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의 근대화증후군에 주목한 작가 송영, 조해일, 조선작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송영은 「선생과 황태자」 「중앙선 기차」에서 폐쇄된 공간에 갇힌 인물들의 삶과 의식을 빈틈없이 묘사하면서 근대제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조해일은 미군부대와 기지촌 문제를 다룬 「아메리카」와 거꾸로 걷는 지게꾼을 등장시킨 「뿔」을 통해 근대 계몽담론이 지향하는 몰개성, 복종, 인간성 상실을 비판한다. 「영자의 전성시대」 「성벽」 등의 작품에서 ‘영자’로 대표되는 도시 변두리의 소외된 인물군상의 모습을 그려낸 조선작은 이들의 소박한 꿈을 짓밟고 마는 근대화의 이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