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아기책

누구야?

정순희  지음
출간일: 2005.02.25.
정가: 9,000원
분야: 그림책, 창작
『바람 부는 날』 『내 짱꿍 최영대』 그림작가로 잘 알려진 그림책 작가 정순희씨가 아기 그림책 <누구야?>를 새로 펴냈다. 정순희의 특장인 담백한 수묵 그림을 떠올릴 독자들에게는 『누구야?』의 입체적인 바느질이 신선한 충격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작가 정순희는 처음에는 소박하게 작은딸의 놀잇감을 만들어줄 요량으로 동물 모양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구성이 짜이고 캐릭터가 완성되어 가자 그림책으로 출판해 더 많은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마음 먹게 되었다.

 

 

 

<누구야?>는 영아 그림책의 문법에 충실한 단순한 구성과 다채로운 색감을 갖추었다. 막 말을 하기 시작하고 ‘뭐야?’ ‘누구야?’ 하며 세상 모든 것에 궁금증을 갖기 시작하는 만2세 전후의 아기들을 위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감 있는 동물들을 등장시켜 단어와 색감을 익히게 한다.

 

 

 

표지에서는 책에서 보게 될 동물 친구들이 일부분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동물들이 몸을 숨긴바탕에는 전통 조각보 기법의 패턴과 색이 곱게 배경을 이룬다. 책장을 넘기면, 고양이, 병아리, 토끼, 강아지, 이구아나 등이 공, 바구니, 신문지, 이불, 신발 속에 몸을 감추고 있다가 까꿍놀이 하듯이 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동물들의 눈동자는 독자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어 안정감과 재미를 준다. 한편, 동물 친구들 앞에는 ‘새침데기’ ‘수선쟁이’ ‘먹구재비’ 등 특징을 한껏 살린 별명을 붙였다. 토끼에게 붙인 ‘먹구재비’라는 별명은 작가의 어린 시절 별명이기도 한데, 사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책 전체에 운율감과 말하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실제 쓰는 말을 자연스럽게 살려 썼다.

 

 

 

운율을 잘 맞춘 안정감 있는 텍스트가 말놀이의 재미를 주는 한편, 전통 바느질 기법과 서양적인 퀼팅과 아플리케 기법을 적절히 혼합한 개성있는 화면 또한 시각적 자극을 주기 충분하다. 각 화면의 중심이 되는 동물들은 입체적인 재질의 천과 아플리케 기법으로 실제 모양을 최대한 살려내는 한편, 배경에서는 전통 조각보 패턴을 이용해 장식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주었으며, 책 전체적으로 전통적 색감을 잘 살려 은은하고 멋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

 

 

 

작가 정순희가 그림책 작가로서의 열정과 어머니로서의 애정을 담뿍 담아 만든 <누구야?>는 포근한 감촉이 그대로 느껴질 듯한 생생한 화면과 재미난 텍스트를 통해 어린 아기들에게 좋은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제공해줄 것이다. 또한 부모 독자들에게도 우리 고유의 색감을 새로이 발견하게 하는 유익한 체험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