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창비어린이』 39호의 특집 주제는 ‘아동문학과 폭력’이다. 폭력을 다룬 문학 작품을 읽을 때 많은 독자들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책을 읽는 동안 폭력 상황을 작품 속 인물과 함께 감수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인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어린이 독자도 동화를 읽으며 폭력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삶을 파괴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런 경험은 폭력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피해자와 연대하겠다고 결심하거나 가해의 배경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한다. 폭력을 넘어서는 반(反)폭력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은 이원수와 손창섭의 작품을 중심으로 동화가 어떻게 폭력을 드러내면서 난폭한 행위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를 파고들어 공감의 가능성을 탐색하는지 분석한다. 나아가 눈에 보이는 폭력의 뒤편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마음에 입은 상처를 어떻게 회복하고 함께 연대해나갈 수 있을지를 전망한다.
동화작가 배봉기는 최근에 발표된 동화들이 폭력을 다루는 관점에 대해 분석한다. 한국사회의 폭력적 상황이 동화작가들로 하여금 폭력을 주제로 한 작품을 쓰게 한다고 전제하면서, 폭력을 다루는 세 가지 시선을 살펴본다. 해결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희망을 주는 시선, 환상과 상상의 서사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명확하고 풍부하게 드러내는 시선, 독자가 희망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시선 등 세 갈래의 시선을 통해 동화가 폭력을 다루는 방법을 살펴본다.
여러 편의 청소년소설을 쓴 작가 이현은 그동안의 창작 경험을 토대로 청소년소설이 어떻게 폭력이라는 주제에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다룬다. 먼저 청소년소설이 폭력을 다뤄온 과정을 짚어보며, 청소년소설이 폭력을 다루는 방식을 두루 살펴본다. 그리고 책을 읽을 시간도 여유도 없는 청소년 독자와의 접점을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그들의 현실을 어떻게 표현해내야 하는지에 대해 모색한다.
[연재] 서천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연재 두 번째 편. 이번 회에서는 「아이와 함께 자라는 아이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이 잠자기 전에 읽어주는 ‘잠자리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천석은, 아이들은 밤에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자신이 잠자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고 또 두려워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신이 잠든 사이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는 일을 하거나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기 근처에 있어야 할 부모가 사라진다고 여기기 때문에 잠드는 걸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면서 부모를 만지려 하는 것도 그러한 두려움의 표현이며, 아이들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부모에게서 벗어나 더 많은 것을 탐색하는 길에 나서게 된다고 말한다. 잠을 자면서 꿈이 자라고 꿈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자란다는 분석이 따뜻하고 섬세하다.
[연재] 그 작품 그 작가: 『바보 온달』의 작가, 이현주를 만나다
