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세한 뚱보 천완균 ― “나도 마음만은 가녀리다구.”
눈물 많은 겁쟁이 하승언 ― “우리 우정 변치 말기다?!”
불굴의 의리파 최성운 ― “내 친구들 건드리지 마!”
로맨티스트 모범생 강영인 ― “훗, 시험 따위. 사랑이 제일 소중해.”
『완득이』보다 못 말리는 녀석이 나타났다! 창비청소년문학상의 여섯 번째 수상작 『비바, 천하최강』은 유쾌하고 따뜻한 소년들의 질풍노도 성장기로, 개성 넘치는 네 명의 단짝 친구가 벌이는 에피소드를 경쾌하게 담아냈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 소년의 학창 시절이 소설의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삼십 대가 된 주인공이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추억을 하나씩 돌이켜 보는 구성이 독자의 몰입을 돕는다. 생생하게 구현된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사건의 연속,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설정이 한번 손에 쥐면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만드는 소설이다.
천·하·최·강 크로스! 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제목 ‘비바, 천하최강’은 네 친구가 뭉치면 못할 것이 없던 시절을 환기하면서 그때가 영원하기를 기원하는 주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천하최강’은 네 명의 주인공 천완균, 하승언, 최성운, 강영인의 성을 따서 지은 별칭이기도 하다. 작가 정지원은 화자 승언이의 목소리를 통해 ‘천하최강’ 네 친구가 함께한 빛나는 순간들을 하나씩 복원해 낸다.
“그 무엇도 이루려고 애쓰지 않던 시간, 굳이 기억할 필요도 없는 그 시간이 암기를 강요받던 수업시간보다 선명히 기억에 남아 있”다는(12면) 경험은, 학창 시절을 지나온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것이다.
‘천하최강’이 모여서 벌이는 일이란 목적지도 없이 자전거 타기, 친구네 집에 모여 철 지난 액션 영화 보기 같은 사소한 것들이다. 그러다 학교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선생님 ‘귀관’을 골탕 먹이려고 차에 콩알탄을 심어 놓기도 하고, 재미없는 교육용 비디오를 야한 영화와 바꿔치는 짓궂은 장난도 친다.
그러던 중 엉뚱하게도 선생님의 차가 급발진 사고를 일으키는 순간을 목격하고 재빨리 119에 전화해 선생님을 구조하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한 살 많은 껄렁한 복학생이 학교에 오면서 완균이가 덩치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자 이를 참다 못한 성운이는 무협 만화를 연상시키는 한 판의 결투로 복학생을 무릎 꿇린다.
이처럼 『비바, 천하최강』은 학업에 찌들어 친구 사이조차 긴장과 폭력 관계로 변질되어 버린 요즘 세태에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우정이 얼마나 아름다운 가치인지를 되새겨 보게 한다.
4인 4색 소년들이 펼쳐 보이는 청춘 열전
『비바, 천하최강』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주인공 네 친구의 개성 있는 캐릭터다. 소설의 화자 승언이는 눈물 많고 겁 많은 소심한 녀석이지만 늘 엉뚱한 상상을 하는 4차원적 면모도 지니고 있으며, 그 누구보다도 친구들을 믿고 아낀다. 성운이는 공부는 뒷전에다 연애편지 쓰는 것도 어려워해 승언이에게 부탁하기 일쑤지만 주먹만은 1등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자에겐 정의롭게 맞선다. 나름대로 ‘싸울 때는 혼자, 놀 때는 다 같이’라는 신조도 갖고 있다.
영인이는 성운이와 반대로 전교 1, 2등을 다투는 우등생인데, 전형적인 모범생 대신 개성 넘치는 인물로 형상화되었다. 내기에서 진 성운이에게 벌칙으로 지하철에서 이소룡 흉내를 내게끔 곯려 주는가 하면, 재수생일 때는 수능을 포기하고 사랑을 택하는 로맨티스트의 면모도 보인다.
완균이는 뚱뚱하다고 놀림받지만 마음만은 섬세한 캐릭터다. 이들의 청소년기 모습은 성인이 된 후에도 이어지며 각기 변주되는데, 승언이는 겁 많던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해 복싱의 맛을 알아 가고, 성운이는 여전히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위험에 처한 여자아이를 구하다가 부상을 당한다. 다시 만난 이들이 우정을 확인하는 마지막 장면은 유쾌하던 지난날의 에피소드와 대조를 이루며 큰 비애와 감동을 동시에 안겨 준다.
