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적기업, 세계를 삼키다

존 매들리  지음  ,  이양지  옮김  ,  차미경  옮김
원제: Big Business, Poor Peoples: How Transnational Corporations Damage the World's Poor
출간일: 2004.08.16.
정가: 12,000원
분야: 인문교양, 정치사회
아무도 막지 못하는 권력, 초국적기업

 

 

며칠 후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올림픽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릴 예정이다. 올림픽은 출전선수들간의 경쟁의 장일 뿐만 아니라 유수 초국적기업들의 각축전이기도 하다. 올림픽의 상업화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당분간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초국적기업들의 막강한 권력을 제어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영화?자유화?전지구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초국적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개 이상의 국가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다른 기업들에 영향을 끼칠 능력이 있는 기업’이라는 초국적기업에 대한 유엔의 정의처럼 전세계 수만의 초국적기업이 정부와 국민들에게 정치?경제?사회?문화?환경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규모가 큰 초국적기업들의 연간 매출은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의 생산량을 넘는다. 초국적기업의 비중은 농산품의 80% 이상, 상품과 써비스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500대 초국적기업이 세계무역의 70%, 해외투자의 70%, 세계 GDP의 30%를 좌우한다는 추정치도 있다. 정부보다도 큰 권력을 쥐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가난한 나라와 초국적기업

 

초국적기업은 그 공룡 같은 규모만으로도 엄청난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국내기업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자본규모와 국제적 경험·지식·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국제시장을 힘으로 움직인다. 그들이 제공하는 일자리와 세금만으로도 작은 나라의 정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의 정책결정은 선진국의 본사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지역민들의 의사와 요구들은 무시되기 일쑤이다. 그러다 수익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언제든 다른 나라로 쉽게 옮겨가기도 한다. 사실 초국적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저기술과 저임금으로 움직이는 조립생산이며 고도로 분업화되어 있어서 호환성도 없다. 무엇보다 새로운 고용기회라는 것도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한 것이 대부분이므로 이미 경쟁하는 지역공장에 있던 인력을 빼앗아오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런 폐해들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들은 초국적기업을 원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 취약성 때문이다. 실업, 외화 부족, 외채 등에 허덕이면서 전지구화의 압력을 받는 개발도상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정부차원의 외자유치뿐이다. 개발도상국 정부는 초국적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온갖 유인책을 내놓는다. 개발도상국은 임금과 운영비용이 싸고 노조도 드물고 환경규제도 느슨하며 이전가격을 조작할 여지도 있고 심지어 비과세 혜택도 제공한다. 무엇보다 초국적기업을 통제할 씨스템도 거의 없다. 게다가 초국적기업은 해외원조를 통해 제3세계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도 한다.

 

 

 

 

 

 

 

『초국적기업, 세계를 삼키다』

 

이 책은 전세계에 망라된 초국적기업에 대한 총체적인 보고서이다. 지금까지 출판된 초국적기업에 관한 책들과 달리, 초국적기업이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끼치는 사회?경제?문화적 영향과 기업의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업, 임업, 수산업, 광업, 석유산업, 제조업, 제약업, 관광업 등 여러 분야에서 초국적기업이 어떻게 제3세계의 환경과 지역사회에 피해를 남겼는지, 어떻게 자연자원이 초국적기업에 착취되는지, 이에 맞서 정부와 생산자, 소비자와 주주들이 이들의 권력남용을 제한할 방법은 없는지를 살펴본다.

 

과거 해외원조에 의지하던 개발도상국 한국은 초국적기업의 활동무대이자 이제는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초국적기업의 본국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의 세계적인 초국적기업들이 아시아 등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투자국으로서의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수많은 한국기업에서 현지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유린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최근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군사정부와 협력하여 가스전 탐사를 추진하다가 국제자유노련에서 비난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책은 이러한 한국의 현재상황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저자 존 매들리는 10년 동안 초국적기업의 직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저널리스트로 20년 동안 40여개의 개발도상국을 다니며 조사했다. 관련된 학술논문이 없어서 직접 인터뷰하고 신문과 전문간행물, NGO 연구보고서를 살폈다. 이 책의 다양한 사례와 생생한 기록은 저자의 발품으로 수집된 것이다. 한편 옮긴이 차미경도 오랫동안 초국적기업 감시운동 일선에 선 활동가로서, 박노자와 함께 ‘아시아의 친구’들을 설립하여 운영중이며 현재 초국적기업 감시네트워크의 동아시아 연구원이다. 이 책에서는 초국적기업의 최근 실태와 한국의 사례를 담은 해설과 보론을 직접 집필하기도 했다. 해외NGO들의 저항운동과 대안 모색, IT산업이 일으키는 문제들, 그리고 한국의 해외투자 역사와 현황, 민영화 사례,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 실태가 소개되어 있으며, 옮긴이가 직접 영국 NGO, 인도네시아 한국기업 노동자와 한 인터뷰도 실려 있다.

