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청소년문학 62

인디언을 보았다

닐스 몰  지음  ,  김영진  옮김
출간일: 2014.10.10.
정가: 13,000원
분야: 청소년, 문학

무더운 여름밤, 열일곱 소년의 인생을 뒤흔든 충격과 반전

 

 

2012 독일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62권 『인디언을 보았다』(Es war einmal Indianerland)는 17세 소년이 잊지 못할 여름방학을 보내며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가혹한 환경 속에 홀로 남겨져 더듬더듬 헤매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소년의 모습이 가슴 아프고도 뜨겁다. 어울리지 않는 여자 친구, 뒤틀린 가족관계, 덜 자란 어른 아빠, 아빠가 저지른 대형 사고까지. 모든 게 꼬여만 가는 상황을 오로지 맨몸으로 씁쓸한 유머를 날리며 헤쳐 나가는 소년을 힘껏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을 뒤섞는 독특한 구성과 정교하게 배치된 상징들, 감각적이고 유니크한 묘사와 무심코 맞닥뜨리는 반전까지, 좋은 소설의 매력을 두루 갖춘 2012년 독일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인디언을 보았다』의 구성은 가히 예술적이다. 닐스 몰은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문학적으로 수준 높은, 게다가 독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를 존중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독일청소년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인디언 나라를 떠나 어른의 세계로

 

 

 

도시 변두리 서민 아파트에 사는 열일곱 살 권투 선수 지망생 ‘나’. 여름방학이 끝나 가던 어느 날 밤, 수영장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별처럼 멋진 재키를 만난다.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이상한 브로치를 한 에다도 만난다. 너무나 매력적인 재키는 나랑 처지가 너무 달라서, 괴상한 옷차림에 자꾸 엽서를 보내는 에다는 말이 잘 통하지만 매력적이지 않아서, 나는 미쳐 버릴 것처럼 혼란스럽다. 둘도 없는 친구 마우저는 그런 내 옆에서 계속 옳으신 말씀만 해 댄다. 재키처럼 허황한 꿈에 정신 팔지 말고 시합 준비나 열심히 하라고. 그리고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마우저의 아빠 쵤너가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도망친 것이다. 나는 에다의 자동차를 함께 타고 쵤너를 찾아 국경 축제로 향한다. 폭풍우로 엉망진창이 된 축제에서 나는 불량배들에게 흠씬 얻어터지고, 뜻밖에 마약도 하게 되고, 결국 재키와 쵤너를 만난다. 그리고 에다를 좋아하게 된다. 모든 걸 날려 버릴 듯 세찬 폭풍우 속에서 서로를 향하는 마음들은 마주치고 엇갈리고 다시 만난다. 이 폭풍우가 그치면 나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마우저는 어떻게 된 걸까? 그런데 진짜로, 나는 누구일까?

 

 

 

 

 

 

 

혼자서 세상을 헤쳐 가는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열일곱 살 소년의 주변은 문제투성이다. 혼자 감당하기엔 버겁기만 하다. 그런데 그는 혼자다.

 

 

 

“지금 이건 장난이 아니에요.”

 

심호흡.

“……마우저가 겪은 일을 겪고 나면 삶이 어떻게 되는 거죠?”

(…)

다리 난간에 몸을 기댔다. 그러고는 문득 깨달았다.

나는 혼자였다.

혼자. 나. (217~18면)

 

 

 

이런 소년이 한없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모든 것에 서툴면서도 꿋꿋하게 맞서는 그의 용기 때문이다. 재키와 에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마음. 쵤너에 대한 연민과 애증. 막막한 앞길.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소년은 물러서지 않는다. 필요할 땐 주저 없이 주먹을 날린다. 주변 사람들을 늘 살펴 준다. 무엇보다 진짜 자기 마음이 시키는 걸 찾아내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조금씩 성숙하고, 어른이 되어 간다.

 

평범하고 소심하고 때로 찌질하게 굴기도 하지만 씩씩하게 자기 길을 찾는 소년. 그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는 건 중요한 순간에 불쑥 등장하는 인디언 추장이다. 소년이 헤맬 때 그는 눈빛과 존재만으로 소년을 이끈다. 무엇보다도 너 자신이 되라고. 세찬 폭풍우가 잠잠해지고 소년이 에다와 진짜 만남을 갖게 되는 순간 추장은 드디어 완전히 사라진다.

