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청소년문학 21

걱정의 반대말

벤니 린데라우프  장편소설  ,  김영진  옮김
원제: Negen Open Armen
출간일: 2009.09.16.
정가: 13,000원
분야: 청소년, 문학
 

 

 

과연 우리 집에 ‘걱정의 반대말’이 찾아오는 날이 있을까?

 

 

 

네덜란드 청소년소설 『걱정의 반대말』(Negen Open Armen)이 창비청소년문학 21번으로 출간되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벤니 린데라우프는 네덜란드에서 손꼽히는 청소년소설 작가로, 이 작품으로 최우수 청소년 역사소설에 수여되는 네덜란드 테아벡만 상을 비롯해 다양한 문학상을 석권하였다. 『걱정의 반대말』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던 엽궐련 공장들, 돈벌이를 위해 해마다 가을걷이를 도와주러 오는 집시들과 이들을 텃세하고 차별하던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가족애를 주제로 하여 유머러스하면서도 실감나게 되살려냈다. 이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걱정의 반대말』은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린데라우프는 이번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한국 독자들을 위한 작가의 말을 특별히 써서 보내왔다.

 

 

 

 

우리 가족이 공동묘지 옆에 있는 집으로 이사 온 뒤로 재난이 끊이질 않는다.

 

 

아빠 하시는 일은 꼬이기만 하고,

 

동생은 허리를 삐끗하고,

 

소나기 한 번에 집은 물바다가 되었다.

 

과연 우리 집에 ‘걱정의 반대말’이 찾아오는 날이 있을까?”

 

 

 

 

 

네덜란드 테아벡만 상 수상

 

네덜란드 황금키스 상 수상

 

국제아동도서협의회(IBBY) 명예도서목록 수록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최종 후보

 

줄거리

 

 

 

배경은 1937년 네덜란드의 공동묘지 옆에 위치한 마을 ‘슐람밤스 사하라’. 이름처럼 괴상하고 썰렁한 이곳에 메이 할머니네 아홉 식구가 이사를 온다. 그런데 이 집마저 황당하게도 문은 집 뒤편에 달린 데다 문턱은 무릎 높이에 있다. 어쨌든 책임감 강한 핑과 호기심 많은 뮐케, 그리고 작은 새처럼 겁 많은 예스 세 자매는 아빠와 네 오빠들,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이 ‘아홉 발 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사 후 예스는 허리병이 도지고 아빠의 엽궐련 공장은 도무지 굴러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소나기 한 번에 물난리가 나는 등 재난이 끊이질 않는다. 세 자매는 모두 아홉 발 집에 숨겨진 비밀과 관련 있다고 믿기 시작한다. 게다가 수년 전 단추를 먹다 정신병원에 끌려갔던 훔파 하치 아저씨가 공동묘지에 숨어 사는 것이 드러나자 마침내 할머니는 식구들에게 숨겨왔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는 바야흐로 1863년, 집시 소녀 ‘칭얼이’와 수줍음 많은 소년 ‘꼬맹이 샤르’는 운명 같은 첫 만남 이후 서로에게 빠져든다. 그러나 신분의 벽을 넘지 못했던 두 사람은 오해 속에 헤어졌다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후에야 아홉 발 집에서 해후했던 것. 듣는 이를 눈물나게도 하고 웃음 짓게도 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야기의 시작에서 던져졌던 수많은 복선과 단서들이 맞춰지면서 아홉 발 집과 할머니에 얽힌 사연이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는 탄탄한 구성

 

 

 

린데라우프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던 할머니에게서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에 뼈대를 새로 세우고 살을 붙여 새로이 만들어냈다. 이야기의 날실은 1937년을 살고 있는 핑과 그의 가족들이, 씨실은 1863년을 살았던 칭얼이와 샤르가 쥐고 있다. 이 두 시공간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셋 있는데 첫 번째는 아홉 발 집이고, 두 번째는 훔파 하치 아저씨, 그리고 세 번째는 메이 할머니이다. 그러나 아홉 발 집은 말을 못하고, 훔파 하치는 말이 없으며, 메이 할머니는 말을 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이 두 가닥의 실이 피륙으로 짜였을 때 과연 어떤 무늬가 나타날지 처음에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린데라우프는 앞으로 놀라운 무늬로 나타날 복선들을 곳곳에 치밀하게 배치하면서 이야기의 긴장감을 끝까지 팽팽하게 유지시킨다. 아홉 발 집도, 뭔가 숨기려 드는 할머니도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복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책장을 넘기던 독자들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드러나는 놀라운 무늬의 윤곽에 ‘아하! 이렇게 된 거였구나!’ 하고 무릎을 칠 것이다.

