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평화

박기범 이라크통신

박기범  지음
출간일: 2005.10.12.
정가: 12,000원
분야: 어린이, 교양
「문제아」의 작가 박기범, ‘문제아’가 되다

 

 

 

 

“나는 문제아다. 선생님이 문제아라니까 나는 문제아다.” 박기범의 「문제아」는 이렇게 시작한다. 저자는 사회적 통념과 선입견이 어떻게 아이를 문제아로 몰아가는지, 나아가 아이가 삶의 무게를 어떻게 짊어지고 나가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아이가 처한 현실에 눈 돌리지 않고, 아이들이 본디 가진 생기와 힘을 믿는, 박기범은 천생 동화작가이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2003년 이라크전쟁을 거치며 저자는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을 닮아간다. 야만의 전쟁이 작가를 ‘문제아’로 만들어간 것이다. 2003년 2월, 이라크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박기범은 이라크로 들어간다. 겁 많고 순박하기만 하던 작가는, 그이를 아는 모든 이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훌훌 사선을 넘는다. 누구보다 전쟁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일방적이고 무자비한 학살 앞에서 이라크 아이들의 눈망울을 외면할 수 없어서란다. 그렇게 박기범은 쏟아지는 미사일과 총탄에 몸서리치며 그 야만의 전쟁을 온몸으로 증언한다.

 

 

 

 

 

 

 

이방인, 산타클로스, 그리고 친구

 

 

 

작가는 이라크 아이들과 만나며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전쟁은 아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마음까지 황폐하게 만들어버린다. 전쟁이 참혹한 이유는 어쩌면 살아남은 이들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강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여린 아이들에게 전쟁이 남긴 상흔은 치명적이다. 전쟁 직후 폐허가 된 바그다드 거리에는 하시시와 본드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칼을 들이미는 어린 알리바바(도적)들로 넘쳐난다. 커서 미군을 물리치겠다던 아이는 미군 탱크 앞을 서성이며 달러를 구걸한다. 하루 한 끼 챙겨먹기도 벅찬 아이들에게 ‘평화’니 ‘나눔’이니 하는 것은 사치스런 감정일 수밖에 없다. 자기와 같은 처지가 아닌 이들은 모두 낯선 이방인이거나 선심을 베푸는 산타클로스일 뿐이다.

 

 

 

저자는 전쟁을 전후로 아이들의 손짓과 몸짓과 표정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면밀히 기록하고, 이를 통해 본질적인 의미의 희망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김중미가 치른 또하나의 전쟁

 

 

 

그 시기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는 또다른 전쟁을 치른다. 김중미는 인천 괭이부리말에서 아이들 쉼터이자 공부방인 ‘기차길옆작은학교’를 꾸려오다가, 강화에 새롭게 농촌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이는 인천과 강화를 오가며 신산한 일상을 온몸으로 부딪쳐간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죽으러 왔다는 이웃 아저씨의 넋두리를 들으며, 버려진 갓난아이를 맡아 기르며, 아이들 극성을 받아주며, 아이들과 반전평화활동을 벌이며 몸 누일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그리고 하루하루 일어난 일들을 이라크의 박기범에게 전한다. 평화에 대한 그이의 깊이있는 시선은 박기범에게 야만의 시공간을 이겨내는 지혜를 건넨다. (책의 각 부 말미에 그 편지글이 실려 있다).

 

 

 

 

 

 

 

44일간의 단식평화순례, 그 후

 

 

 

한국으로 돌아온 박기범은 ‘파병을 막기 위한 시민단식모임-소망의 나무’ 농성에 이어 ‘종전과 철군을 위한 단식평화순례’ 길에 오른다. 소망의 나무와 단식평화순례 기간 동안에도 박기범의 눈은 늘 아이들에게 향해 있으며, 그들로부터 힘을 얻는다. 박기범의 아이들에 대한 ‘순애보’는 삶의 본질에 대한 자기성찰과 궤를 같이한다. 저자는, 그리고 우리는 이미 기존 사회질서로부터 길들여진 몸이다. 아무리 지고한 뜻을 품었더라도 몸의 어느 한 부분은 사회가 만들어놓은 질서 안에 놓일 수밖에 없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환경‘운동’을 하고, 반전(反戰)에는 익숙하지만 비전(非戰)에는 낯설다. 하지만 아이들은 경계와 규제와 구분이 없다. 스스럼없이 본능에 충실한다. 저자는 그 아이들로부터 평화가 거창한 구호와 복잡한 관념이 아니라, 시시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상에 있음을 배운다.

 

 

 

박기범은 부시와 블레어, 노무현을 전범민중재판에 올리는 기소인 운동의 시작을 알리면서 목숨을 건 44일간의 단식평화순례를 끝낸다. 한편, 저자는 예의 거창하고 복잡함을 여전히 몸에서 떼어내지 못했음을, “자본과 문명이 만든 삶의 그물에서 한발짝도 비켜서지 못하는 우리가 이라크 아이들을 죽이고 있었”음을 아프게 고백한다. 이 고백은 ‘이라크전쟁’이라는 특정한 시기와 지역을 넘어, 우리 시대 삶의 방식과 사람 사이의 평화를 생각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화두임에 분명하다.

 

 

 

 

 

 

 

※ 책제목  ‘어린이와 평화’ 는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안타까워하며 뜻을 모은 평화행동의 이름이다. 스물한 개의 크고 작은 어린이문학·교육·문화 단체가 밑돌을 놓아 시작한 이 운동은 수많은 학부모와 교사, 작가 들과 더불어 어린이들의 마음과 몸짓으로 가꾸어졌다. ‘어린이와 평화’는 박기범의 이라크행을 계기로 ‘박기범이라크통신(바끼통, cafe.daum.gibumiraq)’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박기범이 이라크로 떠난 뒤로 그를 아끼는 이들이 인터넷까페 ‘박기범이라크통신’을 열었고, 박기범은 이곳을 통해 이라크 소식을 전한다. 이후 ‘바끼통’은 이라크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보도의 장이자 평화를 이야기하는 논의의 장이 되었고, 이는 오프라인에서의 반전활동으로 이어졌다. 이후 ‘박기범이라크통신’ 활동은 ‘파병을 막기 위한 시민단식모임-소망의 나무’ 농성과 ‘종전과 철군을 위한 단식평화순례’로, 그리고 현재에는 ‘이라크평화를 바라는 바끼통’으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바끼통’에 올라온 박기범의 기록이자, ‘바끼통’의 이름 아래 모인 모든 이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목차

한 동화작가가 당신에게 말을 건네려 한다_캐이시 켈리

안녕, 로아이_살람 H. 가드반

 

1부 평화로운 도시, 거짓말 같은 전쟁

2부 죄 없는 목숨들이 죽어가고 있다

3부 평화지킴이상

4부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

5부 침략군을 보낸 나라의 백성

 

소망의 나무

단식평화순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