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양장)

김려령  장편소설
출간일: 2008.03.17.
정가: 14,000원
분야: 문학, 소설

못 말리는 녀석이 온다!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완득이』가 출간되었다. 수상자 김려령은 같은 해 마해송문학상과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으며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으로, 이번에 창비청소년문학상까지 석권하면서 문학계에 흔치 않은 그랜드 슬램 기록을 세웠다. 진지한 주제의식을 놓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필력으로 청소년 심사단과 심사위원들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은 이 작품은 비단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의 독자들에게 울림을 안겨줄 것이다.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2007년 제정된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공모에는 총 55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고,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소설가 공선옥·김연수,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원종찬·박숙경은 만장일치로 『완득이』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또한 별도로 선정된 청소년 심사위원단 5인 역시 만장일치로 『완득이』에 지지를 보냈다.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활기 넘치는 매력적인 주인공의 등장을 반겼으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마이너리티’들을 돌아보는 작가의 주제의식 역시 높이 평가했다.

 

특별한 성장소설, 『완득이』

 

『완득이』는 우리 문학사에서 쉬이 찾아보기 힘든, 그래서 더욱 반가운 활력 만점의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이 자기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은 세대를 뛰어넘어 모든 독자들에게 읽히곤 한다. 그러나 그간 우리 독자들은 성장소설의 진정한 감동과 재미를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서구소설이나 『Go!』 같은 일본 대중소설에서 찾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우리도 청춘소설의 고전 반열에 들 작품, 그리고 한 세대를 풍미할 주인공 ‘완득이’를 갖게 되었다고 자부하면서, 창비는 성인 독자를 겨냥한 양장본을 함께 출간하기로 하였다.

 

완득이는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일곱 살 소년이다. 철천지원수였다가 차츰 ‘사랑스러운 적’으로 변모하는 선생 ‘똥주’를 만나면서 완득이의 인생은 급커브를 돌게 된다. 킥복싱을 배우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법을 익히고, 어머니를 만나면서 애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되는 완득이는 소설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의 향연

 

『완득이』는 주인공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현실에서 튀어나온 듯한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조화를 이루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가진 건 타고난 두 주먹뿐인 뜨거운 청춘 도완득은 첫눈에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이 시대의 진정한 ‘훈남’이라 할 만하다. 거기에다 학생들을 살살 약 올리는 재미로 학교에 나오는 건 아닐까 의심스러운 담임선생 ‘똥주’, 부잣집 딸에다 전교 1, 2등을 다투는 범생이지만 왠지 모르게 완득이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윤하 등도 매력 만점의 주인공이다. 여기에다 완득이가 교회에 갈 때마다 나타나 ‘자매님’을 찾는 정체불명의 핫산, 밤마다 “완득인지, 만득인지”를 찾느라 고래고래 소리치는 앞집 아저씨 등등 양념처럼 등장하여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변 인물들의 조화도 더없이 절묘하다.

 

차차차보다 유쾌하게, 킥복싱보다 통쾌하게!

 

캐릭터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완득이』의 매력은 바로 속도감 넘치는 문체이다. 리드미컬한 대사와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는 일견 만화를 연상시킬 정도다. 『완득이』는 롤러코스터다. 한번 올라타면 끝날 때까지 절대 내릴 수 없다. 꾸밈없이 솔직한 문장과 거침없이 내달리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차차차보다 유쾌하고, 킥복싱보다 통쾌한 완득이의 스텝을 따라 어느새 신나게 들썩이고 있는 자신의 두 발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희망’이라는 촌스러운 단어의 화려한 부활

 

또 하나, 『완득이』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한바탕 웃고 난 뒤 코끝을 찡하게 하는 감동이다.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에서 온 어머니, 어수룩하고 말까지 더듬는 가짜 삼촌으로 이루어진 완득이네는 냉정한 현실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할 가족상이다. 게다가 할 줄 아는 거라곤 주먹질밖에 없는 완득이지만 기죽고 좌절하기는커녕 남들이 지레 포기해버린 행복까지 단단히 그러쥔다. 정해진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대신,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온실의 화초는 절대 알지 못할 생활 감각과 인간미, 낙천성을 가진 완득이를 통해 독자는 ‘희망’이라는 촌스러운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 줄거리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피 끓는 열일곱 청춘 도완득. 카바레 삐끼로 일하다가 보따리 장사꾼으로 나서게 된 난쟁이 아버지와 옥탑방에서 살지만 절대 기죽지 않던 완득이의 인생은 괴짜 선생 똥주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꼬이기 시작한다.

 

험한 말을 입에 달고 살고 학생 괴롭히는 걸 낙으로 삼은 듯한 담임선생 ‘똥주’. 하필 이웃에 살면서 날이면 날마다 제 이름을 불러젖히는 똥주 때문에 완득이는 골치가 아프다. 수급대상자에 멋대로 이름을 올려놓고 수급품을 빼앗아 가더니, 이젠 얼굴도 모른 채 잊고 살았던 어머니와 마주치게 한다. 남몰래 불법체류 노동자를 돕는 일을 하던 똥주가 베트남 출신인 완득의 어머니를 찾아낸 것.

