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김륭  동시집  ,  방현일  그림
출간일: 2014.05.30.
정가: 10,800원
분야: 어린이, 문학
개성적인 동시로 평단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륭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 주변에서 신선한 모습을 찾아내거나 낯선 소재를 동시 속으로 옮겨오며 새로운 동시를 선보였던 시인은 이번 동시집에서 우주로 솟구쳐 오르는 기운찬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역동적인 상상력은 어린이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동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아울러 동시단에도 다시 한번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로 솟구쳐 오르는 상상력

 

 

 

등단과 함께 새로운 동시로 주목받아 온 김륭 시인은 『별에 다녀오겠습니다』에서도 신선하고 개성적인 상상력으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동안 익숙한 자연 풍경의 새 면모를 찾아내고 아파트나 프라이팬처럼 낯선 소재들을 동시 속으로 옮겨왔던 김륭은 이번 동시집에서 우주로 솟구쳐 오르는 기운찬 상상력을 선보인다.

 

 

 

 

좁은 골목길이 깊은 바다 밑 물고기 가시 같기도 하고 한 그루 나무 같기도 해 사람들 모두 잠든 밤, 달빛 속을 구불거리는 골목길을 가만히 일으켜 세우면 (…) 진짜 한 그루 나무로 변하지 두 팔을 하늘로 쭉 뻗어 올리며 마법을 부리지 골목길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어둡고 무거운 발자국을 가만히 달에 올려놓지 발자국을 울긋불긋 물고기처럼 풀어 놓지 오병식이 사는 집 지붕 위에 걸린 달이 눈부신 건 그 때문이야. —「발자국과 물고기」 부분

 

 

 

김륭의 동시에서 “좁은 골목길”은 “진짜 한 그루 나무”가 되고 그 나무를 일으켜 세우면 사람들 발자국이 달에 닿는다. “어둡고 무거운 발자국”은 달에 닿자 울긋불긋해지고 가벼워져서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닌다. 그의 동시가 감동을 전하는 것은, 사물과 사람을 은은한 달빛처럼 감싸 안는 따뜻한 마음씨 덕분이기도 하지만, 발자국이 달에 닿는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 역동적인 상상력의 역할이 크다. 그의 동시가 보여주는 기운찬 상상력은 거침없이 상상을 이어나가는 아이의 눈과 마음을 닮았다. 김륭 시인은 아이들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받아 적거나 닮아보려는 방식으로 새로운 동시를 선보이는 것이다.

 

 

 

 

 

 

 

별에 다녀오겠다고 나선 ‘오병식’은 누구인가

 

 

 

이번 동시집에는 여러 편에 걸쳐서 ‘오병식’이라는 아이가 등장한다. 오병식은 ‘달팽이’를 꿈꾸고(「머리말」), 수학 공부는 아예 꼴찌이고(「국어는 참 나쁘다」), 수업 시간에는 책상에 이마를 찧거나 쿨쿨 잠이 들었다가 별에 다녀오겠다는 엉뚱한 소리를 해대기도 한다.

 

 

 

국어책이 쿨쿨 잠든 사이 / 수학책 속의 숫자들이 꽁꽁 / 책상에 이마 찧는 사이 //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 (…) / 선생님한테 꽁꽁 꿀밤을 맞을 때마다 / 생기는 별은 몰라도 / 엄마와 아빠 생일은 까먹지 않게 / 수학 공부 좀 하고 오겠습니다 //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부분

 

 

 

오병식은 주변의 걱정을 독차지할 것 같지만, 김륭 시인은 충고나 조언을 하는 대신 엉뚱한 오병식을 가만히 바라본다. 오병식이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한발 물러나서 지켜보는 것이다. 그래서 오병식이 사는 셋방은 하늘로 올라가 달이 되고(「해피 버스데이」), 오병식의 발자국은 물고기가 되어 달에서 헤엄친다(「발자국과 물고기」). 사실 엉뚱함이란 자유롭게 생각하고 거침없이 행동하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는 말이며, 어린이의 특성이기도 하다.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 김륭 시인이 여러 편에서 ‘엉뚱한’ 오병식을 보여주는 이유는 규격화된 일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어린이 독자는 엉뚱한 친구 오병식을 만나서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어른 독자 또한 오병식을 만나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동시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동시집

 

 

 

김륭 시인은 기존의 동시와 확연히 구분되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새로운 동시를 기다려온 사람들에게 널리 환영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도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벽에 부딪히기도 하였다. 낯설고도 도전적인 그의 동시들은 이미지, 비유, 정서, 메시지 들이 그동안 동시에서 흔히 보아 오던 것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개성적이고 실험적인 동시들을 기관차처럼 힘 있게 밀고 나갔다.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했고, 아이와 사물을 관념화되지 않은 상태로 생생하게 바라보았으며, 성장이나 교훈과 같은 전통적인 주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기존의 동심주의 동시를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냈다. 새로운 시적 모험으로 가득한 동시집 『별에 다녀오겠습니다』는 다시 한번 동시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아울러 어린이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새로운 동시의 맛을 선사할 것이다.

