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소설 17

전광용 이범선 이호철

전광용  지음  ,  이범선  지음  ,  이호철  지음  ,  최원식  엮음  ,  임규찬  엮음  ,  진정석  엮음  ,  백지연  엮음
출간일: 2005.07.07.
정가: 12,000원
분야: 문학, 소설
도서상태: 절판
민족문학의 산실 창비에서 ‘20세기 한국소설’을 펴냈다. 이번 1차분에는 1920년대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중요작가 100여 명의 작품 200여 편을 담았다. 엄정한 눈으로 가려 뽑은 주옥같은 작품들과 친절한 교사-연구자 해설, 최상의 텍스트 선정과 치밀한 편집을 통해, 왜곡된 문학사를 바로잡고 한 세기의 한국소설문학을 총결산한다.

 

 

 

 

 

 

 

 

‘20세기 한국소설’의 주요 특징들

 

 

 

 

 

 

 

1. 진정한 문학사를 위해 엄선한 대표선집

 

 

 

지 난 몇십 년간 수많은 문학선집들이 나타났다 사라져갔지만 거기에 수록된 작품들의 면면은 대동소이했다. 한편으로는 남북분단이라는 시대적 제약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명확한 잣대와 평가 없이 이른바 ‘대표작’들만 무비판적으로 양산했기 때문이다. ‘20세기 한국소설’은 기존의 정전(正典) 아닌 정전을 창조적으로 해체하고 오늘날에 걸맞은 중요작품들을 엄밀한 기준하에 새롭게 가려 뽑음으로써 20세기 한국소설의 지형과 계보를 다시 그리고 한 세기의 문학을 총결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근대소설의 요람기인 1920년대부터 해방, 한국전쟁, 분단을 거쳐 4.19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는 1960년대까지를 1차분으로 묶어 22권을 배치했다. 총 94명의 작가, 189편의 중단편을 실어 중요 작가와 작품을 빠짐없이 망라했다. 기존의 대표작을 엄별해 싣는 것은 물론, 작가의 변모를 보여주는 문제작, 사회상을 잘 반영하는 수작들을 골고루 실어 내실을 꾀하는 한편, 작품의 질에 비해 지나치게 중요시된 몇몇 작품은 과감히 배제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주옥같은 작품들(1910~20년대 작품, 해방 전후 작품, 다수의 월북작가 작품 등)을 대거 도입해 문학사의 줄기를 바로잡았다. 이는 기존의 교과서 추수적인 문학선집에서 벗어나 각 작품에 정당한 자리를 되찾아주는 재평가 작업으로, 대여섯 권의 다이제스트판 선집이나 100권에 가까운 무차별적인 선집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작업이다. 이처럼 ‘20세기 한국소설’은 엄정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고른 주요작품들을 적절한 분량에 담은 ‘한국대표소설선집’이다.

 

 

 

 

 

 

 

2. 정확한 텍스트, 치밀한 편집

 

 

 

‘20 세기 한국소설’은 최상의 판본을 선정해 그 작품의 정수를 보여주는 한편,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오던 무수한 오류와 편집상의 개악(改惡)을 없앴다. 기존의 선집들은 다른 선집을 그대로 베끼거나 수많은 오류를 안고 있는 전집들을 참고함으로써 작가의 원뜻을 왜곡하기 일쑤였고, 판본선정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독자들은 최상의 상태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없었다. ‘20세기 한국소설’은 다양한 판본들 중 그 작품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왜곡되지 않은 판본을 선정해 대본으로 삼았다. 최초 발표본을 참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요한 선집과 전집, 가장 최근의 판본들(서정인, 한말숙의 경우 작가가 직접 수정)을 꼼꼼하게 참고하고 대조해서 기존 판본들의 수많은 오류들을 잡아냈다. 또 학생용 선집들에서 흔히 보이는 편집상의 개악, 즉 무분별한 어휘 순화와 대체, 섣부른 교정 교열로 인한 작품훼손을 바로잡음으로써 작품의 원래 맛을 최대한 살렸다. 의성어, 의태어는 물론이고 방언, 입말, 북한어 등을 원문 그대로 살림으로써 염상섭, 김유정, 김정한, 박태순, 천승세 등의 작품들이 생기를 되찾게 됐다. 문학, 특히 소설문학은 현실과 삶의 생생한 반영이라는 점에서 볼 때 작품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주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3. 교사와 연구자가 힘을 합친 ‘눈높이’ 감상 포인트

