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5부로 구성된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1』은 70년대 백낙청 비평의 성과를 중간결산한 평론집으로,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이라는, 현재까지 연면히 이어지는 그의 문학적 인식의 근본을 정초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제1부 첫머리에 실린 「시민문학론」은 60년대를 이끈 4․19정신의 퇴조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해 서구 시민문학 전통과 한국의 문학사적 자산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현실에 대한 문학적 실천을 강조한 글로서, 이후 '민족문학론'으로 이어지는 백낙청 평론의 중요한 쟁점들을 미리 포함하고 있다. 「문학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에서는 똘스또이의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들어 현대예술의 ‘비인간화’ ‘반민중화’에 맞서 리얼리즘을 옹호하며 역사발전에 기여하는 참다운 예술의 의미를 묻는다.
제2부의 「민족문학 개념의 정립을 위해」는 당시의 민족문학 논의를 정리하면서 본격적으로 민족문학의 개념을 논한 글이다. 민족문학을 “‘민족’이라는 단위로 묶여 있는 인간들의 전부 또는 그 대다수의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을 위한 문학”으로 파악하고 우리 문학이 반식민, 반봉건적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근대적 시민문학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그것이 곧 세계문학의 선진적 과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아가 민족문학 논의를 한층 심화시킨 「역사적 인간과 시적 인간—민족문학론의 창조적 지평」에서는 구조주의 비평에 대한 비판을 통해 폐쇄적인 예술관과 역사관을 논박하며 진정한 시적 새로움이 역사적 새로움과 이어질 수 있음을 드러낸다.
제3부에서는 콘래드와 워즈워스, 아르놀트 하우저와 D. H. 로런스 등 외국의 (문학)작품을 분석한다. 저자가 영문학연구에서도 큰 일각을 이루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거니와 친절한 분석과 정연한 논리로 외국문학을 검토함으로써 문학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이러한 작업은 한국문학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지닌다.
제4부는 본격적으로 한국문학의 리얼리즘 문제를 진단하는 글들이다. 「한국소설과 리얼리즘의 전망」을 필두로 김수영, 신경림, 김정한, 황석영 등의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리얼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형상화되었는지를 살핀다. 아울러 「사회현실과 작가의식」 「분단시대 문학의 사상」 등의 글들은 좀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당대의 현실 속에서 작가가 어떠한 자세로 문학에 임해야 하는지 논의한다.
제5부에 실린 「새로운 창작과 비평의 자세」는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호에 실린 권두논문으로, 한국사회에서 문학인과 지식인이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 고찰한다. 저자는 문학의 순수성에 대한 논의를 풍부한 이론적 바탕 속에서 면밀히 검토한 끝에 ‘문학이 놀이가 될 수 없는’ 한국의 억압적 현실을 절감하며 한편으로 작가들이 분단체제의 악조건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데서 극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역사적 실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총 2부로 구성된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는 1979년 간행된 저자의 두번째 저서이다. 문학은 물론 사회평론 내지 정치논설 성격의 글이 포함되었는데 대부분 유신체제하 해직교수 시절 쓰여져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가 짙게 녹아들어 있다.
제1부에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글들을 모았다. 「문학이란 무엇인가」와 「문학작품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문학의 출발점이 민중 속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한 바, 저자의 문학론을 본격적으로 접하기 전에 일독하면 좋을 만한 글이다. 「민족을 위한 복음을-한국 가톨릭에 바란다」 「민족현실과 인권사상」 「대중과 역사의식-오늘의 한국문학과 관련하여」 「여성운동에 대한 나의 관심」 등의 글에서는 당시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가운데 여러 영역에 걸친 투쟁이 비로소 변혁을 가능케 한다는 저자의 너른 진보적 전망을 확인하게 된다. 「서로 배우는 대학」 「공과 사」 「걸어다니는 화폐」 「퓨즈의 용도」 등은 70년대 중반 일간지에 기고한 글들로 짧지만 흥미로운, 지금 발표되어도 손색없는 시사성을 담고 있다.
