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청소년문학 29

싱커

배미주  장편소설
출간일: 2010.05.15.
정가: 11,000원
분야: 청소년, 문학
전자책: 있음
도서상태: 절판

 

 

 

『완득이』『위저드 베이커리』를 잇는 강렬한 미래소설

 

 

제3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자들이여, 싱커에 접속하라!

 

 

 

『완득이』『위저드 베이커리』를 선보이며 한국 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이끈 창비청소년문학상의 세 번째 주인공 『싱커』가 출간되었다. 배미주 작가의 장편소설 『싱커』는 지구가 빙하로 뒤덮인 미래, 지하에 거대도시를 건설해 살아가는 인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기계문명에 둘러싸여 자라온 소녀 미마는 게임 ‘싱커’를 통해 자연이라는 세계에 눈뜨게 된다.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서사 속에 풍부한 과학적 지식과 날카로운 사회의식을 녹여낸 이 작품은 2010년, 한국문학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싱커』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창비청소년문학상의 성과를 잇는 올해의 기대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으며, 우리 문학에서 가장 취약한 미래소설 부문에서도 뚜렷한 이정표가 되리라는 데 공감했다. 미래사회를 설득력 있게 축조하는 데 가장 필요한 대목이, 낯설지만 낯익은, 그 분열적인 감각을 독자에게 정교하고 치밀하게 소통시키고 납득시키는 것이라고 할 때, 이 작품은 매우 성공적일뿐더러 놀라운 진경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와 현재, 가상과 실재를 동시에 포착해낼 줄 아는 상상력은, 비단 청소년문학에서뿐 아니라 모든 문학예술 분야에서 드물게 소중한 재능이며 덕목이다. 낯선 미래사회로 단도직입하는 첫대목의 장력을 성공적으로 돌파한 독자라면, 평생 경험할 수 없는 기막힌 인생 게임 한 판을 성공적으로 마친 보람과 기쁨, 흥과 사색을 동시에 얻게 될 것이다. 청소년 심사위원단의 소감처럼 독자들은 게임 ‘싱커’를 실제로 해보고 싶은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힐 것이다. 우주적 연대기의 서장과 같은 느낌이 다분한 2010년, 어쩌면 ‘싱커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태어날지도 모르겠다.

 

 

―심사위원 원종찬 전성태 권여선 조은숙

 

 

 

 

 

‘플레이’하는 순간 잠들었던 아마존이 숨을 쉰다

『싱커』는 게임을 통해 자연 세계에 접속한다는 파격적인 발상으로부터 출발한다. 미래의 인류는 급속히 변화하는 기후의 위협 속에서 한반도 일대에 거대 돔을 씌우고 전 세계의 동식물을 공수받아 신(新)아마존이라는 관광 특수 지역을 개발한다. 그런데 빙하기가 오면서 신아마존은 폐쇄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졌으나, 신아마존의 동식물들은 강인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나름의 생태계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싱커’란 이 신아마존에 살고 있는 동물의 의식에 접속(싱크)하여 그 동물의 감각을 그대로 느끼는 게임을 뜻한다.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원시림과 미지의 야생동물, 태초의 변화무쌍한 기후를 간직한 아마존을 배경으로 한 시원한 무대 설정은 한국문학의 시공간을 단번에 한 차원 높은 곳으로 확장시킨다. 아찔하도록 강렬한 색색의 이국적인 풍경과 코끝에서 맡아지는 듯 풍부한 후각 묘사는 금지된 구역에 첫발을 들여놓은 주인공 미마의 긴장감과 설렘을 고스란히 전한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각자가 또 한 명의 ‘싱커’가 되어, 미래 사회와 경이로운 자연에 동시에 접속하는 행운을 누리게 될 것이다. 폐쇄된 신아마존, 이제껏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비밀의 세계가 독자의 눈앞에 펼쳐진다.

 

 

 

 

 

새로운 세대, 새로운 감각, 새로운 소설 

 

 

 

『싱커』를 설명하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는 바로 ‘게임’과 ‘생명’이다. 언뜻 너무나 동떨어진 듯한 두 키워드는 실은 다가오는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게임과 생명이라는 이질적인 소재가 하나로 결합해 벌어지는 화학작용은 이전의 상식적인 상상력을 단호히 거부한14다. 이 작품의 중요한 주제인 ‘생명의 소중함’을 작품 속 주인공들이 이성이 아닌 본능으로 깨우치는 과정은 인간의 유희 본능과 맞닿아 있기에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작품 속에서 ‘싱커’를 즐긴 청소년들이 극적인 자아 변화를 체험했듯, 자발적인 책임감이 동반된 게임 감각은 인간에게 내재된 원초적인 생명력을 일깨우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싱커』는 자연과 생명의 위대함에 경도되지 않고, 그 안에 녹아들어 자유롭게 한바탕 ‘놀 줄 아는’ 신인류의 등장을 예고한다.

또한 『싱커』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맺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뿐만 아니라, 현실을 인식하는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이 빛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래 사회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의 사회상을 은밀히 비추어 보이는 이 작품은 하나의 문학적인 은유이다. 역사와 미래를 관통하는 자연의 치유와 생명력은 2010년 한국 사회에도 분명 유효한 메시지를 남긴다. 또한 앞서 언급한 장점들이 결국 인간에 대한 긍정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더 큰 호소력을 지닌다. 인류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계층과 종을 뛰어넘는 주인공들의 진한 우정은 ‘감성 SF’의 진수를 보여준다.