 

 

 

‘20 세기 한국소설’은 현장의 교사와 전문연구자가 e메일로 인터뷰를 하면서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감상 포인트를 짚어준다. 작품들만 꽉꽉 눌러 담은 무책임한 선집, 작품의 주제, 제재, 확인문제만 나열하는 학습지 마인드로는 문학의 온전한 이해와 깊이 있는 향유를 도울 수 없다. 소설을 읽고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이 작품이 왜 중요한지 바로 그 이유가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해, 암기에 지친 학생들이 진정한 문학적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일선 교사가 독자의 눈높이에서 묻고 전문연구자가 최신 연구성과에 기초해 대답한다. 소설에 사용된 기법과 구성, 장치 등의 분석은 물론이고, 작가의 이력과 작품경향에서부터 세계관까지, 작품 발표 당시의 정황에서부터 시대 흐름까지 짚어나가면서 한국문학사의 유장한 흐름을 느끼도록 돕는다.

 

 

 

 

 

 

 

4. 보고 싶은 책, 갖고 싶은 책

 

 

 

‘20 세기 한국소설’은 그 밖에도 독서를 즐겁게 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가미했다. 우선 신세대 감각에 맞게 책 전체를 발랄하게 구성했다. 작은 글씨로 본문만 빽빽하게 들어앉힌 ‘참고서형’ ‘소장용’ 문학선집에서 벗어나 시원시원하게 두 가지 색으로 판면을 짰고, 언제 어디서나 들고 읽을 수 있게 약간 작은 판형에 각 권 300면 내외로 분량을 조정했다. 각 작품이 시작하는 곳마다 그 작품의 핵심을 담은 사물을 아이콘 형태로 200여 개 배치했고, 낱말풀이에도 사물들을 삽입했다. 교사와 연구자가 e메일을 통해 작품 내용을 주고받는 곳 역시 실제 메일 윈도우 속이다. 이처럼 읽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더하기 위해 이미지를 풍부하게 활용했다. 또 본문에 나오는 어려운 단어와 문장에는 작은 별색 꽃표(*)를 달아 권말 낱말풀이에서 설명해줌으로써 본문 독서를 방해하지 않고도 필요할 때마다 쉽게 찾아보게 했다.

 

 

 

세트 구입 시 제공하는 별책부록 『20세기 한국소설 I』에는 편집위원들이 집필한 각 시대별 총론(「20세기 한국소설사」)과 「20세기 한국소설어 사전」 「20세기 한국소설가 사전」을 따로 마련해서, 이 한 권만으로도 ‘20세기 한국소설’ 시리즈 전체의 편람(companion)이자 사전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 또 시리즈 전체의 목록을 작가별, 작품별로 재배열해 찾아보기(index)로도 쓸 수 있게 했다.

 

 

 

 

 

 

 

각 권의 개요

 

 

 

 

 

 

 

1권

 

 

 

제 1권은 1920년대에 활동한 초기 근대단편들을 담았다. 무정부주의를 환상적인 기법으로 형상화한 신채호의 「용과 용의 대격전」, 식민지 지식인의 자의식과 갈등을 드러낸 현상윤의 「핍박」과 양건식의 「슬픈 모순」, 신여성이 봉건적 관습 때문에 고통받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나혜석의 「경희」 등은 기존 소설사에서 크게 주목하지 못했던 귀중한 작품들이다. 그 밖에 계몽적 자아가 드러나는 이광수의 「어린 벗에게」 「무명」과, 계몽주의에서 벗어나 단편을 미학적으로 완성한 김동인의 「배따라기」 「태형」 「감자」 「붉은 산」을 수록했다.

