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 그림책 5

길로 길로 가다가

전래동요    ,  인강  그림
출간일: 2005.06.20.
정가: 15,800원
분야: 그림책, 창작
‘우리시그림책’ 시리즈는?

 

 

 

 

시와 그림의 독특한 결합 방식으로 그림책의 새 가능성을 보여준‘우리시그림책’시리즈는 한 권 한 권 나올 때마다 늘 새로운 시도로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꼬리따기 노래에 제주도의 풍경과 엄마의 사랑을 담은 권윤덕의 『시리동동 거미동동』 진솔한 어린이시에 조은수의 개성적인 그림이 담긴 『내 동생』 윤석중의 동시에 1960년대 우리 풍경을 담아낸 이영경의 『넉 점 반』 리듬과 이미지로 울림을 만들어 시인들이 극찬하는『낮에 나온 반달』. 이번에 출간된 『길로 길로 가다가』는 전래 놀이 노래의 신명과 익살을 한밤중 책상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되살려낸 환상 그림책이다.

 

 

 

 

책상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시공간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내가 잠든 사이에 방 안에서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림책 『길로 길로 가다가』는 이런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전래동요를 텍스트로 책상 위에 또 다른 공간과 시간을 펼치면서 이야기를 구성한 것은 우리 그림책에서 전에 없던 새롭고 독특한 시도이다.

 

 

밤 12시가 되자 책상 위에서 한바탕 즐거운 소동이 벌어졌다가 동이 틀 무렵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지는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꿈꾸며 놀 수 있는 어린이들의 놀이 세계와 닮았다.

 

 

시각적으로 되살린 전래동요의 해학과 신명

 

 

 

전래동요 ‘길로 길로 가다가’는 전국에서 널리 불렸는데 이 그림책의 텍스트가 된 것은 황해도 해주에서 불리던 해학적 요소가 강한 놀이노래이다. 길을 가다 우연히 주운 돈으로 떡 두 개를 산 영감님은 혼자 먹을 생각에 신이 나서 개천으로 간다. 그런데 느닷없이 물귀신이 나타나 빼앗아 먹으려 한다. 외양간에 가니 송아지가, 안방에 가니 처자식이, 부엌에 가니 귀뚜라미까지 입맛을 다신다. 뒤뜰에 가서 겨우 맘 놓고 보자기를 풀어 떡을 먹으려는 데 쥐 두 마리가 ‘날롬’ 뺏아 먹는다.

 

 

주인공 영감님은 얌체 같아 얄밉기도 하지만 떡을 살까 엿을 살까 고민하는 표정이나 몰래 떡을 먹으려다가 들켜서 놀라는 모습 들을 보면 웃음이 터져 미워할 수가 없는 캐릭터이다. ‘야암냠’ 하면서 떡을 향해 달려드는 물귀신이나 송아지의 모습 또한 흉내 내고 싶을 만큼 유쾌하다. 여기에 더해 전래동요 운율에 따라 연출된 생동감 있는 화면은 신명이 절로 나게 한다.

 

 

깎고 붙이고 칠하고… 이 년여에 걸친 작업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뿐 아니라 집, 나무, 꽃, 새 등 여러 소품들에도 작가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담겨 있다. 주물과 나무 석고 금속 옥(玉) 등 다양한 재료로 깎고 붙이고 칠하기를 거듭한 이 년 넘게 걸린 작업의 결과이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위해 수없이 많은 캐릭터들과 소품들을 만들었는데 아쉽게도 무대에 등장하지 못한 것들도 많다.

 

 

작가와 기획자 ‘달리’는 필요에 닿는 옛날 물건 찾기 위해 황학동 시장과 인사동을 샅샅이 뒤졌으며 옛날 물건 수집가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효과적인 장면 연출을 위해 세평 남짓한 좁은 작업실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수없이 찍는 실험을 거쳤음에도 실제 촬영 때는 삼일에 걸친 밤샘 촬영을 해야 했다.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책상 마을 여행

 

 

 

이 그림책에서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는 머리 풀고 소복 입은 ‘물귀신’일 것이다. 마녀나 드라큘라가 아닌 이런 귀신은 우리 창작 그림책에서나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캐릭터이다. 이렇게 부모 세대의 환상과 요즘 아이의 상상력을 연결 지어 소통시키려는 노력이 이 그림책의 장점이다. 시와 그림, 전통과 현대, 아이와 어른의 교감을 추구하는 ‘우리시그림책’의 특색이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났다.

 

 

작가 인강을 통해 살아난 작은 책상 마을을 부모와 아이가 같이 여행하면서 세대를 뛰어넘어 친구로서 함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여행에서 주된 이야기의 흐름뿐 아니라 똥 밟은 아이, 짝사랑에 가슴 앓는 아이 등 길가는 조연들의 사연을 들어보는 즐거움과 옛 물건들과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을 찾는 재미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