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

팝콘 교실

문현식  동시집  ,  이주희  그림
출간일: 2015.05.15.
정가: 12,000원
분야: 어린이, 문학
초등학교 교사 문현식 시인의 첫 동시집 『팝콘 교실』이 출간되었다. 2008년 『어린이와 문학』에 동시가 추천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교실 속 아이들의 생활과 심리를 정확히 포착한 시편들을 선보인다.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을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담아내는 한편, 학교라는 공간에 갇혀 움츠린 아이들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다. 맑고 투명한 시선으로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길어 올린 동시들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지닌 아이들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저자 특유의 서정성을 바탕으로 개성 있는 말법을 만들어 낸 이 동시집은 동시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아이들의 심리를 정확히 포착하는 동시집

 

 

 

문현식 동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의 감정선을 정확히 짚어 내어 아이들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낸다는 것이다. 교사 시인이 흔히 범하는 교훈적 태도를 벗어던지고 아이들의 마음속 불만이나 끼를 한껏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유리창을 깨고 지붕을 날려 보낸다는/슈퍼 울트라급 초강력 태풍이 오면/운동장에 가서 우리 태풍 축구 하자.//태풍이 등을 떠밀면 씽씽 달려 나가/축구공을 뻥 차서 태풍에 태워/그물 찢어지는 강슛 때리고 오자.

 

 

—「태풍 축구」 전문

 

 

 

커다란 팝콘 기계 안에/옥수수 알갱이가 서른 개가/노릇노릇 익으면서/톡톡 튄다.//알갱이들아/계속 튀어라./멈추면 선생님이 냠냠/다 먹어 버릴지도 몰라.

 

 

—「팝콘 교실」 전문

 

 

 

문현식의 시는 태풍이 오는데도 “그물 찢어지는 강슛 때리고 오자.”라고 아이들을 불러낸다. 시인은 학교라는 제도적 공간에서 벗어나고픈 아이들의 욕구를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와 연결하여 형상화했다. 아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뻥 뚫리게 하는 시원함을 안겨 준다. 표제작 「팝콘 교실」에서는 교실의 아이들에게 가만있지 말고 팝콘처럼 톡톡 “튀어라” 하고 부추긴다. 교실 속 아이들의 억눌린 생활과 감정을 속 시원히 터뜨리는 표현이 돋보인다. 시인은 머리말에서 “교실 속에서 강제로 투명 인간이 되어야 했던 아이들”도 교실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때로는 담임을 “괴물 나라의 대왕”(「괴물들이 사는 교실」)으로, 교실을 “감옥”(「감옥」)으로 묘사하면서 아이들의 삶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본 듯 매서운 현실 인식을 보여 준다.

 

 

 

 

 

 

독특한 소재와 화법

 

 

 

학생용으로 보시게요?/(돌돌 말린 벽지를 풀며) 어느 가게나 다 비슷하죠.//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

 

 

—「벽지 가게」 부분

 

 

 

문현식의 동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들의 생활을 바탕으로 쓴 시편들이라 하여 소재나 표현 기법이 고만고만한 생활동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인은 독특한 소재를 과감히 받아들여 그간 기존 동시에서 볼 수 없는 시어들로 구성한 그만의 새로운 표현 기법을 펼쳐 보인다. 요즘 아이들의 반복되는 일상을 “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학교집학원”처럼 벽지의 연속무늬로 비유하여 절묘하게 표현하였다. 「담배 연기」는 담배 피우는 삼촌과 기남이의 상황을 중계하듯이 표현하여 실제 현장에 있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이 쓰는 “쩔어”(「쩔어」)라는 단어를 가지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리듬감 있는 동시를 만들어 낸다. 이와 같은 문현식 동시의 특징을 동시인 김은영은 발상은 대개가 “익살”에서 비롯되었으며, “사물을 보는 인식의 깊이나 새로움”이 돋보이고, “개성 있는 말법을 창조해 내”고 있다고 극찬한다(「해설」).

