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아동문고 256

하얀 얼굴

고재현  지음  ,  김종렬  지음  ,  박관희  지음  ,  박소율  지음  ,  방미진  지음  ,  안미란  지음  ,  오시은  지음  ,  원종찬  엮음  ,  이고은  그림
출간일: 2010.06.30.
정가: 13,800원
분야: 어린이, 문학
한국 동화의 새로운 시도-호러 동화가 주는 오싹한 재미와 슬픈 감동

 

 

 

 

공포는 기쁨이나 슬픔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이며 흡인력이 막강하다. 어린이들은 학교 안팎을 끊임없이 떠도는 각종 ‘괴담’에 쉽게 매혹되고 때로는 그로 인한 불안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무서운 이야기’는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공포 문학 중에는 『프랑켄슈타인』 『검은 고양이』 등 뛰어난 문학성을 자랑하는 작품도 많다. 아동문학평론가 원종찬은 “우리가 공포에 매혹되는 것은 인간의 삶을 더욱 깊이 알고 싶기 때문”(「엮은이의 말」에서)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초적인 자극만을 남발하는 조잡한 괴담 책들 때문에 공포물은 무조건 어린이에게 해롭다는 오해가 널리 퍼져 있다.

 

 

 

『하얀 얼굴』은 믿을 만한 중견, 신인 동화작가 7명이 함께한 호러 동화집이다. 평범한 일상의 단면을 작가의 눈으로 날카롭게 포착해 인간의 그릇된 욕망과 사회 부조리를 드러내는 문제작들로, 문학성을 담보하고 있으면서도 어느 한 편 예외 없이 오싹하다. 집단 따돌림, 억압적인 교육 현실, 가족 해체, 폭력적인 도시 재개발 등 이미 익숙해진 현실 문제에 서려 있는 힘없는 사람들의 슬픔과 불행을 고장 난 엘리베이터, 공터의 고양이 울음소리, 학교 전설 등 어린이들의 관심을 끄는 소재들과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일상에 똬리를 튼 공포-억울하고 슬픈 사연이 공포의 씨앗이 된다

 

 

 

어린이들에게 친구, 가족 등 ‘관계’에 대한 고민은 어떤 것보다 절박하다. 집단 따돌림이나 무관심에 고통 받는 삶이 주는 공포는 그만큼 깊고 거대하다. 「너만 만날래」(고재현)의 진태는 놀림받는 친구를 외면했다는 가책 때문에 겁에 질려 있고, 「귀신 단지」(방미진)의 승애는 아이들 사이에서 돋보이려고 기를 쓰다가 귀신에 씌고 만다. 「덤불 속에서」(오시은)의 재민이는 아이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려다 저보다 약한 고양이를 죽게 한 뒤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사나운 아이가 된다.

 

 

 

「누구일까?」(박소율)는 서로에게 무심해져가는 가족관계를 미니홈페이지 속의 그것으로 뒤바꾸었다. 방의 가구들이 수시로 바뀌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채니가 자신이 누군가의 아바타라는 사실을 깨닫는 마지막 장면은 우리 동화에서 보기 드문 반전의 재미를 준다. 표제작 「하얀 얼굴」(안미란)에는 억울하게 죽은 아이와 관련한 학교 전설,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는 전학생 등 전통적인 ‘괴담’의 소재가 등장한다. 안미란은 중견작가다운 능숙한 솜씨로 독자의 시선을 교란하다 예상치 못한 결말을 제시한다. ‘호러 동화’다운 서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사회적인 부조리에 숨은 공포를 끌어낸 작품들도 있다. 「수업」(김종렬)은 살인적인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의 현실을 차가운 은유로 그려냈다. 문제를 풀면 밖으로 나갈 수 있고 실패하면 어떤 벌을 받는지 알 수 없는 스산한 교실 풍경은 어쩌면 은유가 아니라 현실의 모습 그대로다. 「마중」(박관희)은 힘없는 사람들을 짓밟고 이뤄지는 재개발사업이 한 가족에게 드리운 불행을 그렸다. 유령이 된 아버지와 아들의 재회가 공포의 밑바닥에 있는 슬픔을 일깨운다.

 

 

 

 

 

 

 

공포의 뿌리를 아는 것-건강한 삶을 위한 첫걸음

 

 

 

이 책을 엮은 아동문학평론가 원종찬은 “공포의 뿌리를 아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위한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라 지적하면서 호러 동화가 다루는 좌절이 개인의 그릇된 욕망에 의한 것이든 잘못된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든, 그것을 부추기는 사회 풍조를 직시할 것을 주문한다. 숨겨둔 억압과 불안의 씨앗이 남몰래 자라 어린이를 옥죄는 덩굴이 되기 전에, 거기 숨은 문제를 대면함으로써 해결할 힘을 기르고 현실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목차

고재현 「너만 만날래」

김종렬 「수업」

박관희 「마중」

박소율 「누구일까?」

방미진 「귀신 단지」

안미란 「하얀 얼굴」

오시은 「덤불 속에서」

 

엮은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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