1990년대를 돌이켜 보는 복고풍 이야기의 신선함
『비바, 천하최강』은 이소룡이냐 성룡이냐를 놓고 입씨름을 하는 등의 복고풍 에피소드를 소재로 신선함을 안기면서도 변치 않는 우정의 소중함을 주제로 지금의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보편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창비청소년문학상의 심사 과정에 참여한 청소년 심사단 역시 오히려 “요즘 이야기가 아니어서 신선했다.”고 평했는데, 이는 지금 현재의 학교생활, 친구 관계만이 청소년들이 원하는 청소년소설의 전부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심사위원들은 “시작과 끝은 현재, 이야기의 몸통은 과거인데 과거의 이야기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동원된 소품들이 예전의 것일지라도 인물들에게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평하면서, 『비바, 천하최강』이 우리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출발역 _ 88이라는 이름의 전차
첫 번째 역 _ 지하철 용쟁호투! 이소룡 VS 성룡
두 번째 역 _ 천하최강! 우리는 세상에 없는 것을 가지게 되었다
세 번째 역 _ 페가수스 성운권! 일어나라 주먹의 성자여
네 번째 역 _ 뽀뽀뽀, 시네마 천국
다섯 번째 역 _ 머저리와 병신, 도둑맞지 않은 편지, B 이사장과 러브 레터
여섯 번째 역 _ 식물들의 연애
일곱 번째 역 _ 컴 백 홈! 떠나간 마음보다 폐차장
여덟 번째 역 _ 링이라는 이름의 도마
아홉 번째 역 _ 축가와 빈칸 채우기 문제
열 번째 역 _ 마지막 인사, 최후의 우주인
열한 번째 역 _ 빈소, 죽음의 상인
도착역 _ 비바, 천하최강!
작가의 말
전사자들 대부분은 한때 전쟁 영웅이 되기를 꿈꾼 적이 있었을 것이다. 처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나 역시도 내 모든 문제가 해결될지 모른다는 기대에 잠시 즐거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들이 다 덧없는 허영이었음을 알겠다. 원고를 다듬으면서 나는 알 수 없는 꿈들에 시달렸는데, 그 징조들이 이제 와서 두렵다.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몰락을 두려워하는 동안 내 이십 대는 숨이 멎었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오래전 임종을 맞이한 바 있는 유년기와 십 대 시절 또한 알고 보면 모두 나의 일부였으니, 나는 실로 겁 많은 인간이었다. 이 겁쟁이가 참호 밖으로 나갈 결심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드린다. 오늘의 기쁨은 곧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가 되어 돌아올 것인데, 노력 말고는 어떤 방법도 없을 것이다. 졸업한 뒤에도 나는 수험생이었고, 숨어서 원고를 만들어야 했다. 깊은 밤 어머니가 잠들면 나는 몰래 옥상에 올라가 스탠드를 세우고 모기장을 친 다음 글을 썼다. 허겁지겁 자판을 두드리던 여름밤은 참 짧고 아름다웠다. 너무나 행복해서 아프던 그 시간 동안, 나는 언젠가 모두 행복해지는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오늘보다 더 불행해져야 할 것이다. 그간 이런 나를 지탱해 주신 어머니께, 그리고 이승보다 아름다운 곳에서 나를 지켜 주시는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이 책의 이야기는 내 학창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이제 나는 천하최강의 모델이 되어 준 친구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게 되었는데, 그래도 이 책만큼은 누군가에게 유쾌한 휴식 또는 묵은 추억을 되살릴 주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 유쾌하던 시절의 기억은 내 소중한 자산이다. 그 유리알처럼 예쁜 기억들에게도 감사한다. 내가 이십 대였을 때, 삼십 대를 생각하는 것은 왠지 대기권 바깥을 노리는 허황한 일 같았다. 정작 서른이 되고 보니 삼십 대라는 건 나이 든 어머니처럼 은근슬쩍 다가와 종종 등짝을 후려갈기는, 그런 세월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러 감사한 분들 앞에 서서 손을 떨던 시상식 날, 잠깐이었지만 나는 정말 우주 비행사가 된 것 같았다. 이제야 서른 살이라는 나이가 두 번째 청춘이 시작되는 시기라는 말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가 나를 작성했다. 그러니 지은이 소개란의 빈자리는 이야기의 것이다. 그럴 수 있는 힘을 준 이야기에게 감사한다. 2013년 봄, 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