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작품 「지독하게 운이 좋은 아이」는 이종사촌간인 하영이와 새롬이가 주인공이다. 어른들 사이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이들 사이에서도 일어나는, 친구와의 비교로 인한 질투와 시기, 얄미움 등의 미묘한 갈등이 작가의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잘 그려졌다. 상투적이지 않은 결말의 반전도 묘미를 더해준다.
표제작인 「힘을, 보여 주마」는 어릴 적부터 동네 친구였던 동선이와 장애를 가진 차석이 이야기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둘의 관계가 틀어지게 되는데, 특히 차석이를 못살게 구는 무리가 생기면서 더욱 서먹하게 된다. 두 아이가 갈등하고 화해하는 과정이 애잔하면서도 통쾌하게 그려졌다. 이 작품에서 ‘힘’은 단순히 ‘무력’을 뜻하지 않는다. 친구를 위한 ‘의리’나 친구를 괴롭히는 패거리에 대항하는 ‘정의’를 너머 한 개인(남자아이)의 자존심과 오기, 인정, 이 모든 걸 아우르는 그야말로 상징적인 ‘힘’이다.
세 번째 이야기 「다복이가 왔다」는 작가의 형식 실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 반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으로부터 누구도(반 아이들도, 담임선생님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서늘하게 보여준다. 따돌림당하는 아이나 시키는 아이나 개별적으로 만나면 서로 이해하고 마음을 열 수도 있겠지만, 그게 집단 속에서 이어지면 다수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런 아이들의 심리가 선명하게 잘 그려졌다.
「학급 문고 책 도둑 사건」은 반 아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학급 문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아이들 사이의 갈등을 그렸다. 반장인 조성이는 책을 한 권도 안 냈으면서도 대여 1위를 해서 선생님 칭찬을 받은 세인이가 얄밉기만 하다. 그러던 중 학급 문고의 책이 조금씩 없어지는 일이 생긴다. 조성이는 세인이가 도둑이라고 의심하고, 세인이의 속사정을 알면서도 조성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주인공 겨레는 조성이와 세인이 사이에서 속을 끓인다. 빈부간의 격차 등 외적인 조건이 아이들 사이에서도 관계를 규정지어 버리고, 그 때문에 갈등하는 소심한 아이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바보 은태」는 반 아이들한테서 바보 소리를 듣는, 조금 모자란 듯한 은태와 친구 권하 이야기다. 권하는 은태가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은태는 경찰에 신고하면 아버지가 엄마처럼 집을 나가버릴까 봐 아버지의 매질을 묵묵히 참는다. 혼자가 될까 봐 무서워하는 은태에게 아무 힘이 못 되는 권하는 속상하기만 하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늘 곁에 있어 주겠다고 다짐하며 같이 씨익 웃어본다. 둘 사이의 따뜻한 우정이 안쓰러우면서도 감동을 준다.
여섯 번째 이야기 「문간방 갈래 머리」는 고모부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갈래 머리와 이를 바라보는 남자 아이 한샘이의 심리가 잘 그려진 작품이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어른의 폭력에 주변의 어른들 스스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전전긍긍하거나 속상하지만 남의 일이라고 무시해버리는 것이 전부다. 이런 현실 속에 한샘이도 갈래 머리도 무기력하게 놓여 있다. 이런 서글픈 현실이 서정적인 문체로 섬세하게 묘사되어 독자에게 깊은 안타까움을 전한다.
마지막 이야기 「화장」은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소재를 따온 작품이다. 근육위축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엄마를 둔 열두살 여자 아이, 다운이는 엄마를 병이 걸리기 전의 예전 모습(결혼할 때의 모습)처럼 예쁘게 만들어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2년 동안 모은 돈으로 화장품을 사기 위해 엄마를 휠체어에 태우고 외출을 한다. 이 작품은 외출을 감행한 모녀의 하루를 담았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너무나 명랑한 다운이 모습에 독자도 같이 힘이 솟는다. 이 작품에서 ‘화장’은 단순히 예쁘게 보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화장은 주술적인 힘과 맞닿아 있어, 병에 맞서 싸우기 위한 의지력의 회복을 상징적으로 의미한다. 그래서 화장을 다 끝낸 엄마의 모습을 ‘전사’에 비유한 다운이의 말에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렇듯 작가는 아이들을 섣부르게 동정하거나 작중 상황에 무리하게 개입해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안타까운 상황이든, 힘든 상황이든 그 속에 놓인 아이들의 모습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작중 아이들의 마음에 동화되어 작품 속에 쑤욱 빠져들게 하는 특장을 가졌다.
머리말 | “미안하다.”
지독하게 운이 좋은 아이
힘을, 보여 주마
다복이가 왔다
학급 문고 책 도둑 사건
바보 은태
문간방 갈래 머리
화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