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에 씌어진 윤동재의 시에 그림 작가 김재홍이 그림을 그린 『영이의 비닐우산』은 비닐우산의 추억을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이다. 비닐우산을 통해, 이웃을 생각하고 작은 것이라도 나눌 줄 아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얘기한다.
비 오는 월요일 아침, 영이는 학교 가는 길에 거지 할아버지가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본다. 할아버지 옆에는 빗물이 졸졸 넘치는 쭈그러진 깡통이 놓여 있다. 거지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놀림과 문방구 아주머니의 핀잔을 받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영이는 아침 자습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거지 할아버지에게 머뭇거리면서 자기의 비닐우산을 씌워 준다. 그날 오후 맑게 갠 하늘, 하교 길에 영이는 거지 할아버지가 있던 담벼락을 본다. 할아버지는 없고 영이가 준 비닐우산만이 놓여 있다.
시인의 감상보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이야기 들려주듯 풀어 가는 글과 영이의 따라 움직이며 표현된 사실적인 그림이 영이의 마음을 차분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 낸다. 또한 현실을 표현하는 회색, 나눔을 표현하는 초록의 이미지가 중첩되어 희망의 메시지를 강화한다. 특히,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빗소리가 들릴 것처럼 생생한 비 오는 날의 풍경 속에서 거지 할아버지에게 비닐우산을 건네는 영이의 수줍음과 용기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림작가 김재홍은 『동강의 아이들』로 ‘2004 에스파스 앙팡상’을 수상하여 해외에서도 인정 받았다.
책이 출간되기 전 어린이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에게 모니터를 해 보았다. “오버된 감정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짧은 글에 많은 게 표현되어 있다.” “나 같으면 그냥 툭 치고 갔을 텐데 영이는 우산을 씌워 줬다.” “영이의 도와주는 마음이 예뻤다.”는 아이들의 반응처럼, 짧으면서 여운이 남는 이 한 권의 그림책이 그 어떤 설교보다 아이들의 마음에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날이 갰는데도 비닐우산을 펴고 걸어가는 영이의 기분을 아이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이처럼 수줍어도 먼저 내미는 손길을 통해, 이 세상을 따뜻하게 밝혔으면 좋겠다.
‘우리시그림책’ 시리즈는?
『영이의 비닐우산』은 ‘우리시그림책’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다. ‘우리시그림책’ 시리즈 중 『시리동동 거미동동』 『넉 점 반』 『낮에 나온 반달』 『길로 길로 가다가』는 『누구야?』 『삐비 이야기』와 함께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전시할 ‘한국 그림책 100선’에 선정되었다.
시와 그림의 독특한 결합 방식으로 그림책의 새 가능성을 보여준‘우리시그림책’시리즈는 한 권 한 권 나올 때마다 늘 새로운 시도로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꼬리따기 노래에 제주도의 풍경과 엄마의 사랑을 담은 권윤덕의 『시리동동 거미동동』 진솔한 어린이시에 조은수의 개성적인 그림이 담긴『내 동생』 윤석중의 동시에 1960년대 우리 풍경을 담아낸 이영경의 『넉 점 반』 리듬과 이미지로 울림을 만들어 시인들이 극찬하는 『낮에 나온 반달』 전래 놀이 노래의 신명과 익살을 한밤중 책상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되살려 낸 환상 그림책 『길로 길로 가다가』 가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