 

 

 

 

 

 

 

2권

 

 

 

제 2권의 염상섭은 이광수와 김동인이 세운 근대소설의 틀에 피와 살을 부여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일제강점기에서 4·19혁명에 이르는 한국현대사의 면면을 작품 속에 담았다. 동경 유학생 이인화의 귀국 여행기를 통해 식민지 조선의 암담한 현실을 생생하게 묘파한 「만세전」은 한국 중편소설의 효시로 꼽힌다. 또한 돈을 둘러싼 인간군상의 속물의식을 드러내는 데 주력해온 염상섭 소설의 문제의식은 「전화」 「두 파산」 「양과자갑」에서 잘 드러난다.

 

 

 

 

 

 

 

3권

 

 

 

제 3권은 본격적인 단편소설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1920년대 작품들을 담았다. 근대단편의 완성자로 평가되는 현진건의 「빈처」 「할머니의 죽음」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 「고향」과, 인간적인 사랑의 가능성을 파고든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 「뽕」 「지형근」 외에도, 문학의 자율성을 옹호한 전영택의 「혜선의 사」 「화수분」, 근대최초의 역사소설인 박종화의 「목매이는 여자」를 수록했다.

 

 

 

 

 

 

 

4권

 

 

 

제 4권은 식민지 시대의 신경향파·카프 계열의 참여문학을 주로 실었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식민지 현실을 고발한 최서해의 「탈출기」 「홍염」, 카프 최고의 문학적 성과를 낸 걸로 평가받는 이기영의 「민촌」 「서화」,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천착한 한설야의 「과도기」 「이녕」과 함께, 식민지현실에서 새로운 전망을 찾는 조명희의 「낙동강」, 송영의 「석공조합 대표」, 이익상의 「어촌」을 수록했다.

 

 

 

 

 

 

 

5권

 

 

 

제 5권은 풍자와 아이러니를 통해 식민지 현실을 고발한 채만식과 김유정의 작품을 수록했다. 식민지 지식인의 자화상을 독특한 방식으로 드러낸 「레디메이드 인생」 「명일」 「치숙」, 해방 후의 뒤틀린 현실을 풍자한 「논 이야기」, 속물적 인간형을 비판한 「도야지」 등 채만식 문학의 정수를 담았고, 비참한 농촌현실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김유정의 「봄·봄」 「동백꽃」과, 민중의 입장에서 그런 현실을 직시한 「산골 나그네」 「만무방」 「금 따는 콩밭」 등 주옥같은 작품을 실었다.

 

 

 

 

 

 

 

6권

 

 

 

제 6권은 ‘근대단편소설의 완성자’ 이태준과, 탁월한 모더니스트 박태원의 작품을 실었다. 이태준 단편의 특성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달밤」 「까마귀」, 변화하는 현실과의 갈등을 다룬 「복덕방」 「패강랭」, 민중의 활력에 주목한 「농군」과 급격한 사상전환을 보여주는 자전소설 「해방 전후」 등을 통해 이태준 문학의 궤적을 그려볼 수 있다. 또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전체가 한 문장으로만 씌어진 「방란장 주인」과, 「성탄제」 「최노인전 초록」 「춘보」 등을 수록해 박태원 문학을 조감할 수 있게 했다.

 

 

 

 

 

 

 

7권

 

 

 

제 7권은 카프의 대표작가 김남천, 간도 체험을 바탕으로 궁핍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강경애, 노동체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작품을 보여준 이북명의 작품을 실었다. 전위활동의 의미를 짚어낸 「공장신문」, 사회주의자 지식인의 자기성찰을 그린 「처를 때리고」, 전향문제를 다룬 「경영」이 김남천의 인식을 드러낸다면, 기층민의 인식변화를 보여준 「소금」, 지식인의 소시민성을 그린 「원고료 이백 원」은 강경애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념에 묻히지 않고 자신의 노동체험을 형상화한 「질소비료공장」도 1930년대 문학의 소중한 성과로 평가된다.

