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고니의 하늘

테지마 케이자부로오  지음  ,  엄혜숙  옮김
출간일: 2006.11.15.
정가: 9,800원
분야: 그림책, 창작
철새들이 이동해야 할 때 가족 중의 누군가가 병이 들어 함께 갈 수 없다면, 철새들은 어떻게 할까? 그 아이를 버리고 갈까, 누군가가 남아서 그 아이를 옆에서 돌볼까?

 

 

 

 

병든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게 된 철새 가족의 이야기

 

 

 

테지마 케이자부로오(手島圭三郞)의 그림책 『큰고니의 하늘』은 철새인 큰고니의 무리가 호수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와서 먼 고향으로 떠나갈 때, 병든 아이가 있어 무리와 함께 떠나가지 못한 큰고니 가족의 이야기다.

 

 

홋까이도오(北海道)의 푸른 호수에는 수많은 큰고니들이 겨울을 나려고 와서 봄이 올 때까지 지낸다. 봄이 가까워오자 큰고니 무리는 호수를 박차고 날아올라 하늘을 가득 뒤덮고 날아가는 장관을 연출한다. 그러나 병이 나 날지 못하는 아이가 있는 여섯 마리 큰고니 가족은 아빠의 말에 따라 병든 아이가 건강을 찾을 때까지 고향인 북쪽 나라로 떠나는 것을 미룬다.

 

 

봄이 성큼성큼 다가와 호숫가에는 노란 복수초가 피고 풍경은 더욱 아름다워졌지만, 병든 아이는 건강을 되찾지 못하고 더욱 나빠져간다. 아빠 큰고니가 달을 보니, 달이 기울어서 이제 더이상 북쪽 나라로 날아가는 것을 미룰 수 없다.

 

 

병든 아이를 혼자 버려두고 떠나야 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다섯 마리 큰고니는 병든 아이를 에워싸고 슬프게 울고, 큰고니들의 울음 소리는 호수에 퍼져나간다. 어쩔 수 없이 식구들은 북쪽 나라로 떠나고, 병든 아이는 울면서 산 너머로 사라지는 식구들을 본다.

 

 

식구들은 병든 아이만을 남겨두고 영영 가버린 것일까? 병든 아이가 가족이 사라진 하늘의 하얀 구름을 아빠 엄마인 양 보고 있을 때, 다섯 마리 큰고니가 다시 날개를 치며 산 위에 나타난다. 병들어 남아야 했던 아이에게 되돌아온 것이다.

 

 

『큰고니의 하늘』은 이렇게 큰고니 가족이 병든 아이를 남겨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 가슴 아프게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것, 그리고 그 후에 이 가족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시원한 판화 그림책으로 들려준다.

 

 

 

 

『뉴욕 타임즈』의 ‘세계 그림책 베스트 10’에 선정된 그림책

 

 

 

『큰고니의 하늘』의 작가 테지마 케이자부로오는 일본 홋까이도오(北海道)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하고 학교를 다녔다. 교사 생활을 하다 판화가로 독립하여 활동하면서 많은 그림책을 내놓았다. 1982년에는 『섬수리부엉이의 호수』로 ‘그림책일본’상을, 1986년에는 『북쪽 여우의 꿈』으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그래픽상을 받는 등 여러 차례 수상하였다. 『큰고니의 하늘』은 1988년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그림책 베스트 10’에 뽑힌 테지마 케이자부로오의 대표작이다.

 

 

홋까이도오의 자연을 배경으로 곰, 여우, 올빼미, 토끼 등 야생의 동물들을 선 굵은 목판화 기법으로 화폭에 담아온 테지마의 그림책들은 해외에서도 주목하여 80, 90년대에 대부분 서양에 번역 출판되었다.

 

 

『큰고니의 하늘』은 목판화의 힘있는 검은 선묘(線描)로 시원하게 화면을 이끌어가면서, 이야기의 변화에 따른 색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호수와 하늘에 깔린 푸른 색은 이 그림책의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각 장면마다 미묘한 색조의 변화가 나타난다. 또한 노을에 물든 하늘의 주홍빛과 노란 달, 노란 복수초 등 붉은색과 노란색의 삽입은 시간의 흐름과 사건의 전환을 반영한다.

 

 

홋까이도오의 자연에서 살아가는 큰고니의 삶과 운명을 화폭에 담으면서 동물의 생태, 죽음과 이별, 가족애 등의 주제를 다룬 멋진 그림책이다. 번역은 번역가이자 그림책평론가로 활동하는 엄혜숙씨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