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청소년문학 12

스프링벅

배유안  장편소설
출간일: 2008.10.10.
정가: 15,000원
분야: 청소년, 문학
전자책: 있음

 

 

 

놓칠 수 없는 꿈을 향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열여덟 살 우리들의 눈부신 성장통

 

 

 

 

 

『초정리 편지』 배유안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 『초정리 편지』의 작가 배유안이 청소년소설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빛나는 역사적 상상력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가가 이번에는 풍부한 교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청소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프링벅』은 평범한 열여덟 살 소년이 갑작스레 찾아온 형의 죽음을 극복하고 연극을 통해 한 걸음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사랑하는 형을 잃은 슬픔과 연극을 통해 꿈을 찾아가는 희열을 씨줄과 날줄처럼 자연스럽게 교차시키는 작가의 솜씨가 믿음직하고, 두 사건이 한 지점에서 만나 절망이 아닌 희망이어야 함을 확인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제목 ‘스프링벅’(springbuck)은 아프리카에 사는 양의 이름으로, 이 양들은 풀을 먹기 위해 무리를 지어 초원을 달리다가 어느 순간 풀을 먹으려던 원래의 목적은 잊고 무작정 뛰기만 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스프링벅’의 비유는 입시 경쟁에 내몰려 꿈을 잃은 채 남보다 앞서는 데만 혈안이 된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해 가슴이 뭉클해진다.

 

 

 

 

줄거리

 

 

 

수재로 유명한 모범생 형을 둔 동준은 평범하지만 밝고 씩씩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 함께 연극부 활동을 하던 단짝 창제의 가출로 뒤숭숭하던 어느 날, 집안의 자랑거리이던 형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에 온 가족이 망연자실해진다. 동준은 창제 대신 주인공 역을 맡아 연극 연습에 몰두하며 형을 잃은 슬픔을 극복해보려 애쓰지만, 형을 가르치기도 했던 과외 선생 장근을 통해 형의 죽음에 얽힌 뜻밖의 비밀을 알게 된다. 성적이 떨어졌던 형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과외 선생 장근에게 대리 시험을 부탁했기 때문이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형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 동준은 어머니에게 분노를 터뜨려보지만 어머니는 자책하다 못해 생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다. 방황하는 동준의 곁에서 오랫동안 좋아해온 친구 예슬이 힘이 되어주고, 가출했던 친구 창제는 혼자 보낸 시간 동안 자기만의 꿈을 찾아 무사히 학교로 돌아온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잊어버린 채 앞 다투어 달리기만 하는 스프링벅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연극부는 성황리에 축제 공연을 마치고, 연극을 준비하며 한 뼘 성장한 동준은 지금의 슬픔이 절망이 아닌 희망이어야 함을 되새기며 형을 부른다.

 

 

 

동아리 활동, 축제 준비, 가출, 대리 시험 등 생생한 학교 현장의 목소리

 

『스프링벅』에는 중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꼈던 작가의 다양한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뿐만 아니라 작가가 교사로서, 어머니로서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 지낸 경험을 살려 청소년을 둘러싼 교사와 학부모의 시선까지 입체적으로 아우른 것은 다른 청소년소설이 따라갈 수 없는 『스프링벅』만의 장점이다. ‘대리 시험’과 같은 첨예한 이슈를 통해 갈수록 과열되는 입시 경쟁의 어두운 면을 과감히 부각시키면서도 아이들의 건강한 힘을 끊임없이 긍정하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돋보인다. 이야기의 큰 축이 되는 연극부 활동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작품 분위기에 십 대 특유의 풋풋한 활기를 더한다.

 

 

 

느닷없는 형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전개

 

『스프링벅』은 연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아이들의 꿈과 방황 한편으로 형의 죽음이라는 또 하나의 사건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갑작스러운 형의 죽음은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형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에 다가서는 흡인력 있는 전개가 눈길을 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밝혀지는 형의 비밀은, 평범한 모범생을 대리 시험과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비정상적인 교육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극대화한다.

목차

제1막 제1장

오늘 죽고 내일 새로 태어나기

퇴장

스프링벅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꿈을 꾸어라

눈과 비가 안 오는 세상

선택의 기준

용기

왜 그랬어?

내 인생의 주도권

어른을 용서해라

사이프러스 나무

절망이 아니어야 한다

형, 나의 형

 

 

작가의 말

『스프링벅』은 죽음으로 내몰리는 비극적인 현실을 무대로 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연기하는 아이들에 관한 소설이다. 벼랑 끝에서 세상을 향해 절규하는 이 아이들의 외침이 내 귀에 쟁쟁하다. 원종찬(문학평론가)

저자의 말

보석처럼 빛나는 아이들   청소년들의 자살 소식이 부쩍 잦았던 몇 년 전, 나는 얼굴도 모르는 그 아이들이 내가 아는 아이들과 겹쳐 보여서 문득문득 마음이 짠했다. 그 아이들이 마음의 건강을 잃었다는 것, 그리고 그게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 안타깝고 또 미안했다. 심장에 느껴지던 물리적인 통증……. 그 때문에 글을 썼는지, 글 쓰는 사람이라 통증이 유난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 통증 때문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메모했다. 이 글은 몇 년간 모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한 이야기 속에 구성해 넣은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쏟아 놓은 아이들, 선생님들, 그리고 어머니들이 없었다면 이 글은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 내가 발견한 아이들의 본모습은 건강함이었다. 물론 그들이 겪어내야 할 것들이 만만찮지만, 여기저기서 부딪치고, 상처 받고, 반항하고, 방황도 하지만, 그렇다고 건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그러니까 건강한 것이었다. 그 속에서 그들은 무럭무럭 성숙해가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돌보고 키울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었고, 그 믿음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원래 모든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건강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누구보다 스스로의 꿈을 찾고 싶어 하지 않을까? 단지 그들 자신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임을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일 것이다. 그런데 많은 어른들은 다른 걸 일깨워주기에 바빠 그러한 청소년의 바람을 돕지 않는다. 고교 시절 연극부 활동을 했던 아들은 공연 전날이면 집이 먼 친구들을 학교 바로 옆이던 우리 집으로 데려오곤 했다. 거실에 이불을 죽 깔아놓고 빽빽이 누워 자던 아이들. 삼 년이 지나고 아들은 대학생이 되었지만, 그 뒤에도 모교의 연극 공연 전날에는 후배들을 데리고 왔다. 커다란 냄비 가득 밤참을 만들고, 새벽밥까지 차리던 그때의 수고를 이 글로 모두 보상받았다. ‘내 얘기는 빠졌잖아요?’라고 항의하는 아이들에게 궁색한 대답이나마 해주고 싶다. 못다 한 이야기들은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거라고 말이다. 교정보느라 원고를 읽을 때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눈물이 났음을 고백한다. 이 땅의 수많은 성준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그리고 보석같이 빛나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아끼며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세상에 내보낸다. 본문 가운데 예슬의 시 「저녁바다」는 김오민 시인의 작품을 차용했음을 밝힌다. 「저녁바다」의 사용을 흔쾌히 허락해주신 김오민 시인께 감사드린다.   2008년 9월 배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