 

 

 

 

 

 

 

8권

 

 

 

제 8권은 분열된 지식인의 모습을 그린 유진오의 「김강사와 T교수」, 농촌소설 계열인 이무영의 「제일과 제일장」과 박영준의 「모범경작생」, 극악한 국내외 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한 백신애의 「꺼래이」 「적빈」, 식민지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린 박화성의 「하수도 공사」 등을 통해 식민지 현실을 다각도에서 조망한다. 또 자연과의 조화를 꾀한 「메밀꽃 필 무렵」, 욕망 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인간군상을 그려낸 「산협」, 이국배경의 「합이빈」 등 이효석의 작품을 통해 1930년대 소설 지형을 그린다.

 

 

 

 

 

 

 

9권

 

 

 

제 9권은 대표적인 모더니스트 이상·최명익과, 주요섭·현경준·유항림의 대표작을 실었다. 강한 자의식을 모던한 방식으로 표현한 이상의 「날개」 「봉별기」 「종생기」 「실화」와,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인물들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린 최명익의 「비 오는 길」과 유항림의 「마권」, 독특한 시점 구성으로 탁월한 미적 성취를 이뤄낸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 「아네모네의 마담」, 거친 뱃사람들의 끈끈한 유대를 통해 현실 돌파의 비전을 보여주는 현경준의 「오마리」를 통해 1930년대 후반 소설의 다양한 갈래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10권

 

 

 

제 10권은 주로 향토색 짙은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와 정비석의 「성황당」이 변해가는 시대상황과 갈등하는 전통사회의 모습들을 보여준다면, 황순원의 「별」 「독 짓는 늙은이」 「목넘이마을의 개」 「학」은 시대를 초월한 순수함의 세계를 그린다. 「무녀도」 「황토기」 「역마」 「등신불」에서는 운명과 자연에 순응하려는 김동리의 독특한 세계관이 잘 드러난다.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소설적 대응양상들은 어떠했는지 이 작품들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11권

 

 

 

안 수길은 식민지 조선인으로서 자부심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했던 만주에서의 체험을 「목축기」에서 형상화하고 있다. 「제3인간형」은 전후 현실을 살아가는 세 가지 인간 유형을 통해 전쟁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굴절시키는지를 보여준다. 김정한은 「사하촌」 「추산당과 곁사람들」에서 식민지하 농촌의 모순을 정확히 보고 이를 농민의 편에서 가차 없이 묘사하여 농민문학의 새로운 전망을 확보하고 있다. 평생 힘없는 약자의 편에서 시대와 권력에 저항해온 김정한의 문학세계는 「모래톱 이야기」 「수라도」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12권

 

 

 

김 사량은 일찍이 재일조선인의 비참한 삶을 접하면서 이를 문학을 통해 널리 알리고자 했는데, 「빛 속으로」 「지기미」는 그의 대표작이다. 특히 「빛 속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아꾸따가와상(芥川賞)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허준의 「잔등」은 해방을 맞아 만주에서 돌아오는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패전국 일본의 비참한 처지와 사회주의체제가 성립되어가는 북한의 실상을 담담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혼자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최정희의 「맥」에서는 당시 페미니즘의 의의와 한계를 동시에 찾아볼 수 있다.

 

 

 

 

 

 

 

13권

 

 

 

항 일무장투쟁에 직접 참여한 바 있는 김학철은 동시대 작가들에게 윤리적인 자책감을 일깨우는 존재였다. 「균열」 「무명소졸」은 이러한 작가의 삶이 투영된 자전소설이다. 김영수는 「혈맥」에서 광복 직후 신탁통치안에 대한 찬반양론을 부자간의 대립으로 묘사하면서 당시 우익 측의 입장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토지개혁을 다룬 이선희의 「창」, 소시민 지식인이 자신의 계급적 한계를 극복하고 역사 발전에 동참하는 모습을 그린 지하련의 「도정」 등은 작가들이 월북했던 탓에 해금조치가 풀린 후에야 일반에 공개된 작품들이다.