 

 

 

 

 

 

 

놀랍고 독창적인 구성, 반전을 거듭하는 놀라운 소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 순서를 무시한 구성에 있다. 모든 일이 벌어진 것은 개학 전 12일 동안인데, 작가는 날짜 순서를 뒤섞어 시간을 이리저리 건너뛰면서 서술한다. 비디오테이프의 ‘빨리 감기▶▶’ ‘돌려 감기◀◀’ ‘정지■’ 같은 표시가 독자를 안내하는 표지다. (1, 2부 앞의 ‘다이어리’에도 날짜별 사건이 정리되어 있다.) 이렇게 뒤섞인 시간은 빠른 장면 전환과 함께 그 자체로 혼돈에 휩싸인 주인공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 주는 효과를 낸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이 조각조각 흩어진 시간과 사건들이 퍼즐 맞추듯 조금씩 맞추어진다. 더듬더듬 어렵게 주인공도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다른 순간 그려지는 장면은 아프고 아름답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으로는 마우저와 주인공 ‘나’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의 둘도 없는 친구면서 매사에 더 이성적이고 어른스러운 조언을 해 주는 마우저. 더 감각적이고 본능적이면서도 늘 마우저를 존중하는 나. 마우저의 아빠가 살인 사건을 저지르면서 나와 마우저의 관계는 2부에 가서 놀라운 반전을 선사한다. 그리고 읽는 이로 하여금 이제까지의 과정을 전부 되짚어 보게 한다. 마우저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그는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진짜 나는 누구일까?

 

실제로 이 소설 전체에서 주인공이 가장 열심히, 되풀이해서 묻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다. 나는 누굴까? 어떤 사람일까? ○○가 보기에는 어떨까? 이 물음들은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모두에게 영원한 테마다. 그래서 홀로 씩씩하게 이 물음에 마주하는 주인공에게 우리는 아낌없는 공감과 응원을 보내게 된다.

목차

1부 전사

마우저와 재키 이야기: 수요일에서 수요일까지(◀◀)

 

2부 국경

풋내기와 에다 이야기: 목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사운드 트랙

 

