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혼란스러운 산업화 경험에 휩쓸리지 않고 나름의 미학적 대응을 시도한 홍성원, 신상웅, 최창학의 소설을 실었다. 홍성원의 「즐거운 지옥」은 지식인들의 고단한 삶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조명했고, 「흔들리는 땅」은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서 살아가는 소외된 삶들의 갈등과 고난을 그렸다. 신상웅의 「분노의 일기」는 주인공의 미 8군 병영 경험을 통해 한국의 식민성 문제를 제기하고, 「돌아온 우리의 친구」는 유신시대의 폭력성과 노동자들의 무기력한 처지를 대조했다. 최창학의 「형」은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현대적 권력의 병폐를 정신병원에 비유해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