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문선이는 우리 사회의 현안이 되는 문제를 어린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예리하고 사실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특장을 가졌다. 이 작품에서 미래의 ‘지엠오’(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을 줄인 말. 본래의 유전자를 조작․변형시킨 생물체란 뜻으로, 보통 농축산물의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다) 세상은 과학적인 사실을 꼼꼼히 조사하고 공부한 작가의 성실함에 풍부한 상상력이 더해져 아주 리얼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지엠오 아이』는 유전자 조작이 일상화되고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미래사회의 빛과 그늘을 파헤친 색다른 작품이다. 특히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배양 성공으로 ‘지엠오’라는 말이나 ‘유전자 조작’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요즘이라 이 작품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유전자 조작은 동물이나 인간 생명 연장을 위한 장기 사업과 부모는 물론 다른 사람의 우성 유전자를 조작하여 맞춤 아이로 만들어주는 일에까지 이용된다. 유전자가 조작되지 않은 것이 희귀할 정도여서, 부자나 특권층 사람들 소수를 제외하고 일반 사람들은 보통 유전자 조작 농축산물을 먹는다. 유전자 조작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계기는 유전자 조작 인간이 유전자 조작 식품을 먹어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희귀병에 걸린 사람들이 늘어나면서이다. 게다가, 자기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전자가 조작된 자녀가 희귀병에 걸리거나, 집안 경제가 어려워지면 자식들을 버리기까지 한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을 모아둔 고아원이 부족할 정도다.
이 작품의 주인공 ‘나무’도 이런 경우다. ‘나무’는 우성 유전자가 조작되었지만, 부모의 요구로 ‘아이다움’을 잃지 않게 유전자가 조작된 아이다. ‘나무’ 부모는 사업 실패로 ‘나무’를 버려두고 도망을 친다.
‘나무’의 앞집에 사는 정 회장은 유전자 산업회사의 대표이다. 이 회사는 병마에 시달리는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장기 사업을 해온 유전자 산업의 선두주자로서, 다른 사람의 우성 유전자까지 조작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부모의 유전자만 조작하여 지엠오 아이를 만들어주고 있다.
세계적인 회사의 대표지만, 정 회장의 개인생활은 행복하지 못하다. 아들이 유전자 조작 반대 운동을 학생 때부터 해오고 있고 현재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더 이상 텔로미어(인간 수명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연장할 수 없기 때문에 정 회장은 냉동 인간이 되느냐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다.
기계처럼 살고 있는 정 회장은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나무’를 만나게 되면서 아주 조금씩 인간 본연의 마음을 회복해간다. 지나치게 깔끔하고, 딱딱 정해진 일과대로 움직이는 정 회장의 일상에 끼어든 ‘나무’. 정 회장은 오랫동안 친아들, 친손자, 친증손자를 외면해왔으면서도 증손자 같은 ‘나무’의 천진함에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되지만, 결국 ‘나무’를 고아원으로 보내 버린다. 그러나 ‘나무’의 빈자리를 느끼고 다시 데려오는데, 이즈음 ‘나무’의 희귀병 증상이 좀더 자주 발병하기 시작한다. ‘나무’를 치료하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정 회장은 고통스러우면서도 자신이 처한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무’에게서 큰 감화를 받는다. ‘나무’의 충고와 바람대로 정 회장은 아들 가족과 화해할 것을 결심하게 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지엠오’를 찬반론자 입장에서 보지 않고 ‘지엠오’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펼쳐질 양상들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보고자 했다. 지난해 아버지의 투병생활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장기 생산에 대한 문제’와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희귀병 환자들의 아픔은 물론 생명의 존엄성과 윤리적 측면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어린이들이 살게 될 미래에는 ‘나무’가 겪는 것과 같은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과학기술과 인간의 관계, 삶과 죽음의 관계, 신과 인간의 문제, 세대 간의 갈등 등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이다.
머리말 | 미래 세상에서 찾아온 ‘나무’
1. 유전자 조작 반대 시위
2. 화상 회의
3. 앞집 아이
4. 원하지 않은 결정
5. 불쌍한 산타 할아버지
6. 우울한 크리스마스
7. 지키지 못한 약속
8. 유치한 해결법
9. 고아원은 싫어요
10. 판타지랜드에서
11. 불길한 예감
12. 수술
13. 부모를 만난 나무
14. 단둘이 떠난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