 

 

 

 

 

부드러운 서정으로 넓어지는 세계

 

 

 

또한 이번 동시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서정성이다. 경쾌한 필치와 재치를 엿볼 수 있는 시편들까지 아우르는 시인 특유의 서정성은 가족, 이웃, 자연으로 시야를 확장해 가면서 또렷이 드러난다.

 

 

 

우리 집 비밀번호/□□□□□□□//누르는 소리로 알아요/□□□ □□□□는 엄마/□□ □□□ □□는 아빠/□□□□ □□□는 누나/할머니는/□ □  □   □/□  □   □//제일 천천히 눌러도/제일 빨리 나를 부르던/이제 기억으로만 남은 소리//보 고  싶   은/할  머   니.

 

 

—「비밀번호」 전문

 

 

 

우리 집의 문을 여는 비밀번호의 소리를 착안하여 쓴 동시다. 비밀번호의 일곱 자리 숫자 버튼을 누르는 가족들의 특징을 소리 간격의 차이로 표현한 점도 신선하다. 시 전개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버튼을 누르는 소리에 맞춰 “보 고  싶   은/할  머   니.”로 결구를 맺는 마지막 연은 깊은 서정을 통해 그리움의 정서를 전달하는 울림이 크다. 이 밖에도 부슬비 오는 날 우산 없이 걷고 싶게 만드는 「우산 없이 걸을 만한 비가 내리는 날」, 창밖을 혼자 바라보며 첫눈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첫눈 오는 날 창문 보기」, 나무 아래에서 아이가 아버지의 그림자를 품는 「층층나무」 등과 같은 시편들은 시인의 관심이 교실과 학교에서 나아가 세상을 향해 자연스레 넓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목차

머리말 | 교실에 작은 창을 내고

 

제1부 이상하게 좋은 애

우정

운동회 날

태풍 축구

이상하게 좋은 애

팝콘 교실

잔소리가 시작되면

감옥

구구단 시험

벽지 가게

학교 옥상

괴물들이 사는 교실

상상

배움

주인을 기다리다

 

제2부 동그란 아침

동그란 아침

다르다

쉬는 시간

장사꾼 철봉이

싸움

비 오는 아침

수학여행

일기 쓰기

속담 풀이

동빈이

지은이와 지은이

짝사랑

쩔어

나 혼자 현장 학습

반성문

학교 심장

 

제3부 비밀번호

비밀번호

저녁 반찬

놀라운 저녁

내비게이션

담배 연기

형아와 나

열두 시

빨간 지갑

캔 콜라

야광 별

놀다 가자

층층나무

 

제4부 첫눈 오는 날

이른 봄

빗방울

참새

우산 없이 걸을 만한 비가 내리는 날

강아지풀

달밤

찬바람

첫눈 오는 날 창문 보기

고드름

눈사람

이제 말할래요

 

해설 | 반항과 일탈의 카타르시스_김은영

저자의 말

교실 속 비슷했던 하루가 특별한 풍경으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때부터 교실의 이야기를 동시로 쓰고 싶었습니다.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 운동회와 현장 학습, 교실 앞 화단의 목련과 벚나무, 그 아래 놓고 간 신발주머니 하나. 그런 풍경에 작은 창을 내고 동시를 썼습니다. 동시를 쓰고 나서부터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보입니다. 아이들 뒤의 그림자 같은 아이들이 조금씩 선명하게 되살아났습니다. 교실 속에서 강제로 투명 인간이 되어야 했던 아이들이 가만가만 말을 걸어왔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서로에게 이미 말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두가 주인이 되어야 할 교실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인 아이들의 모습을 동시로 써서 여기에 함께 있음을 느끼도록 하고 싶습니다. 낮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있음을, 이해하고 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가르침을 주시고, 해설까지 써 주신 김은영 선생님, 좋은 그림으로 동시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신 이주희 선생님, 동시를 꼼꼼하게 살펴봐 주신 창비 덕분에 예쁜 첫 동시집이 나오게 되어 기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동시를 함께 읽고 쓰면서 부족한 글과 삶의 빈 공간을 채워 주신 선생님들께 고마운 말씀을 전합니다. ‘또박또박’ 좋은 동시를 향해 걸어가면서 마음 빚을 갚겠습니다.    2015년 5월 문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