 돌아올까?

 

 

 

「소풍」 평생 우리에 갇혀서 살던 소들이 트럭을 타고 소풍을 떠난다. 소들은 넓은 풀밭에서 뛰어노는 꿈을 꾸며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다. 과연 소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고양이를 재활용하는 방법」 헌 옷을 수거하는 통 안에 고양이가 갇혀 있다. 통 밖에는 한 소년이 울먹이고 있다. 소년과 고양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네모 돼지」 네모난 틀에 갇혀서 사는 네모 돼지들은 책 읽어 주는 돼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럭무럭 자라서 천국으로 가는 꿈을 꾼다. 과연 네모 돼지들은 천국에 갈 수 있을까?

 

 

 

「나는 개」 풍선처럼 하늘을 날고 싶은 개가 드디어 꿈을 이루어 하늘을 날게 된다. 도대체 평범한 개가 어떻게 하늘을 날게 되었을까?

 

 

 

「고양이 국화」 거리를 떠돌던 길고양이가 반지하 방에서 한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할머니는 고양이에게 ‘국화’라는 이름도 지어 주고 밥도 챙겨 준다. 하지만 고양이는 할머니를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는데…….

 

 

 

「어느 날 집에 호랑이가 찾아왔습니다」 집주인 여자는 어느 날 집에 찾아온 호랑이와 목숨을 건 내기를 하게 된다. 호랑이가 여자로 변한 사실을 다른 가족이 알아채는지를 두고 벌이는 내기에서 과연 누가 이길까?

목차

1. 기다려!

 

2. 소풍

 

3. 고양이를 재활용하는 방법

 

4. 네모 돼지

 

5. 나는 개

 

6. 고양이 국화

 

7. 어느 날 집에 호랑이가 찾아왔습니다

저자의 말

어느 날 우리 집에 길고양이가 찾아왔어요. “같이 좀 사시죠.” 당당하게 들어와서는 방바닥에 벌러덩 누워 버렸어요. “이보시오, 아기는 받아 본 적이 있소” “아기? 고양이 아기 말인가” 나는 눈을 껌벅이며 되물었어요. “이 안에 일곱 마리나 있다오.” 길고양이는 옆으로 누워서 볼록한 배를 쓰다듬었어요. “곧 나올 테니 준비 좀 해 주시오. 커다란 상자에 두툼한 이불도 좀 깔고, 아늑하게 부탁 좀 합시다. 혹시 임신한 고양이를 쫓아낼 생각은 아니시겠지”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 착한 사람이라고.” 나는 손바닥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당당히 말했어요. “에이, 내가 얘기 다 들었소이다. 10년 전에 키우던 고양이를 세 마리나 버렸잖소.”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손을 흔들었어요. “아…… 아니 그게 아니고, 그때는 그냥 다른 사람이 키워준다고 해서…….” “그게 그거지. 꼭 숲에 던져 놓아야 버리는 건 아니지!” 나는 할 말이 없었어요. “앞으로 나한테 하는 거 봐서 그때 실수를 조금 덜어 주리다.” 길고양이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어요. “그렇게 하면 그게 좀 덜어질까” 시저, 깜식이, 장군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 마리 고양이였습니다. 저는 몇 년간 함께 지내던 세 친구를 아는 사람에게 떠넘기듯 맡겼습니다. 얼마 후 세 고양이는 또 다른 사람에게 보내졌고, 그 이후로 잘 사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이었는지 말입니다. 고양이 친구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까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아픕니다. ‘정말 내가 잘못했구나!’라는 생각이 절실히 느껴질 때쯤 길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둥둥이’라는 이름도 지어 주고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둥둥이가 아기를 가진 것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일곱 마리 새끼 고양이를 직접 받아 내고 보살펴 주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오래전에 떠나보냈던 세 친구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동물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으면 다 제 잘못 같았습니다. 상처받는 동물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일곱 편의 이야기를 읽고 저처럼 바보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시저, 깜식이, 장군이에게 진 빚을 아주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2015년 10월 김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