 

 

 

 

 

 

 

14권

 

 

 

제 14권은 전후 각계각층의 일상과 그 속에 담긴 갈등과 모순을 잘 보여준다. 오영수가 「갯마을」 「메아리」 「후일담」을 통해 꿋꿋한 생명력에 거는 희망을 제시하는 한편, 김이석의 「실비명」 「뻐꾸기」와 손소희의 「전말」, 유주현의 「장씨 일가」, 최인욱의 「개나리」는 평범한 삶 속에 숨은 비극들을 드러낸다. 사라져가는 전통가치에 대한 쓸쓸함을 형상화한 정한숙의 「전황당인보기」와, 섬세한 서구적 감각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한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는 이 시대의 소설들이 현실을 다양하게 굴절시키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15권

 

 

 

김 성한의 소설은 우회적인 접근을 통해 당대 현실에 비판을 가한다. 「바비도」는 타락한 교회권력을 내세워 부패한 이승만 정권을 비판하고 있으며, 「오 분간」에 등장하는 제3의 길은 불의의 시대에 맞서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결단을 암시한다. 송병수는 「쑈리 킴」에서 미군부대 주변의 기지촌을 배경으로 전후 현실의 한 전형적인 국면을 고발하고 있다. 박경리의 「불신시대」는 자신을 둘러싼 속물적인 세계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과 고발의지를 보여준다.

 

 

 

 

 

 

 

16권

 

 

 

손 창섭은 「비 오는 날」 등을 통해 불구자, 정신적 장애자 등 낯설고 기이한 인간형들을 선보이는데, 이러한 인물들은 인간에 대한 모멸의식의 산물이자 전후의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비유로 평가받는다. 후기작 「잉여인간」에 이르러서는 좀더 긍정적인 색채를 띠게 되는데, 서기원의 「암사지도」 역시 전후의 폐허와 가치의 혼돈을 그리면서도 나름대로 희미한 윤리의식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선우휘는 「불꽃」 등을 통해 격동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역사의 폭력에 희생당하는 개인의 삶을 보여준다.

 

 

 

 

 

 

 

17권

 

 

 

제 17권은 전후의 혼란한 현실과 이데올로기적 대립, 전쟁의 상흔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이범선은 「학마을 사람들」 「갈매기」 「오발탄」을 통해 불합리한 전후의 현실이 주는 고통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좌절을 제시하며, 전광용은 「꺼삐딴 리」라는 기회주의적 인물을 통해 뒤틀린 현실을 고발하는 한편 「사수」에서는 분단이라는 비극을 무의미한 대결로서 상징화한다. 이호철의 「탈향」 「판문점」 「남에서 온 사람들」은 이 분단 비극을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사실적으로 제시하며, 「부시장 부임지로 안 가다」를 통해선 분단 상황과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개인과 사회를 뒤틀리게 만드는지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18권

 

 

 

하 근찬은 「수난 이대」 「족제비」 「왕릉과 주둔군」 등에서 가난한 농촌을 무대로 서민들의 애환과 민족적 비극을 그려내는 데 천착해온 작가로 평가받는다. 좌절이 예견된 운명적 사랑과 그 극복의지를 표현한 한무숙의 「감정이 있는 심연」, 찰나의 삶에 집착하는 전후 여성의 방향상실을 그린 한말숙의 「신화의 단애」는 1950년대 본격화되기 시작한 여성의 문학 진출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현대적 메커니즘에 의한 인간소외를 그린 김광식의 「213호 주택」과 김동립의 「대중관리」는 산업사회의 획일화된 일상성을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19권

