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동화집으로, 길에서 주운 게 진짜 완벽한 모자인지 궁금한 토끼의 이야기를 담은 표제작 「내 모자야」를 비롯하여, 토끼, 호랑이, 아기 곰, 멧돼지 등 숲 속 동물들이 겪은 여러 사건을 재미있게 그렸다. 그림책에서 읽기책으로 나아가는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우리말을 명쾌한 구성 속에 담아냈다. 우리 동화에서 한동안 맥이 끊겼던 유년동화를 들고 나타난 신인 작가의 앞날이 기대된다.
★책 읽기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시리즈★
6‧7‧8세를 위한 첫 읽기책
• 어린이들에게 소리 내어 들려주기 좋은 동화
• 책 읽는 즐거움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이야기
• 그림책에서 읽기책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
• 명쾌한 구성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
•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문장
“의인동화가 드문 우리 동화 창작의 현실에 좋은 자극을 줄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다소 발전이 늦은 우리 유년동화의 저변 확대에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 심사평(김옥 김제곤 안미란 원종찬)
『내 모자야』는 아이다운 말과 행동이 잘 그려진 의인동화다. 우리 동화의 창작 현실은 저학년동화라 할지라도 눈높이가 대개 초등 3, 4학년에 맞춰져 있다. 유치원이나 초등 1, 2학년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또는 혼자 소리 내어 읽기 좋은 작품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내 모자야』의 미덕은 많다. 현실 논리에 갇혀 있지 않은 천진한 어린이의 특성들을 동물 캐릭터의 행동과 언어로 잘 표현했고, 서로 다른 동물 캐릭터들이 선명하게 떠올라서 저학년뿐만 아니라 유치원생들도 부모나 교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내 모자야』는 명쾌한 구성 속에 이야기를 담아 어린이 독자가 반길 만하다. 네 편의 동화 각각에 등장하는 고민과 갈등이 결말 부분에서 해결되거나 해소되어 책을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갈 것이다. 작가는 이야기 속에 동물들을 억지로 집어넣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동물들의 말과 행동을 차분하게 그려내면서 어린 독자들이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따라올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각 동화에 나온 동물들이 다른 동화에 다시 등장하고 같은 장면이 다른 시점에서 서술되면서, 동화책을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지루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으면서도 짧은 이야기에서 긴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생동감 넘치는 말투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작가가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활용한 덕분에,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기에도 적절하며,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나아가는 단계의 어린이들이 혼자서 읽을 수도 있는 유년동화이다.
『내 모자야』는 숲 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집이다. 그동안 동물 이야기를 다룬 의인동화들이 적지 않았지만, 『내 모자야』는 개성 넘치는 동물 캐릭터로 읽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간의 많은 의인동화들이 교훈을 전달하는 목적으로 동물들을 활용했다면, 『내 모자야』에 나오는 토끼, 호랑이, 아기 곰, 엄마 곰, 멧돼지 같은 동물들은 어린 독자들이 친구처럼 여길 수 있을 정도로 귀엽고 친근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아이들이 자신과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고 자신의 생활 모습을 비춰볼 수도 있을 만큼 생생하게 살아 있다. 표제작 「내 모자야」의 주인공은 ‘바지를 닮은 모자’를 주운 토끼다. 토끼는 길에서 주운 게 자신에게 꼭 맞는 모자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멋지다고 흔쾌히 얘기해주지 않자 점점 아리송해진다.
「한겨울 밤의 외출」에는 궁금한 게 많은 아기 곰이 주인공이다. 아기 곰은 누가 눈을 뿌리는지 궁금해서 숲에서 가장 높이 솟은 ‘하늘 나무’를 타고 하늘까지 올라가려고 한다. 「호랑이 생일」에는 친구들 모두가 자신의 생일잔치에 오지 않겠다고 하자 상처를 입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하는 호랑이가 주인공이다.
이처럼 『내 모자야』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교훈을 전달하는 대신, 유년기의 아이들이 겪을 법한 상황 속에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모험을 감행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자기를 닮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마음속에 담겨 있던 호기심과 고민과 외로움 같은 여러 감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아이가 그림책을 보며 자라서 동화책을 읽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지만 그림책과 동화책 사이에는 생각보다 깊은 간극이 존재한다. ‘책을 보는 것’에서 ‘책을 읽는 것’으로 옮겨가는 것은 커다란 전환이기 때문이다. 눈으로 책을 보던 아이가 스스로 읽고 이야기를 상상하며 나아가서 이야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그림책과 동화책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유년문학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의 유년문학에서는 독자들에게 뚜렷이 각인될 만한 작품들이 많지 않았다.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도 없지 않았지만 많은 창작자들은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 창작에 매진하면서 유년동화의 창작 자체가 많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해 창비출판사에서는 책 읽기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시리즈 ‘첫 읽기책’을 새롭게 선보인다. 『내 모자야』를 1번으로 시작하는 ‘첫 읽기책’은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나아가는 단계의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침체된 유년동화의 창작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 모자야
어흥을 찾아 주세요
한겨울 밤의 외출
호랑이 생일
동물 친구들을 꼭 기억해 주세요 몇 년 전, 텔레비전에서 호랑이를 보았어요.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눈이 휘날리는 겨울 산에 홀로 우뚝 서 있었지요. 누군가 하얀 도화지 위에 호랑이를 멋지게 그린 것 같았답니다. 그런데 왠지 호랑이가 힘들고 쓸쓸해 보였어요. 그래서 저는 호랑이에게 친구들을 만들어 주기로 했어요. 마음이 많이 여리지만 엉뚱한 토끼, 조금은 엄하지만 마음 따뜻한 곰 아줌마, 자꾸 다투지만 그래도 또 보고 싶은 멧돼지 친구를요.친구들을 만들어 주고 나니, 하얀 도화지에는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견뎌 내던 호랑이 대신 하루하루가 즐거운 장난꾸러기 호랑이가 서 있었답니다. 저도 가끔 자신감이 없어지곤 한답니다. 멋진 모자를 쓰고도 ‘과연 이게 진짜 나만의 모자일까’ 하면서요. 그래서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저 자신에게 자꾸 말을 걸었어요. “세상에 정답은 없어. 토끼를 봐.” “가끔은 호랑이처럼 철없이 굴어도 괜찮아.” “아무리 추워도 어디든 즐거운 구석은 있기 마련이지.” 응원 덕분일까요? 얼마 후,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제 글이 책으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요. 참 두근거리고도 신기한 일이에요. 제 상상이 글이 되고, 그 글이 모여 책이 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여러분들을 만난다는 사실이. 부디 여러분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여러분, 심심하고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동물 친구들을 꼭 기억해 주세요. 동물 친구들은 언제나 여러분의 곁에서 ‘곧 헤어질 겨울과 또다시 찾아올 봄’에 대해 밤새도록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임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