목차

머리말 | 꿈이 ‘달팽이’라니,

 

 

제1부 오병식은 오병식답게

반달곰

엄마가 고등어를 굽는 동안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해피 버스데이

첫사랑

슬리퍼

양말 이야기

화이트 크리스마스

하품

올챙이의 꿈

길에서 눈을 딱 마주친 길고양이와 2초 동안

사과는 딱 한 번 웃는다

 

 

제2부 수상한 동물원

벌레들은 말이 너무 많다

수상한 동물원

코끼리

돼지가 쳐들어왔다

거짓말

119

오병식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

꽃그늘

나도 가끔씩 나를 위로하고 싶어

노크

해바라기 선풍기

꽃도 욕을 할까

달이 오지 않는 밤

 

 

제3부 달에 가는 물고기가 있다

오병식과 눈사람 소녀

발자국과 물고기

횟집에서 만난 애꾸눈 선장

고등어

가자미

숙제가 너무 어려워요

꽃이 우리 집에 오려면

고양이랑 알쏭달쏭

지네

국어는 참 나쁘다

두더지

하루살이 과외 선생님

유모차 일기장

 

 

제4부 오병식은 오늘 어른이 되었다

홍시

새의 신발

옥수수수염

달걀은 걸어간다

종이는 웃는다

사과나무 나라에서 사과는 폭탄

딱따구리 휴대폰

맛있는 기차놀이

토끼 귀걸이

꽃잠

치킨 박사

오병식은 오늘 어른이 되었다

제비꽃

 

 

해설 | 오병식과 함께 달에 가는 시인_김이구

저자의 말

꿈이 ‘달팽이’라니,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원한다   어느 날 문득 머리 위로 아이들이 튀어나왔어요. 비눗방울처럼 톡, 터뜨릴 듯 눈을 말똥거리는 그 아이들은 내 안에서 숨어 살던 아이들이었죠. 안녕, 나는 가만히 웃어 주었어요. 그때 한 아이가 물었어요. 시인 아저씨 꿈은 뭐예요? 꿈? 한동안 답을 하지 못했어요. 언제부터였을까요. 차라리 꿈을 잃어버렸다면 찾을 수나 있겠지만 꿈을 ‘빵’처럼 여기고 살았던 건 아닐는지요. 당황하던 나는 아이에게 물었죠. 그럼, 네 꿈은 뭐니? 에이, 내가 먼저 물었는데……. 아이는 또록또록 눈알을 굴리며 말했어요. 달팽이! 그리고 킥킥 웃었어요. 달팽이? 시인 아저씨도 우습죠. 왜 달팽이야? 우리 엄마 아빠처럼 집 걱정이 없잖아요.   꿈이 과학자도 대통령도 아닌 ‘달팽이’인 아이. 바로 그 아이가 이 동시집의 주인공 오병식이에요. 슬퍼도 슬퍼하면 안 되는 아이들, 아파도 아파하면 안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오병식이란 캐릭터를 통해 동시집에 담아 보고 싶었어요. 내가 오병식과 함께 엿본 꿈은 초록이고 오병식과 함께 학교에 가면서 본 바람 또한 초록이었지만 어른들의 모든 것은 하얗거나 검정에 가깝다는 것. 그래서 오병식이 가진 ‘달팽이의 꿈’ 속에 한 달을 넘게 얹혀살았어요. 그리고 지금, 곰곰 뒤돌아보면 꿈을 ‘달팽이’나 ‘고등어’라고 말할 수 있는 오병식 같은 아이들과 함께라면 시를 쓰지 않아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어쩌죠. 몸도 마음도 초록이 아니라 검정이어서 말이에요.   오병식이 꿈을 물었을 때 말을 하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죠. 지금까지 썼던 동시들을 다시 꺼내 읽어 보면서 알았어요. 나는 시를 잘 쓰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병식과 엉금엉금 개구쟁이 시절로 영영 살러 가기 위해 쓴다는 것을 말이에요. 꽃나무가 꽃봉오리를 터뜨릴 수 있는 것은 얼어붙은 땅속에서도 꿈을 꾸기 때문이죠. 깜깜하게 웅크린 씨앗을 생각해 보세요. 그러니까 꿈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땅속에서 피어나는 것인지 몰라요. 오병식이 사는 집, 작은 마당에서 꽃봉오리를 터뜨린 살구나무를 보며 생각했어요. 오늘 하루쯤은 오병식과 나란히 잠을 자다 방귀처럼 뿡! 꿈을 하늘에 터뜨려 보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먼저 오병식과 함께 가 볼 데가 있어요. 학교는? 눈을 동그랗게 뜬 엄마와 학교 선생님이 꽥꽥 못생긴 오리처럼 뒤뚱뒤뚱 쫓아오겠지만 무슨 상관이에요. 오병식은 이렇게 외칠 거니까요.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2014년 5월 ― 김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