 

 

 

 

 

 

 

[내용 소개]

 

 

 

생산에서 무역까지 농업을 장악하다

 

FAO에 따르면 세계 식물종의 3/4이 20세기에 사라졌다고 한다. 현대적?상업적 농업과 새로운 품종의 작물이 식물 다양성을 손실시킨 것이다. 또한 초국적 농업기업들은 인류의 유산인 자연자원에 지적재산권을 행사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라이스텍은 ‘바스타미’라는 이름의 향기나는 쌀로 특허를 따내 독점권을 행사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인도와 파키스탄 농민들이 전통적으로 재배하던 것이다. 미국의 델타 앤드 파인랜드와 미국 농림부는 식물의 재생산능력을 마비시켜 씨앗을 한번밖에 심을 수 없게 만든 ‘터미네이터 기술’로 특허를 따냈다. 농민들은 다음 농경기를 위해 거두어들인 씨를 보관할 수 없게 되었고 해마다 씨앗을 사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개발도상국의 허락도 없이 보상도 제공하지 않고 식물종자를 가져가는 ‘생물해적질’도 끊이지 않고 있다.

 

 

 

 

 

 

 

희생을 불러일으키는 농산품

 

초국적 담배기업은 담배경작이 개발도상국의 농촌고용과 외화벌이에 중요한 원천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농민들에게서 헐값에 사들이는 담뱃잎도 문제이지만 담배생산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자급할 수 있는 식량생산도 줄어드는 것도 문제이다. 또한 제3세계는 담배기업의 생산기지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비자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가뜩이나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예산은 흡연관련 질병에 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들어간다.

 

제3세계에 널리 퍼진 모유대체물의 판촉과 광고도 모유수유를 급감하는 원인이 된다. 대표적인 기업인 네슬레는 제3세계에서의 모유대체물 광고에 대한 비난이 일자 광고는 중지했지만 제3세계 병원에 무료로 분유를 제공하는 마케팅전략은 그대로 이어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는 즉각 부인했으나 저자는 ‘아기우유 행동’과 유니쎄프 등 관련 NGO와 기구에서 반박자료를 찾아냈다. 1995년 네슬레의 마케팅 담당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촌의 새로운 시장에서 서구의 윤리원칙을 지키며 막대한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하다.”

 

 

 

 

 

 

 

화려한 상품과 굶주린 노동자

 

완구?신발?의류?화학제품?전자제품?운송장비 등은 초국적기업들이 개발도상국의 지사와 하청업체를 통해 생산하는 주요공산품으로 이 사업장들은 낮은 임금, 강제잔업, 위험한 노동조건으로 악명이 높다. 일례로 1993년 비상구를 다 막아놓고 화재경보기와 살수장치조차 갖추지 않은 방콕의 완구공장 케이더에서 화재로 188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인도네시아 나이키 하청업체에서 한국인 관리자에게 폭행당한 여성노동자의 증언도 나온다.

 

이에 맞서는 움직임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네덜란드의 NGO ‘깨끗한 옷 입기 캠페인’에서는 개발도상국들의 의류생산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고, 의류공정거래헌장을 제정하여 해당마크가 표시된 의류만 구입하도록 소매업체에 압력을 가한다. 양탄자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아동노동을 사용하지 않는 업체에는 러그마크를 부착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도 했다.