옮긴이의 말

저자의 말

옛날 옛적 인디언 나라를 떠나 어른 되기 물어볼 게 있습니다. 지금 막 이 ‘옮긴이의 말’을 읽기 시작한 여러분은 혹시 이 책을 약 30여 쪽까지 읽다가 너무 지겹다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생각하여 이곳저곳을 들척이다 이 ‘옮긴이의 말’부터 읽고 있는 것 아닌가요? 만약 그렇다면, 그리고 이 책을 계속 읽을 생각이라면 부디 반전의 묘미를 포기하지 말고 여기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계속 읽어 주길 바랍니다. 장담컨대 여러분은, 아니 아마도 모든 독자는 이 작품을 다 읽은 뒤 분명 처음부터 한 번 더 읽게 될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시간 계열형으로 쓰이지 않은 특이한 구성 때문일 겁니다. 역자인 저를, 그리고 어쩌면 독자인 여러분까지 어리둥절하게 만든 이 가히 천재적인 구성 덕에 이 책은 어느 독일 신문 서평처럼 영화 「펄프 픽션」이나 「숏컷」,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메멘토」를 연상시켰습니다. 이렇게 시공간을 마구잡이로 뛰어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요소들은 우리에게 퍼즐 맞추기 식 독해를 요구하고 있고, 그 퍼즐 조각들이 짜 맞춰져 어떤 모습이 되는지는 책을 다 읽은 후에나 알 수 있습니다. 크게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최대 묘미는 작가의 섬세한 문장들을 음미하는 것 외에 아마도 절묘한 반전에 있을 겁니다. 파우와우로 출발하기까지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을 소개하는 제1부의 반전은 철저하게 숨겨져 있던 마우저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마우저와 나를 혼동한 듯한 표현이나 내가 곧 마우저라는 암시는 사실 책 곳곳에 드러나 있지만(알고 읽으면 잘 보입니다.) 독자 대부분은 아마 그 사실이 분명히 밝혀지는 지점까지 알아차리지 못할 것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자기 존재를 양분해서 1부에서는 마우저의 지시를 따르는 미성숙의 상태로 머물며 그의 등 뒤에 숨어 있고, 좀 더 어른스럽고 성숙한 면모를 보여야 할 상황에서는 마우저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그러나 2부를 보면 마우저는 사라져 더 이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아마도 주인공이 인생 최대의 난관을 맞아 본격적으로 ‘나는 누구인가’, ‘남이 씹다 뱉어 버린 껌을 씹는 역할에 앞으로도 만족할 것인가’, ‘인생의 운전을 남에게 맡기고 조수석에 앉아 가는 짓을 얼마나 더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즉 자신의 정체성과 장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기 때문일 겁니다. 일반 명사로서의 독일어 마우저(Mauser)에는 ‘털갈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2부에서 화자는 이제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유년의 솜털을 벗어 버리고 성숙의 단계로 담대히 올라가려 합니다. 마우저를 더 이상 타인으로 대상화하지 않고 온전한 제 이름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성숙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는 인디언 추장이 있습니다. 주인공을 성숙의 길로 안내하는 인도자라고나 할까요? 가만히 보면 인디언 추장은 주인공이 어떤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방황하는 시점에, 특히 미성숙과 성숙을 대변하는 재키와 에다를 두고 갈등하는 시점에 늘 나타납니다. 서양에서 인디언 놀이는 모든 아이들에게 큰 즐거움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기 시작하는 세 살 무렵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아이들은 인디언 놀이에 그야말로 심취하지요. 이것은 아마도 복잡한 플롯 없이 선과 악이 분명히 갈리는 서부 개척 시대의 인디언 영화나 소설들이 아이들의 단순하지만 정의에 불타는 동심과 잘 맞아떨어져 짙은 인상을 남기기 때문일 겁니다. 이 책의 원제는 Es war einmal Indianerland(옛날 옛적 인디언 나라)인데 작가는 이 제목이 세르조 레오네(Sergio Leone) 감독의 전설적인 서부 영화 “Once Upon A Time In The West(옛날 옛적 서부에서, 1968)”의 오마주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 뜻을 좀 더 깊이 헤아려 보면 이 책 제목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의 전형적 앞머리를 이용해 인디언 나라를 과거의 일로, 마무리된 일로 처리함으로써 인디언 놀이는 이제 끝났다는, 어른으로 성장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풍깁니다. 어릴 적 내 선(善)의 기준이 되어 주었던 인디언 추장은 주인공이 갈등을 겪는 순간마다 나타나 미래는 허영과 겉멋에 물든 재키가 아니라고, 내실과 진정함이 있는 에다라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인디언 추장이라 믿고 쫓아갔던 환영. 그 덕에 이룰 수 있었던 에다와의 재결합. 그리고 추장의 분신이 된 멧돼지의 죽음과 수장(水葬). 에다와 함께 치러 낸 그 수장이야말로 더 이상 어른이 되는 길을 이끌어 주는 방향 제시자가 필요 없어졌음을 보여 주는 의미심장한 상징일 것입니다. 유년 시절 아버지로부터 선물받은 모자가 불타 버리고, (그토록 연연하던 그) 모자를 부장품으로 배와 함께 떠나보내는 행위에서도 역시 주인공의 다부진 결의는 느껴집니다. 이 책에서 한 가지 열린 질문은 제2부의 실재성입니다. 여러분은 2부를 어떻게 읽었나요? 이미 일어난 일들의 기록으로 읽었나요? 혹시, 하나의 소망, 미래의 가능성, 에다의 전동 드릴을 옆에 놓고 다리 위에서 피곤에 지쳐 잠든 주인공의 어지러운 꿈으로 읽지는 않으셨나요? 작가는 그런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에이, 설마 꿈일 리가…….’ 하고 고개를 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2부를 읽다 보면 ‘어? 이 비슷한 장면을 앞에서 본 것 같은데?’라고 느껴지는 장면도 많고, 1부에서 이미 한 번 스쳐 지나간 인물들이 마치 작가의 실수처럼 2부에 재등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령 멧돼지 수장 장면은 주인공이 축제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본, 어떤 여자의 엉덩이에 투사되어 돌아가던 영화 장면과 비슷합니다. 영화에서는 배 바닥에 추장이 누워 물속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죠. 주인공이 재키에게 바람맞던 날 먹구름 두껍게 낀 하늘을 보며 바다를 그리워했던 것과 2부에서 에다와 진짜 바다에 감으로써 소망이 이루어진 것은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요? 그리고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시끄러운 청년들이 솜브레로를 쓰고 있었던 것과 2부에서 등장한 갱들이 솜브레로 모자로 특징지어진 것도 혹 알아챘나요? 수영장에서 주인공에게 파우와우 전단지를 건네주던 비버 이빨과 파우와우에서 재키와 앰풀을 나누던 덫 사냥꾼(역시 비버 이빨), 그리고 비쩍 마른 공사장 사장과 역시 비쩍 마른 모텔 관리인의 외모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요? 2부에서는 정말이지 곳곳에서 꿈에서나 볼 법한 데자뷔적 느낌이 반복됩니다. 잠자는 장면이 2부에 유난히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합니다. 우리가 모든 일이 다 잘되었다고 느끼며 책을 덮는데 혹시 쵤너는 여전히 도주 중이요, 우리의 주인공은 여전히 다리 위에 쪼그리고 앉아 꿈속을 헤매는 건 아닐까요? 비몽사몽 선잠 속에서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그저 꿈으로만 꾸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이것이 아마도 이 책을 덮는 순간 느껴지는 또 하나의 반전이요, 최대의 아찔함일 겁니다. ‘과연 2부는 꿈인가?’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그렇다면 아까 읽은 그 장면이 혹시 꿈을 암시했던 것……?’ 이 모든 것이 꿈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실이라고 믿은 모든 것이 암시가 되어 버리는 묘한 기분 속에서 여러분은 아마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낄 겁니다. (그러나 물론 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작가 역시 그 결정을 여러분에게 맡기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절묘한 구성과 심상을 잡아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을 영화처럼 오버랩시키는 뛰어난 문장력으로 닐스 몰은 2012년 독일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고 높은 수준의 교양 성장 소설을 창조해 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장담합니다. 여러분은 분명 간과해 버린 암시를 찾아 좀 더 완벽한 퍼즐을 맞추기 위해 다음 순간 이 책을 반드시 한 번 더 읽게 될 것입니다. 2014년 10월 ―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