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동문학의 큰 별 윤석중의 동시집
『날아라 새들아』 개정판 출간!
한국 아동문학의 기틀을 다진 윤석중 시인의 동시집 『날아라 새들아』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퐁당퐁당」 「어린이날 노래」 「졸업식 노래」 등 시대를 뛰어넘어 오래도록 사랑받는 작품 258편을 담았다. 자연스러운 운율과 신선한 감수성, 우리말을 다루는 탁월한 감각, 그리고 어린이를 향한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지은 동시들이 현대의 어린이들에게도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길 것이다.
한국 아동문학의 큰 별 윤석중
윤석중(1911-2003) 시인은 우리나라 아동문학계를 이끈 대표적인 동시인으로, 그가 지은 동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열세 살 무렵 어린이 잡지에 글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32년에 『윤석중 동요집』을 내고 이듬해 동시집 『잃어버린 댕기』를 출간한 이래로 평생 동안 어린이를 위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창작에 애쓰는 한편으로 어린이를 위한 문화 운동에도 힘썼다. 일제 식민지 시기에는 방정환의 뒤를 이어 잡지 『어린이』의 편집을 맡았으며, 해방 후에는 우리말 글짓기 운동과 우리 정서가 담긴 동요를 어린이들에게 보급하는 일에 앞장섰다. 뛰어난 창작 활동과 헌신적인 문화 운동에 대한 공로로 막사이사이상, 대한민국문학상, 금관문화훈장 등 많은 상을 받았다.
널리 사랑받은 윤석중 동시
윤석중 시인은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 가며 평생 동안 1,200여 편이 넘는 동시를 남겼다. 그의 동시는 자연스럽고 신선한 리듬감을 지닌 덕분에 800여 편이 넘는 작품이 동요로 만들어졌다. 깊은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따라 부르기 쉽고 쉽게 잊히지 않아 오랫동안 빛을 잃지 않고 널리 사랑을 받았다. 동요로 만들어진 작품 가운데 「퐁당퐁당」 「짝짜꿍」 「나리나리 개나리」 「낮에 나온 반달」 「우산 셋이 나란히」 등을 비롯하여 “날아라 새들아”로 시작되는 「어린이날 노래」,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되는 「졸업식 노래」 등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었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 /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날 노래」 전문
윤석중 문학의 현재성
1920년대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윤석중 시인은 기존의 동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시를 선보였다. 그는 탁월한 언어 감각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경쾌한 리듬을 가진 동시들을 창작했으며, 과감하게 연을 나누는 등 형식적으로도 시대를 앞서 갔다. 농촌 위주의 소재에서 벗어나 도시적 감수성이 담긴 작품들을 다수 발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우리말 중에서 아름답고 쉬운 말을 골라서 감각적으로 다루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새로운 동시를 위한 그의 노력은 동시 장르의 발전을 이끄는 힘이었으며, 그의 동시가 현대성을 유지하며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200여 편으로 이루어진 이 노래의 징검다리가 지나간 날의 어린이와 오늘을 사는 어린이와 앞으로 태어날 어린이에게 눈물과 한숨과 걱정 대신 즐거움과 희망과 꿈을 안겨 주는 마음의 벗이 되어 준다면, 나에게 다시없는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초판 머리말」
초판 머리말
제1부 아침 까치
제2부 우리 집 들창
제3부 누구 키가 더 큰가
제4부 밤 세 톨을 굽다가
제5부 달 따러 가자
제6부 날아라 새들아
제7부 나는 키가 모자라요
제8부 서서 자는 말아
제9부 옹달샘
제10부 제비 남매
제11부 빨간 꽈리
제12부 낮에 나온 반달
제13부 겨울 발소리
제14부 하얀 새해
제15부 잘도 자네 자장자장
제16부 겨울 엄마
제17부 동그라미 노래
그동안 지은 동요가 몇 편이나 되느냐고 물어 올 때, “천 편”이라고 하려다가 말머리를 돌려 “천 편 남짓” 그런다. “천 편” 하면 천편일률이 생각나고, 그 말의 뜻은 비슷비슷하거나 밤낮 같은 소리거나 그게 그것임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한평생 지어 모은 것이 그런 소리를 듣는다면, 나는 헛애를 쓴 게 아닌가. 헛산 셈이 아닌가. 그건 그렇고, 나더러 대표작이 어떤 거냐고 물었을 때, 일 년만 기다려 달라고 한 것이 몇 해째인지 모른다. 만만히 보고 짓기 시작한 동요가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울뿐더러 어린이하고 자꾸 멀어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엔 지다가 나중 판에 이기는 ‘역전승’이란 운동 경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겠으니, 일흔 살 고개를 넘어선 내가, 나보다 더 오래 남을 수 있는 작품을 새로 써 놓고 눈을 감는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삶의 끝맺음이 될 것인가. 예순 해에 걸친 나의 동요 가운데서 이백여 편으로 이루어진 이 노래의 징검다리가 지나간 날의 어린이와 오늘을 사는 어린이와 앞으로 태어날 어린이에게 눈물과 한숨과 걱정 대신 즐거움과 희망과 꿈을 안겨 주는 마음의 벗이 되어 준다면, 불행한 시대 불행한 나라에 태어나 외롭게 자라서, 고달프게 살아온 나에게 다시없는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1983년 6월 25일 ‘새싹의 방’에서 윤석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