 

 

 

신 선한 감수성과 감각적인 문체로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김승옥은 4·19세대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생명연습」 「건」에서는 전쟁의 상흔이 원죄의식으로 자리 잡은 1960년대의 모습을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에서는 당시 전면화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적 일상 속에서 소외된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회화적인 문체와 시적인 상징이 돋보이는 이제하의 소설 세계는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유자약전」과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20권

 

 

 

서 정인의 「강」과 「나주댁」은 1960년대 소설이 획득한 뛰어난 서정성의 미학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달궁」은 판소리체를 현대소설에 접목시킨 독특한 문체로 주목받기도 했는데, 이러한 서정인의 끊임없는 실험정신은 「용병대장」으로 이어진다. 극장이 무너지는 풍경 속에 군중들의 해방심리를 담은 「무너진 극장」과 도시빈민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묘파한 「정든 땅 언덕 위」는 민중의 활력에 대한 낙천적인 상상력을 기조로 하는 박태순의 소설세계를 잘 드러내주는 작품들이다.

 

 

 

 

 

 

 

21권

 

 

 

이 청준은 사회현실과 정신의 대결관계를 포착하여 이를 매우 지적인 장치와 언어로 그려내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전후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두 세대의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낸 「병신과 머저리」를 비롯해 원한을 예술적 ‘한’으로 승화시키는 이야기를 다룬 「서편제」, 공허한 말의 유희를 비판한 「자서전들 쓰십시다」 등은 그의 대표작이다. 또한 이병주의 「겨울밤」, 최상규의 「포인트」, 송상옥의 「흑색 그리스도」에서는 전후문학의 불안한 흔적이 가득한 관념소설의 경향을 엿볼 수 있다.

 

 

 

 

 

 

 

22권

 

 

 

천 승세는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주변부의 삶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다. 월남한 반공주의자 포대령의 몰락을 다룬 「포대령」은 그의 대표작이며, 「신궁」에서는 어촌의 궁박한 삶을 뛰어난 입담과 서정적인 묘사로 담아내고 있다. 같이 수록된 방영웅의 「첫눈」, 박용숙의 「감비 천불붙이」, 전병순의 「강원도 달비장수」 역시 방언과 토착적인 풍속의 세계를 잘 살려낸 작품들이다. 반공법 위반 파동을 일으키기도 했던 남정현의 「분지」는 미국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1960년대 소설의 결실로 꼽힌다.

 

 

 

 

 

 

 

별책: 『20세기 한국소설 I』

 

 

 

세트에 딸린 별책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 「20세기 한국소설사」: 『20세기 한국소설』의 편집위원들이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기간을 네 개의 시대로 구분해 각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문학사를 조감한 총론이다. 「3·1운동을 분수령으로 한 우리 소설의 전개양상」(최원식), 「1930년대 소설의 다양성과 주요 유형」(임규찬), 「8·15해방에서 1950년대까지 한국소설의 전개과정」(진정석), 「4·19혁명과 1960년대 소설의 전개과정」(백지연)으로 구성된 작은 문학사다.

 

 

 

-「20세기 한국소설어 사전」: 각 권의 말미에 붙인 낱말풀이를 한데 모아 정리한 사전으로, 시리즈 전체의 소사전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

 

 

 

-「20세기 한국소설가 사전」: 각 작가의 생애와 주요작품 등을 한데 모아 정리한 작은 인명사전이다.

 

 

 

-「20세기 한국소설목록」: 1차분에 실린 모든 작품을 작가별·작품별로 배열한 색인이다.

목차

간행사

 

전광용: 「사수(射手)」 / 「꺼삐딴 리」

이범선: 「학마을 사람들」 / 「갈매기」 / 「오발탄」

이호철: 「탈향」 / 「판문점」 / 「부시장 부임지로 안 가다」 / 「남에서 온 사람들」

 

이메일 해설: 백병부·이호규

낱말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