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연립주택

오영진  지음
출간일: 2008.12.12.
정가: 12,000원
분야: 만화, 청소년·성인
『수상한 연립주택』은 『남쪽 손님』『평양 프로젝트』 등으로 한국사회의 여러 모습을 작품에 담아내는 작가 오영진의 최신작이다. 『수상한 연립주택』은 재개발지역 선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서울 변두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풍자한 것으로 이권 다툼을 둘러싼 사람들의 탐욕과 그로 인해 생기는 사건을 오영진만의 무겁지 않은 이야기와 그림체로 재현했다. 부담없이 술술 읽다가 보면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양심껏 소박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는 만화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넘어가기 어려운 대한민국 부동산에 얽힌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바로 『수상한 연립주택』이다.

 

 

 

 

 

 

 

 

 

 

 

 

한국사회에서 평범하게 산다는 것

 

 

 

 

 

 

 

지금도 각종 매체에서는 인생역전의 대박신화를 내세우며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고, 부자가 되어야만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부추기고 있다. 연말연시에 사람들이 서로 건네는 인사가 “부자 되세요”로 바뀌었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 신화들은 성실하게 일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돈 걱정’ 없는 평온한 삶이란 환상에 불과하고, 오히려 ‘인생 한방’이 중요한 것이라며 각종 투기를 종용하며 현혹한다. 그러한 신화를 좇아 살아간다 한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편안할 날은 없다. 당연하게도 신화와 현실은 다르고 극히 일부 상류층을 제외한 대한민국 보통사람들의 삶은 평범하게 살기에도 버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평범하게 소박하게 살고 싶다는 단순한 소망조차 이루기 힘들게 되어버렸다. 우리는 작가의 말마따나 ‘평범’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만큼 물질적 가치에 휘둘리며 살고 있는 것이다. 행복한 삶의 조건은 무엇일까.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는 직장? 아파트 한 채? 넉넉한 사교육비? 이런 조건들을 갖추기 어렵지 않았던 중산층마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요즘, 그러한 평범함의 기준 역시 하향평준화되었다.

 

 

 

 

 

 

 

 

 

 

 

『수상한 연립주택』, 남루한 현실을 담은 그로테스크한 풍자극

 

 

 

 

 

 

 

『수상한 연립주택』은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만화다. 평범한 삶의 기준을 물질적으로만 따질 수는 없을 터인데, 어느 순간 우리들 대부분은 물질적인 조건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인생을 걸게 됐다. 오히려 더 나아가 부자든 서민이든 남들보다 잘살아야 한다는 강박적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백수 가장, 옥탑방 고시생, 독거노인, 중소 하청업체 사장, 우울증에 걸린 주부 등이다. 이 등장인물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평범한 행복의 기준에는 한참 미달한다. 유일하게 부자로 그려지는 집주인 김팔봉마저도 주식투자로 돈을 몽땅 날리는 바람에 사는 것이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다.

 

 

 

그들이 모여 사는 곳이 바로 서울시 은평구 황금동 338-8번지 오래된 연립주택이다. 어느날 황금동이 재개발지역부지로 선정되고 이 소식을 알게 된 집주인 김팔봉은 콧노래를 부르며 좋아한다. 그러나 연립주택 바로 옆이 천연기념물 황금비둘기의 서식지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연립주택은 재개발 예외지역이 되어버리고 김팔봉은 황금비둘기를 없애기 위해 갖은 애를 쓰다가 결국 브라질에서 ‘새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커다란 뱀을 공수하기에 이른다. 이런 음모를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은 세들어 사는 백수 가장 오공식이다. 오공식은 이를 이용해 백수 탈출을 꿈꿔보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사건은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지게 된다. 그러던 중 김팔봉이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고, 경찰은 수사에 나서기 시작하지만 사건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보통사람들의 삶은 행복할 수 있을까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그리 녹녹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체감하고 있다. 한 식구 발 뻗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집 한 채를 가지기가 힘든 사회, 사람들을 투기로 몰아넣는 사회, 실업자가 넘쳐나고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가 바로 한국사회인 것이다. 『수상한 연립주택』은 그러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물질적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지, 얼마나 쉽게 비윤리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타고난 천성이 선하다거나 비열하다거나 하는 것은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도덕함을 놓고 보았을 때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한국사회가 좀더 윤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곳이 될 때, 양심을 지키며 떳떳하게 살아간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행복의 기준, 평범함의 기준도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상한 연립주택’은 한국사회 전체를 가리킨다고도 볼 수 있다. 작가가 우리가 처한 현실의 비열하고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고 싶어한 까닭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목차

등장인물 소개

 

인트로

 

1장. 거래

2장. 관계

3장. 절망

4장. 음모

5장. 기억

6장. 파티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