제2부는 세 편의 굵직한 글들로 짜여져 있다. 「인간해방과 민족문화운동」은 인간해방을 위한 운동은 반드시 민족문화운동의 성격을 띠어야 한다는 주장하에 민족문화운동의 성격을 탐구하고 이것을 새로운 시각의 ‘과학성’과 연계해 고찰해나간다. 저자는 사람됨의 참모습에 대한 통찰이야말로 참된 의미의 과학인바, 이러한 과학정신과 결부된 민족문화운동이 곧 ‘동시대 최고의 세계관’에 입각한 해방의 길이라는 견해를 피력한다.
한편 저자는 「민중은 누구인가」에서 생활상의 욕구와 악에 대한 응징이 역사발전의 동력이었음을 인정하는 가운데 이것이 단순한 이기심과 복수가 아닌 정의와 평화의 실현으로 수렴되는 속에 진정한 진보가 구현된다고 역설한다. 마지막 글인 「제3세계와 민중문학」은 아프리카문학, 미국 흑인문학, 팔레스타인 문학 등의 사례를 통해 제3세계의 모순이 어떻게 문학에 형상화되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제3세계의 여러 민족과 민중에게 안겨진 현단계 인류역사의 사명에 부응하는 문학만이 그 나라의 진정한 민족문학이요 우리가 더불어 손잡아야 할 제3세계문학이며 훌륭한 세계문학의 일원”이라는 시각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이같은 작업은 제3세계문학과의 연대는 물론 우리의 민족문학이 세계문학의 당당한 주체임을 깨닫는 동시에 올바른 방향의 민족, 민중문학으로 나아갈 바를 확립하는 길로 이어진다는 것이라는 언명으로 이어진다.
저자의 민족문학론은 한국현대문학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담론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왔다. 변화한 시대상에 따라 문학작품의 양상 또한 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분단체제가 종식되지 않고, 여러 모순에 신음하는 이들이 엄존하는만큼 민족문학론의 의의는 퇴색되지 않았다. 이 책은 저자의 초기 평문들을 접하려는 연구자들뿐 아니라 우리 문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이들, 나아가 한국사회의 변화를 희망하는 이들 모두에게 중요한 길잡이로 길이 남을 것이다.
합본 머리말-합본 평론집을 펴내며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1』 차례
책머리에
제1부
시민문학론
1. 시민과 소시민
2. 서구 시민문학의 전통
3. 한국의 전통과 시민의식
4. 1960년대의 한국문학
한국문학과 시민의식
문학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제2부
민족문학 개념의 정립을 위해
현대문학을 보는 시각
역사적 인간과 시적 인간—민족문학론의 창조적 지평
1. 서론: 민족문학론의 현황
2. 현실과 작품: 형식과 내용의 문제 재론
3. 역사적인 것과 거룩한 것
4. ‘참여시’와 민족문제
제3부
콘래드문학과 식민지주의—「어둠의 속」을 중심으로
시와 민중언어—워즈워스의 『서정담시집』 서문을 중심으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해설
D. H. 로런스의 소설관
제4부
한국소설과 리얼리즘의 전망
김수영의 시세계
시집 『농무』의 발간에 부쳐
문화연구의 자세와 민족문학—김정한의 「수라도」를 중심으로
변두리 현실의 문학적 탐구—박태순․황석영․조선작의 근작 몇편
방영웅의 단편들
사회현실과 작가의식
예술의 민주화와 인간회복의 길
분단시대 문학의 사상
문화의 대중성과 예술성—1978년을 내다보며
제5부
새로운 창작과 비평의 자세
1. 문학의 순수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2. 문학의 사회기능과 독자
3. 한국의 문학인은 무엇을 할까
4. 회고와 전망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 차례
책머리에
제1부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작품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서로 배우는 대학
민족성
수신제가
걸어다니는 화폐
퓨즈의 용도
기다림의 참뜻
민족을 위한 복음을—한국 가톨릭에 바란다
민족현실과 인권사상
하나의 세계를 지향하는 한민족의 이상
대중과 역사의식—오늘의 한국문학과 관련하여
여성운동에 대한 나의 관심
제2부
인간해방과 민족문화운동
1. 머리말
2. 인간해방운동과 민족주의
3. 분단상황에서의 민족운동
4. 민족문화운동과 과학정신
민중은 누구인가
제3세계와 민중문학
1. 민족문학론의 전개와 제3세계문학
2. 민중의 입장에서 보는 제3세계
3. 제3세계문학에 대한 몇가지 고찰
4.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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