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어린이시가 직접 쓴 시를 텍스트로 하였습니다.
<내 동생>이라는 시는 이오덕 선생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살아있는 글쓰기’ 교육을 실천하시는 선생님들이 엮은 <엄마의 런닝구>(한국글쓰기연구회 엮음, 보리출판사 펴냄)에 실려 있는 시입니다. 이 시를 쓴 주동민은 <살아있는 글쓰기> <신나는 교실>의 저자 이호철 선생님의 제자로 1991년 경산 부림초등학교 6학년에 다녔습니다. 현재는 대학을 졸업하고 거제도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지요.
꾸밈없이 씌어진 진실한 어린이시는 어른이 쓴 동시와는 달리 감성에 직접적으로 호소해오는 남다른 힘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삶과 정서를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보여주며, 자신을 돌아보게도 하지요. 어른들이 쓴 시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언어의 유희는 없지만, 마음에 남는 감동은 더 큽니다.
<내 동생>의 시적 화자는 구구단을 못 외우는 동생 때문에 2학년 교실에 불려가 망신을 당합니다. 잠깐 동생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도 갖지만, 집에 돌아와 천진하게 노는 동생의 모습에 “나는 구구단이 밉다”고 일성을 가합니다.
② 조은수의 독특한 그림과 해석이 돋보입니다.
조은수는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아재랑 공재랑 동네 한바퀴> 같은 책에 맛깔스러운 글을 써낸 어린이책 기획자이자 많은 그림책을 우리 말로 옮긴 번역가이기도 합니다. 1998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주최하는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기획부문 상을 받은 뒤 영국으로 그림 유학을 떠났고, 1999년 제1회 서울일러스트레이션 공모에서 <말하는 나무>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글쓰기, 번역, 그림 그리기 등 어린이책의 여러 분야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팔방미인입니다.
연세대 교육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한 조은수는 원래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작가 특유의 자유분방한 선과 색감을 보여줍니다. 동생네 반에 불려 들어가 선생님께 혼나는 오빠의 감정―당혹감, 부끄러움, 분노, 갈등… 등을 하나하나 ‘설명’하기보다는 표현주의적인 기법과 강렬한 색채로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그림책에서 보기 힘들었던 과감한 시도로, 우리나라 밖에서도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③ 아이와 어른이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은 유아들만 즐기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도 물론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구구단 때문에 혹은 동생 때문에 속상했던 기억이 있는 모든 아이와 어른들에게 재미와 공감과 감동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