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뒤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동화 『도시의 레오 시골의 레오』. 이 작품을 쓴 장 필립 아루 비뇨(Jean-Philippe Arrou-Vignod)는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프랑스 작가이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청소년 도서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기도 한 저자는 책 읽기를 너무나 좋아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무엇보다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작가의 의도처럼 이 책은 때로는 아이들의 심정을 꿰뚫듯 섬세하면서도 폭소가 터질 만큼 재미있다.
이 책의 주인공 레오는 근사한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공부를 못해서 중학교 일학년을 두 번이나 다녔고, 엄마 아빠가 헤어지는 바람에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하지만 레오는 마냥 우울해하거나 힘들어하지만은 않는다. 아이다운 엉뚱한 생각과 행동으로 부모의 이혼, 성장의 문제, 타인과의 소통 등은 현대 사회의 여러 일면들과 부딪치며 성장하는 레오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유쾌한 웃음 속 훈훈한 감동을 전해 줄 것이다.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이들의 개성을 한껏 살려 표현한 그림 역시 읽는 재미를 더한다.
“할머니하고는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할머니와 손자의 새로운 관계 맺기
빠리에서 엄마와 함께 살던 레오는 부모가 이혼하고 난 뒤, 성적은 끝없이 떨어지고 키는 자라지 않는다. 결국 아빠는 레오를 시골 쎄이락에 있는 할머니 집으로 보낸다. 여름방학만 끝나면 아빠가 어린 시절 다녔던 기숙학교로 전학을 가라는 것이다. 할아버지 죽음 후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엄격하고 깐깐하다. 아이답고 말썽꾸러기에 공부도 못하는 아이인 레오는 할머니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레오는 할머니에 대해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단정하고 착하게 구는 다른 사촌 형제들 편만 들고 레오 자신의 이야기는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레오는 할머니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기는커녕 한 달만 참고 버티다가 여름방학이 끝나면 다시 빠리로 돌아갈 생각뿐이다. 거센 말투에 원칙을 꼼꼼이 따지는 할머니 역시 레오의 헝클어진 머리와 단정치 않은 옷차림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하루 삐그덕거리며 지내는 사이 두 사람 마음에 미운 정 고운 정이 쌓여가는데…… 할머니와 손자가 세대 차이, 성격 차이를 넘어 가슴속에 숨겨진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이 흐뭇한 감동을 자아낸다.
시골의 레오 이야기, 그리고 함께 펼쳐지는 도시의 레오 이야기
텔레비전도 친구들도 없는 시골에서 레오는 옛날 일들을 종종 떠올린다.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즐거웠던 기억, 엄마 아빠의 이혼, 머릿속에 단단한 매듭이 하나 지어져 있어 키가 자라지 않는다는 의사의 말,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 그리고 동네 친구들…… 엄마 아빠가 헤어져 산 뒤로 레오의 몸과 마음도 두 개로 나눠진 것 같다.
한편 할머니와 함께 입학 등록을 하러 찾아간 아빠의 모교는 빠리에서 다니던 학교와 너무나 다르다. 1812년에 수도원을 고쳐 만들었다는 오래된 기숙학교 블레리오 중학교는 차갑고 황량해 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그곳 세면장에서 우연히 아빠가 중학생 시절에 남겨둔 흔적을 발견한다. 그 흔적 옆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으며 왠지 모를 훈훈함을 느끼는 레오. 할머니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두 아이 앙뚜안느와 뤼까와도 친구가 되면서 점점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는데…… 도시에서의 생활과 시골에서 겪는 일들이 하나씩 담담히 서술되면서 레오의 마음속 갈등과 해소 과정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진정 행복한 삶을 위하여
어느 날 저녁, 할머니 집에 나타나 다짜고짜 레오와 체스 한 판을 두고는 홀연히 사라진 리트박 씨. 아주 작고 마른 몸에 머리가 크고, 할머니보다도 더 늙고, 머리카락은 누리끼리하고, 말투도 이상하다. 심리 치료랍시고 별별 검사를 다 받았던 레오는 체스 역시 자신의 머릿속을 검사하기 위한 눈속임으로 여긴다. 하지만 체스를 두면서 서서히 레오의 잠자던 재능이 깨어나는데! 레오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할머니의 혜안 덕분에 레오는 드디어 머릿속 매듭을 풀고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마법처럼 레오의 키가 십 센티미터나 자란다!
말썽꾸러기 주인공 레오와 깐깐한 할머니 사이에 등장한 리트박 씨는 마지막 반전을 예고하는 의미심장한 인물이다. 레오는 이들의 도움을 통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기 나름의 삶의 이유와 행복을 되찾는다. 자신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것을 주변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데서 자존감을 되찾고 훌쩍 성장하는 레오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진정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느끼게 될 것이다.
1. 시험 삼아 한번
2. 레오, 잘못 들어온 패
3. 선물
4. 경계석
5. 감초
6. 불내리오 중학교
7. 리트박 씨
8. 큰 아이와 작은 아이
9. 궁지에 몰려서
10. 따르따꼬베르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