 

처음에는 멋쩍기만 하던 어머니와의 만남에서 애틋함을 배운 완득은 모범생 정윤하와 가까워지면서 ‘꽃 냄새 나는 껌’ 같은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킥복싱을 배우면서 인생의 목표를 찾게 된 완득은 진 횟수만큼 이기고 킥복싱 관장님을 찾아가겠다는 목표도 세운다. 완득의 아버지도 똥주의 도움으로 삼촌과 함께 댄스 교습소를 열어 생활의 활력을 되찾는다. 똥주 때문에 묘하게 꼬여버린 줄 알았던 완득이의 스텝은 어느새 이렇게 경쾌한 리듬을 타고 있다.

목차

1부

체벌 99대 집행유예 12개월

체벌 3개월 할부

모릅니다

기억에 없는 모유

 

2부

신성한 교회에서 웬일이야

꽃분홍색 낡은 단화

종이 한 장 차이

잠깐 나와 주시죠

스텝 바이 스텝

 

3부

원 투 차차차, 쓰리 투 차차차

목에 박힌 말

T. K. O. 레퍼리 스톱

첫 키스는 달콤하지 않았다

못 찾겠다, 꾀꼬리

 

작가의 말

당신, 혹시 이런 소년을 보면 굳이 반가워하지 마시라. 한겨울에도 내복은 죽어라 안 입고, 라면에 햇반을 주식으로 삼고, 이쪽에서 정답게 굴면 오히려 ‘뭘 어쩌라고?’ 식으로 외면하고, 맘에 안 드는 담임 죽으라고 기도하고, 질 줄 알면서도 ‘박 터지게’ 싸우는 소년 말이다. 대신 돌아서는 말미에 짜아식, 하고 한번 알은체해주시라. 소년도 문득, 그 소리에 흘낏 뒤돌아볼지 모른다. 그러나 그도 잠깐, 소년은 개천가를 따라 달려갈 테고, 당신은 등 뒤로 응원의 눈빛이나 한번 보내주시라. 완득이에겐 그것이면 된다. 구질한 감상과 연민 따위 어울리지 않으니까.
공선옥(소설가)
‘유쾌, 상쾌, 통쾌’! 『완득이』를 읽으면서 절로 떠오른 표현이다. 장애인, 이주 노동자 문제 등 우리 사회의 편견에 대해, 이토록 유쾌하게 풀어낸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 순간순간 코를 찡하게 하는 감동도 만만치 않다. 경쟁에 지치고 외로운 우리 시대 젊은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
윤도현(가수)
『완득이』는 희한한 소설이다. 문장은 읽자마자 투명하게 사라지고, 대신 눈앞에 영화 장면이 착착 넘어간다. 귓전에는 완득이와 똥주의 살벌하면서도 골 때리는 대화가 들려오고, 완득이가 누군가의 팔을 꺾으면 내 입에서 ‘억!’ 소리가 난다. 첫 몇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난 이미 가상캐스팅을 완료했다. 직업병인가?
최용배(영화사 청어람 대표)

저자의 말

아이스께끼가 너무 좋았던 어린 시절, 알래스카 빙산의 일부를 아이스께끼 산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었다. 장난감 워키토키를 차고 남의 집 담장에 매달려 석류 하나를 몰래 따서는 우리 집 부엌에 수류탄처럼 투척하고 세계 최고의 특수요원이 되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밥하고 있는데 갑자기 석류가 날아와 너무 놀랐다는 어머니는, “얘가 뭐가 되려고 이래!”라고 하셨다. 그때가 시작이었다. 어머니는 내가 중3 때 고등학교 입시를 코앞에 두고도 농구를 보러 줄기차게 장충체육관에 드나들자 경고성 충고로 또 그 말을 하셨고, 고등학교 때는 홍콩영화에 푹 빠져 쿵푸를 배워야겠다고 선포하자 분노성 충고로 또 그 말을 하셨다. 그리고 ‘너는 꿈도 없냐’며 내 꿈까지 의심하셨다. 꿈은 많았는데, 진짜 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몰라 방황하던 시절이었다. 어머니는 결국 내 머릿속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겠다며 체념하기에 이르렀다. 툭하면 방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틀어박혀 있던 딸내미 때문에 어머니는 한숨조차 편히 내쉴 수 없었을 것이다. 참 속상했겠다. 면목 없고 죄송스럽다. 어쩌면 『완득이』는 그런 죄송스러움을 바탕에 두고 썼을지 모른다. 나 사실은 그때 그랬다고, 그런 마음이었다고, 그래서 죄송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보낸 학창 시절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어머니는 요즘 나에 대해 조금 안도하는 눈치다. 그런데 나는 어째 몸이 슬슬 근지러운 게, “얘가 뭐가 되려고 이래!”라는 말을 또 들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완득이』는 2007년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았는데, 성인 독자들도 두루 읽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양장본을 같이 출간하게 되었다. 더욱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 『완득이』에게 ‘창비청소년문학상’이라는 근사한 메달을 걸어주신 원종찬, 공선옥, 김연수, 박숙경 선생님이 떠오르는 날, 나보다 더 ‘완득이’에게 신경 써주는 창비 이지영 씨에게 초콜릿을 전하고픈 날, 멀리 계신 황선미 선생님이 그리운 날, 봄을 기다리며.   2008년 3월 김려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