 

 

 

 

 

『완득이』『위저드 베이커리』를 잇는 청소년문학의 이정표

『완득이』『위저드 베이커리』에 이은 제3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싱커』는 여느 때보다 많은 73편의 응모작 중 심사위원단(원종찬, 조은숙, 권여선, 전성태)의 만장일치로 당선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우리 문학에서 가장 취약하다 할 수 있는 미래소설 부문에서 빼어난 성과로 기록되리라 평했으며, 창비청소년문학상의 성과를 잇는 올해의 기대작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싱커』는 건강하고 진지한 청소년 캐릭터들을 통해 새로운 세대를 향한 아낌없는 신뢰를 보여준다.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하려는 작가의 소통 방식 역시 젊은 독자층의 뜨거운 지지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미래소설에 대한 새로운 제언인 『싱커』는 출간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켜 온 이전 수상작들과 더불어 독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14장

 

작가의 말

『싱커』를 읽고, 얼마 후 영화 「아바타」가 개봉되었다. 놀라웠다. 마치 「아바타」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러나 『싱커』는 「아바타」보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묵시록적이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본질적이다. 이 미래형 소설은 우리의 현실을 가장 강렬하게 환기시키는 마력도 지니고 있다. 게임의 세계가 가진 반생명적인 이미지를 전복하는 상상력은 또 어떤가. 어쩌면 『싱커』는 미래 과학자들과 게이머들이 꿈꾸는 최종심의 판타지가 아닐까. 그리고 그 테크놀로지는 ‘sync’로 명명될지 모른다. 이 소설은 스케일, 형식, 상상력과 문제 제기의 방식에서도 우리 소설을 새로운 궤도로 올려놓고 있다. 전성태(소설가)
장르문학의 팬으로 말하건대, 『싱커』가 대단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상현실, 진화, 묵시록 이후의 삶 등 미래소설이 사랑해온 요소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런데 작가는 전통적인 장르의 관습을 야무지게 쌓아감으로써 읽는 이에게 가슴 두근거리는 경외감을 선사하고야 만다. 『싱커』는 우리의 SF가 마침내 ‘유년기의 끝’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책이다. 충무로 영화쟁이들의 손에 어떻게든 좀 쑤셔 넣어야겠다. 김도훈(씨네21 기자)
정말 오랜만에 몰입과 흥취를 만끽하며 아껴 읽었다. 역동적인 스토리에 정교한 설정과 묘사, 그리고 가볍지 않은 여운까지. 주류 문학의 관점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고, SF라는 장르의 입장에서 보아도 이렇게까지 능숙하게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는 퍽 드물다. 『싱커』는 우리나라 SF의 뿌듯한 성취로 꼽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저자의 말

4월의 컵에 똑똑 떨어지는 시간의 물방울이 3분의 2를 채우도록 정작 봄은 올 줄을 모르고 날씨는 싸늘하기만 했습니다. ‘소빙하기’(Little Ice Age)란 낱말이 인터넷 검색창에 떠올랐습니다. 정말 지구가 변심한 애인처럼 싸늘하게 식어가는 걸까 불안해지려는데, 슬그머니 봄이 왔습니다. 데운 듯 따뜻한 대기 속을 거니니 마음이 사르르 풀리면서 봄꽃들이 눈과 마음을 채웁니다. 우리가 SF를 읽는 것은, 상상의 현실을 통해 지금 우리가 속한 현실이 얼마나 특별한지, 연약한지, 그리고 소중한지 깨닫게 해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두 가지 착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나는 사람들이 지표면이 아니라 지하에서 산다면―과학 기술은 발전해 있지만, 파란 하늘도, 태양도, 자연도 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완전히 부푼 풍선처럼 더 이상 도전할 것도 희망도 남아 있지 않은 세상에서 청소년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공상이 그리 멀지 않은 현실로 저만치 다가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십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하루에 단 삼십 분도 바깥에서 놀지 못한 채 차가운 시멘트 건물 사이를 노란 차에 실려 오가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어쩌면, 단 몇십 년도 지나기 전에 지금은 꿈도 꾸지 못할 현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인 것입니다. 시간 속에서 우리 자신도, 세계도 변해갑니다. 변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느끼지 못하는 게 무서울 따름이죠. 우리가 좀 더 넓은 시야와 풍부한 상상력을 가져야 하는 것은 변화 속에서 바람직한 것과 나쁜 것, 불가피한 것과 막아야 할 것을 분별하는 눈과, 도전하고 싸우며 희망을 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뒷심이 부족한 탓에 꿈꾸었던 것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부끄럽고 한편으론 모른 척 물러나 있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옛말로 위안을 삼아봅니다. 상이라는 것을 처음 타는 바람에 시상식 때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남편과 가족에 대한 감사를 그만 빼먹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들어오면서 남편의 얼굴을 보니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하고 있더군요. 감동을 이스트 삼아 부푼 호빵 같은 얼굴을 보니 우습기도 하고 마음이 찡해왔습니다. 그제야 저 자신이 조금은 대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인터넷 말로 ‘일코’란 것이 있습니다. 일반인 코스프레를 줄인 것이죠. ‘코스프레’란 독특한 만화 주인공이나 슈퍼 영웅의 옷차림과 분장을 흉내 내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원래 정신이 사차원이다 보니 생활 속에서 오히려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고 시침 뗀다는 뜻의 재미있는 말이죠. 늘 어설프게 ‘일코’를 하며 살아가는 저를 참아주는 가족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책이 빛을 볼 수 있게 도와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원고를 다듬는 과정에서 지쳐 나가떨어진 저를 참고 기다려준 이지영 씨에게도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책이 조금이라도 나은 모습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책을 읽어주실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10년 5월 배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