 

 

 

 

 

매력 있고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이야기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개성적인 캐릭터에 있다. 작가는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네 명의 오빠들처럼 대가족의 구성원이되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인물들에 대한 묘사나 대사는 과감히 덜어내고 할머니, 핑, 뮐케, 예스 등 주요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사려 깊지만 자신감이 부족한 첫째 핑, 하고 싶은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고 극적인 경험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뮐케, 겁 많은 응석받이 예스는 청소년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작가가 그 누구보다 애정을 가지고 그려낸 메이 할머니는 건물의 반석처럼 이 작품의 기반이요, 열쇠를 쥔 인물이다. 할머니는 가족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유난히 엄격히 굴었지만 실은 그저 손녀들이 남 보기 버젓한 숙녀로 자라나길 바랐을 뿐이다. 이 같은 할머니의 캐릭터는 작품 전체를 통해 입체감 있게 표현되면서 완성도를 더했다. 한국어판 번역본에는 작품 속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이해를 돕기 위해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를 추가하였다.

목차

제1부 아홉 발 집

우리 집에 아홉 발 집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

으스스한 보물

지하실 무덤

걱정의 반대말 Ⅰ

재난

계속되는 재난

척추의 저주

겨울잠

걱정의 반대말 II

망쳐버린 엽궐련

더 많은 수수께끼들

그냥 다 침대일 뿐이야

산울타리의 비밀

성 유테미스 축일을 기다리며

화주

발각!

기나긴 길

 

제2부 성 밖 칭얼이

자, 한번 물어보렴, 환영을 하더냐고 말이야

자, 한번 물어보렴, 시민 환영식을 누가 받았느냐고 말이야

자, 한번 물어보렴, 정작 제자리를 알아야 할 사람이 누구냐고 말이야

자, 한번 물어보렴, 누가 물을 태울 수 있느냐고 말이야

자, 한번 물어보렴, 그 애한테 누가 집을 지어주었느냐고 말이야

자, 한번 물어보렴, 누가 기다렸느냐고 말이야

 

제3부 슐람밤스 사하라의 떠돌이

시민 환영식

열 발 집

고향을 그리는 성녀

불안

주문

등받이의자에 앉아 가는 마리아

끽끽 삐걱삐걱

실종

뒤엉킨 팔다리

겁쟁이가 아니야

슐람밤스 사하라의 떠돌이

싸움

흩어진 기억 들

이유를 말해주세요

물 두 방울

이제 다리 하나만

걱정의 반대말 III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최고다. 뛰어난 문체, 놀라울 정도로 영리한 구성이 돋보인다. 또한 독자에게 웃음을 전염시키는 동시에 삶에 대한 따스한 애정을 전한다. 드 모르겐(일간지)

저자의 말

우리 할머니는 멀리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다. 할머니가 살았던 20세기에는 휴가도 일반적이지 않았고, 휴가를 간다고 해도 가까운 벨기에나 독일에 가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우리 할머니는 동시에 세계를 여행했다. 당신의 상상 속에서. 할머니는 상상력이 아주 뛰어났고, 당신의 상상을 듣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과 기꺼이 나눠 가졌다. 할머니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기에 나는 어려서부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참으로 좋아했다. 할머니는 때로는 동화를, 때로는 지어낸 이야기를 그리고 때로는 할머니가 어려서 직접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로 들려주었다. 할머니가 어렸을 때 살았던 이상한 집에 대한 이야기는 할머니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 중 하나다. 그 집은 할머니가 태어난 싯타르트라는 작은 마을 외곽에 있었는데 맞은편에는 공동묘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마을은 그 자체가 이야기의 샘이었다. 시장에게 훈장을 받은 거리의 떠돌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던 엽궐련 공장들, 돈벌이를 위해 해마다 가을걷이를 도와주러 오는 집시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텃세와 차별……. 할머니는 불행히도 내가 스물세 살 되던 해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한참 뒤, 나는 할머니의 유년 시절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옛이야기와 다행히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상상 유전자’의 도움을 받아. 할머니 자신은 단 한 번도 먼 여행을 해본 적이 없지만 그분의 이야기가 전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가끔씩 “할머니, 이제 한국의 독자들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게 됐어요.”라고 하면 할머니가 과연 뭐라고 할지 무척 궁금해진다. ……할머니가 내 말을 믿기는 할까?   한국 독자들에게 애정 어린 인사를 전하며.   2009년 9월 벤니 린데라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