 

 

 

 

 

 

 

가난한 자에게 나눠줄 에너지는 없다

 

석유기업 쉘은 석유가 풍부한 나이지리아의 니제르 델타에서 무지막지한 개발사업을 착수했다. 농경지를 가로질러 설치한 2100km의 고압관에서 석유가 유출되어 수자원과 농경지가 파괴되었다. 또한 30년 이상 하루종일 가스를 연소해왔다. 전세계 연소된 가스의 1/10 정도를 나이지리아에서 방출한 것이다. 보호막도 없는 폐기물 구덩이들 때문에 식수가 오염되기도 했다. 1993년 여름 내내 지역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 오고니지역의 27개 마을이 정부군에 공격당했고 2천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8만명이 갈 곳을 잃었다. 이 저항운동으로 지역민 대표자 켄 사로위와는 대안적 노벨상이라고 부르는 ‘바른생활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그는 지역정치인 4명을 살해하도록 교사한 혐의로 결국 사형당했다. 이 사태에 대한 쉘의 입장은 명쾌했다. “쉘 같은 상업적인 조직은 자주국가의 법절차에 간섭할 수 없고 간섭해서도 안된다.”

 

 

 

 

 

 

 

관광이라는 거대한 환상

 

관광산업은 개발도상국에서 두번째로 큰 외화소득원이다. 그러나 대부분 서구 관광객들이 지불하는 돈은 항공료와 호텔비여서 수익은 호텔, 항공사, 관광 오퍼레이터에게 돌아간다. 대표적인 관광산업인 호텔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1998년 멕시코 싼따끄루스에 쉐라톤호텔이 건설되었을 때 자격조건은 프론트데스크는 100% 영어구사, 청소원은 80% 영어구사였다. 지역민 절대다수가 자격미달이었다. 고용혜택은 외부인에게 주어졌다. 게다가 호텔의 가구는 스웨덴에서, 사무실 기기는 미국에서, 조명기기는 네덜란드에서, 식료품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들여왔다. 개발도상국의 상품을 쓰는 일은 드물다. 관광산업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필리핀 일본관광객 3명 중 한명은 섹스관광을 온 남성이고 개발도상국에서는 100만명의 어린이가 아동성매매에 동원되고 있다. 대부분 해변에 지어지는 호텔 때문에 원주민 어촌은 생존에 직결된 피해를 입기도 한다. 필리핀의 한 지역에서는 지역어민이 호텔단지의 25마일 이내에서 고기잡이하는 것을 금지당했다.

 

 

 

 

 

 

 

잘 팔리는 의약품은 약인가 독인가

 

유엔에서 판매금지를 한 의약품들이 개발도상국에서는 흔하게 사용된다. 금지된 잔여상품을 처분하여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장소로 제3세계가 이용되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평범한 강장제가 두뇌강장제로 판매되는가 하면, 파키스탄에서는 식욕촉진제가 네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의약품이 되기도 했다. 영양부족이 만연한 개발도상국에서도 비타민 광고는 널리 퍼져 있다.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타민이 아닌 식량이다.

 

초국적기업은 개발도상국정부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네릭 의약품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방해했다. 1982년 방글라데시는 150개 필수의약품과 100개 전문의약품을 선정했다. 그런데 필수의약품 45개는 국내기업에 의해 제네릭 의약품(상표 있는 상품과 같은 품질의 상품을 싸게 판매하기 위해 상표 없이 제조한 상품)으로만 제조되고 판매되도록 했다. 즉 초국적 제약기업은 진통제나 비타민 따위를 만들 수 없는 것이다. 그러자 미국 등 선진국의 압력이 거세졌고 심지어 WHO마저도 언급을 피해갔다. 결국 방글라데시는 몇가지 조항을 초국적기업의 구미에 맞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서문

 

제1장 초국적기업의 확장

제2장 왜 초국적기업을 원하는가

제3장 생산에서 무역까지 농업을 장악하다

제4장 희생을 불러일으키는 농산품

제5장 빼앗긴 숲과 바다

제6장 빈민을 채굴하는 광업

제7장 화려한 상품과 굶주린 노동자

제8장 가난한 자에게 나눠줄 에너지는 없다

제9장 관광이라는 거대한 환상

제10장 잘 팔리는 의약품은 약인가 독인가

제11장 진실을 감추는 기업홍보의 진실

제12장 권력에 대한 도전

 

IT산업이 일으키는 문제들

출처와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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