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된 이듬해인 1997년 NHK TV 드라마로 만들어져 일본 전역에 인기리에 방영된 표제작 「달려라, 바람처럼」있는 소도시 카사마쯔를 배경으로 ‘회오리 2세’라는 경주마에 저마다 자기 꿈을 걸고 응원하는 소년들을 그린 작품이다. 나오또, 유우, 코오지는 성격도 집안 형편도 성적도 서로 다른 아이들이다. 과일가게 집 아이인 나오또는 단순하고 무뚝뚝하지만 활발하다. 유명한 서예가 아빠를 둔 유우는 공부도 잘하고 매사에 예의바른 모범생이지만 아빠의 지나친 기대에 한껏 짓눌려 생활하고 있다. 한때 화가였으나 현재는 백수여서 “못 말릴 만큼 자유로운” 아빠를 둔 코오지는 소심하고 바보 같지만 말[馬]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순수한 아이다. 이 세 소년이 어른들의 왜곡된 잣대에 저항하면서 솔직하고 꾸밈없이 서로를 대하며 속 깊은 우정을 나누는 과정이 가슴 뭉클하게 그려져 있다.
세 아이가 응원하는 경주마 ‘회오리 2세’는 “연회색의 괴물”로 데뷔전부터 시작해 내리 연승을 거둬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경주마 ‘회오리’의 아들이다. ‘회오리’보다 더 화려한 경력을 쌓기 시작한 ‘회오리 2세’에 열광해가던 아이들은 “자기가 못다 이룬 꿈을 너도나도 회오리한테 짋어지워” “달리는 말이 너무나 힘들어 보였”고 이후 “말의 아픔”을 표현하고자 “오로지 경주마만 그렸”던 코오지 아빠 고로오가 들려주는 말에 대한 젊은 시절의 추억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달린다는 것’ ‘1등 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 ‘과연 나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라는 정체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진정한 삶의 자세에 대해 되짚어보게 한다.
6전 6승, 연승을 거듭하던 ‘회오리 2세’가 ‘키소 강 특별 대회’(이 대회에 우승하면 토오꾜오에서 열리는 중앙 경마 대회에 나갈 수 있다)에서 우승을 놓치게 되고, 이에 분노한 어른들이 ‘회오리 2세’에게 갖은 욕설과 야유를 퍼붓는 것을 본 세 아이는 어른들에 대한 실망과 회오리 2세에 대한 연민으로 깊이 상심하게 된다.
서정적이고 담백한 문체로 사춘기 소년들의 감수성을 탁월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독자를 잠시도 한 눈 팔지 못하게 할 만큼 흡인력이 뛰어나며 강렬한 감동과 깊은 통찰을 안겨 준다.
「장수잠자리」는 네 살 터울인 형 마사또와 동생 카즈야가 보내는 마지막 여름방학 이야기다. 방학 중 어느 날 어른들이 집을 비우게 되면서 형제는 둘만의 추억을 만들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을 마무리하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형 마사또는 장수잠자리 잡기에 도전한다. “곤충잡기의 명수”인 마사또도 여태껏 장수잠자리는 잡아보지 못한 것이다. 마사또는 장수잠자리를, 카즈야는 처음으로 뱀을 만져보고 또 혼자 뱀을 잡기도 하고, 강가에서 펄조개를 잡아 라면에 넣어 끓여 먹기도 하는 등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무뚝뚝하지만 어린 동생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형의 마음, 철부지 같지만 형을 사랑하는 동생의 마음이 독자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준다. 또한 마사또와 카즈야 사이의 대화가 생동감이 넘치고 유머러스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어렵게 잡은 장수잠자리를 놓아주고는 “시리도록 푸른 하늘” 위로 날아가는 “장수잠자리를 한동안 말없이 배웅”하는 장면은 둘이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방학을 완성시키면서 잊지 못할 감동과 여운을 준다. 특히 이 작품은 형제의 추억이 가득한 시골 강가의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섬세하고 담백하게 그려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처럼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우렁이」는 마음의 상처로 말문을 닫아버린 친구를 둔 소년 켄지 이야기다. ‘우렁이’(이름이 ‘우렁이’와 비슷해서 붙은 별명)는 4년째 말을 하지 않는 자폐아다. 배꼽친구인 켄지는 반에서 소외받는 우렁이가 안쓰럽기는 하지만 우렁이 편을 들면 자기도 따돌림당할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어느 날 자기로 인해 아이들로부터 오해를 받고 놀림을 당한 우렁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자 켄지는 우렁이가 갈 만한 곳을 찾는다. 마을의 버려진 자재 창고 근처에서 우렁이가 진짜 ‘우렁이’를 한 마리씩 잡아 올려 죽이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우렁이가 집을 나간 날 밤, 켄지는 “아무런 불안감도 없는, 평화롭고 고요한, 말 없는 우렁이의 세계”를 꿈속에서 만난다. 다들 구불구불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는데, “자를 대고 그은 듯” 곧은길을 가는 한 마리 ‘우렁이’에게서 모든 길이 “똑같고” 나는 “내 길”을 갈 뿐이라는 말을 듣고, 그제야 친구 우렁이의 마음을 조금 알게 된다. 집에 오지 않는 우렁이를 찾으러 새벽에 자재 창고로 간 켄지는 그 밤을 우렁이와 함께 보내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친구를 받아들이게 된다. 세상의 왜곡된 잣대와 편견에 아랑곳 않고 새롭게 우정의 끈을 이어가는 믿음직스러운 두 소년을 통해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장수잠자리
우렁이
달려라, 바람처럼
1. 프롤로그
2. 아버지 참관수업
3. 경마 놀이
4. 나오또
5. 유우
6. 코오지
7. 시커먼 바나나
8. 텐트 속의 밤
9. 백지 답안지
10. 회오리 2세
11. 마지막 결전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