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비가 오려 할 때
짧은 낮잠
한 호흡
팽나무 식구
모닥불
햇차를 끓이다가
산수유나무의 농사
밤과 고둥
앵두나무와 붉은 벌레들
어두워지는 순간
그림자와 나무
저녁에 대해 여럿이 말하다
봄날 쓰다
봉숭아
황새의 멈추어진 발걸음
따오기
여울
맨발
뜨락 위 한 켤레 신발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제2부
가죽나무를 사랑하였다
반딧불이에게
하늘궁전
개복숭아나무
동천(東天)
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
화령 고모
우물이 있던 자리
봄날 지나쳐간 산집
큰물이 나가셨다
붉은 동백
흰 자두꽃
산모롱이 저편
꽃과 사랑
배꽃 고운 길
장대비 멎은 소읍
은못이 마을에서
나무다리 위에서
당신이 죽어나가는 길을 내가 떠메고
맷돌
옛 집터에서
제3부
꽃 진 자리에
팥배나무
유천(流川)
탱자나무 흰 꽃
다방에서 대낮에 부는 눈보라를 보았다
역전 이발
저녁에 섬을 보다
혀
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날
그믐이라 불리던 그녀
강을 건너가는 꽃잎처럼
묵언(默言)
여름밭
연인들
대나무숲이 있는 뒤란
동구(洞口)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저물어가는 강마을에서
뻘 같은 그리움
해설│이희중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