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인 『낙지네 개흙 잔치』에는 개펄 풍경에서 시작하여 어린이의 마음, 고되지만 감싸 안는 삶을 담아낸 시 65편이 실려 있다. 자연을 단지 아름다운 대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명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렇기에 더 소중하다는 시인의 생각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새까맣고 얼룩진/울퉁불퉁 못난이//그래도 그 품에/아기 달랑게를 품었다.//그래도 그 등에/꼬마 갯강구를 업었다.” 는 갯돌의 모습처럼 (「갯돌」) 작든 크든 못났든 잘났든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고 저마다 제 몫을 다하는 소중한 생명체이다.
이런 자연의 아름다운 이치에 비해 인간은 생명을 파괴하는 데에만 급급하다. “욕심이 하도 없어/개펄 진흙 한 가지만 조금씩 찍어 먹고 사는 황발이랑/욕심이 너무 많아/ 산 파 먹고 강 퍼 먹고 바다까지 잘라 먹는 굴삭기는/달라도 아주 많이 다르지요.”(「황발이랑 굴삭기」) 하지만 이렇게 자연을 더럽히고 해치는 사람들을 “그래도/그냥 둘 수 없다며 쓸어 주는 파도,/버려 둘 수 없다며 살펴 주는 아침해.”처럼 (「해수욕장의 아침」) 자연은 더 넓은 사랑으로 쓰다듬고 어루만져준다.
“깔보거나 욕하지 않고/따지거나 다투지 않고/ 네 편 내 편 없이 잘 지내고 있지.” (「강이나 바다나」)라는 시구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은 편을 가르고 서로 옳다며 남의 허물을 탓하기보다는 서로 이해하는 마음의 소중함을 알린다.
이런 생각은 표제작 「낙지네 개흙 잔치」에서 절정을 이룬다. “개흙을 좋아하면 아무나 오라.” “목마르고 배고프면 누구나 오라.”며 열린 마음으로 나누는 삶을 지향하는 시인의 마음이 투영된 이 시는 그 흥겨운 갯벌의 삶이 인간의 삶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이런 시심은 시인의 개인사를 알고 나면 한층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꼽추 아저씨」는 바로 시인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는데 부인인 소설가 서순희 씨의 해설에 따르면 시인은 어릴 때 집 뒤에 있는 산으로 밤을 주우러 갔다가 언덕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쳤다고 한다. 또 시인은 소설가 이문구 선생을 만나면서 삶의 전환을 맞이하는데 소년 때부터 써온 시를 선생께 보이자 “시인이네. 동시 이렇게 쓰는 사람 없습니다.”라고 칭찬받고 문학 수업을 받게 되었다.
시인은 어린이들, 특히 소외된 어린이들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엄마는 딴 아빠랑 가서 없고/아빠도 딴 엄마랑 가서 없다.//할머니는 바빠서 없고/할아버진 아파서 없다.”(「혼자 노는 아이」) 이런 시가 가능한 까닭은 실제로 어린이들과 어울려 놀다가 해가 기울어서야 집에 돌아올 만큼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머리말에서 고백했듯이 ‘어린이 되고 싶은’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이 어린이의 마음은 흔히 생각하는 밝고 고운 동심이 아니라 「어머니는 생선 장수」나 「아버지 그리기」에서 보여 주듯이 부모 세대의 고된 삶까지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다.
『낙지네 개흙 잔치』의 시들이 더욱 빛나는 것은 우리말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아름다운 말로 씌어져 읽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세밀화를 비롯해 자연을 주로 그려 온 화가 윤봉선의 그림이 갯벌 생물에 익숙지 않은 어린이들을 동시의 세계로 이끄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작은 벌레나 풀꽃을 귀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이웃과 동포와 전 인류까지도 사랑하게 되고 아울러 세상은 저절로 평화롭고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시인의 바람이 헛되지 않도록 “지금은 잊혀진/무지개 마을을 찾아”가는(「비단고둥」) 시인의 꿈이 어린이들의 마음에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머리말
제1부 비단고둥
비단고둥
개펄 마당
홍합조개
낙지네 개흙 잔치
집게
갯우렁이랑 뻘조개
갯돌
황발이네
갯고둥
해당화
참갯지렁이
제2부 해수욕장의 아침
황발이랑 굴삭기
개불
두루미 중
강이나 바다나
꼬마 똘챙이
능쟁이의 생일
해수욕장의 아침
소문난 바닷가
돌멩이랑 파도랑
제3부 어머니는 생선장수
아버지의 주름살
재떨이를 보며
아버지와 낮달
손가락 마흔 개
아버지 그리기
담배 피우기
글씨 쓰기
어머니는 생선 장수
조개 까는 할머니
장터의 노래
찹쌀떡과 메밀묵
꼽추 아저씨
제4부 혼자 노는 아이
나비잠자리
매미 소리
민달팽이
솔방울
그럴 거다
돌개바람 불던 날
혼자 노는 아이
호숫가에서
오늘은 이슬비
숲 속의 왕거미
개미 한 마리
쓰레기 동산
발 밑에서 들리는 말
인라인스케이트 한 짝
물까치네 가족
까치 아파트
까치 발자국
제5부 잉어새 이야기
잉어새 이야기
공기놀이
도깨비놀이
별들이 간 곳
라면 끓이기
새엄마
나팔꽃
마네킹이 하는 말
제6부 해만 좋은 날
개나리랑 민들레
돌나물꽃
해만 좋은 날
개구리 소리
가을 저녁
가을 마당
늦겨울 아침
해설 | 서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