한국 아동문학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작품과 작가에 대해 알아보는 연재 [그 작품 그 작가]에서는 『바보 온달』의 작가 이현주를 만난다. 이현주는 동화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1960년에 어떻게 동화를 쓰기 시작했는지, 산업화•근대화가 이루어지던 1973년에 어떻게 우리 설화를 바탕으로 『바보 온달』을 쓰게 되었는지 들려준다. 이현주는 『바보 온달』을 설명하면서, 사랑은 결국 내가 사랑하는 대상과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며, 사랑한다는 이야기는 하나가 되고 싶다는 욕망의 표현이라고 본다. 그런데 평강은 온달을 자신한테 일치시키려 했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에 이르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바보 온달은 평강을 만나 장군이 되는 과정은 참된 자아를 잃어버리는 과정이며, 바보 온달의 모습은 산업화·근대화 과정에서의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아울러, 아이들이 누가 알려주고 가르쳐준 이야기들을 의심하면서 자기 스스로 생각해보기를 당부한다. 이현주가 40여 년 동안 유지해온 생명과 평화를 향한 일관된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바보 온달』에 담긴 문학적 깊이와 사상체계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평론] 성폭력 비극의 시각화
평론란에는 「성폭력 비극의 시각화」가 실렸다. 김환희는 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빨간 옷을 입은 소녀(The Girl in Red)』가 옛이야기의 잔혹 모티프와 성적 코드를 어떻게 재해석해서 보여주는지 살펴본다. 김환희는 그림형제가 쓴 ‘빨간 모자 이야기’의 해피엔드는 빨간 모자가 사냥꾼이라는 남성에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확보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아동 성폭력의 본질적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반면에 애론 프리쉬와 인노첸트는 늑대와 사냥꾼을 같은 인물로 그려내며 이 부분을 새롭게 해석해냈다고 분석한다. 인노첸티와 프리쉬는 구원자와 가해자로 대립되던 사냥꾼과 늑대를 '한 남자의 두 얼굴'로 설정함으로써 성폭력 가해자가 지니는 양면성을 잘 보여주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빨간 옷을 입은 소녀』가 아이들에게 “이 험난한 세상에서 너희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너희 자신밖에 없으니 아무도 믿지 말고 늘 조심하고 서로 도우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는 마무리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신작 동시, 동화, 청소년소설 外
창작란에서는 한윤섭, 조성은, 임태희의 신작 동화와 최양선의 신작 청소년소설이 실렸다. 동시 필자로는 안학수, 박일환, 박승우가 참여했다. [조그만 사진첩]에서는 언론인이자 정치가로 활약했던 여운형의 글 「정치가가 되려면」을 소개한다. [백창우의 노래 엽서]에서는 백창우가 자작곡 「안녕, 반가워, 사랑해, 고마워, 또 만나」를 한국어, 중국어, 베트남어, 필리핀어, 일본어, 태국어, 러시아어, 몽골어, 영어 가사로 소개한다.
[발표]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 창비청소년도서상
이번호에는 여러 공모의 발표가 있다. 먼저 제4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발표가 실렸다. 동시·동화·청소년소설·평론 부문 수상자 김성민, 신남례, 범유진, 김유진의 작품과 수상 소감, 심사평이 실렸다. 그리고 제6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자 발표와 심사평, 수상자 정지원의 수상 소감이 실렸다. 마지막으로 제3회 창비청소년도서상 수상자 발표와 심사평, 교양 기획 부문 수상자 안소정과 학습 기획 부문 수상자 김슬옹의 수상 소감이 실렸다.
책머리에
오세란
지난호 이렇게 읽었다
우경숙 이여름
국내외 동향 한국 일본 미국
특집 아동문학과 폭력
김지은 / 한국 아동문학, 폭력의 역사
배봉기 / 최근 동화가 폭력을 보는 세 갈래 시선
이 현 / 청소년소설이 폭력을 다루는 방식
창작
동시
안학수 / 요즘 섬 자락 외 1편
박일환 / 거울 놀이 외 1편
박승우 / 다람쥐 외 1편
동화
임태희 / 짝 노릇
조성은 / 사랑
한윤섭 / 비단잉어
청소년소설
최양선 / 상대의 법칙
평론
김환희 / 성폭력 비극의 시각화
계간평
박숙경 / 이 계절에 눈길을 끄는 책
연재_ 그 작품 그 작가 (2)
유영진 / 『바보 온달』의 작가, 이현주를 만나다
연재_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2)
서천석 / 아이와 함께 자라는 아이의 꿈
어린이와 세상
김경희 / 놀 권리, 불안과 함께 사라지다
윤영희 / 두 문화의 경계에 선 아이들
공진하 / ‘요즘 아이들•백서’_하이파이브
서평
김장성 / 백희나 『장수탕 선녀님』
최종득 / 민경정 『엄마 계시냐』
신수진 / 한윤섭 『우리 동네 전설은』
원종찬 / 박지리 『맨홀』
오창길 / 모리 겐 『쓰나미의 아이들』
조그만 사진첩 정치가가 되려면―여운형
백창우의 노래 엽서
백창우 / 우리는 모두 친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