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동시집 『윗몸 일으키기』 이후에 쓴 동시 작품들을 모은 이번 시집에서 서정홍은 논과 밭 혹은 공장 일터에서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과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을 담아 들려주고 있다. 서정적인 경향이 우세한 대부분의 동시와는 달리 서정홍 동시는 주제의식이 다소 강하게 드러난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쉽고 편안한 서술과 뚜렷한 이야기성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게 읽히기도 한다.
표제작 「우리 집 밥상」은 날마다 마주하는 밥상 위의 밥과 반찬에 깃든 일꾼들의 정성을 생각하며 쓴 시이다. 밥은 “황석산 우전 마을 / 성우 아재가 보낸 쌀로” 지었고, 김치는 “효원 농장 이영호 선생님이 가꾼 배추로” 담갔고, 무말랭이, 고추 같은 반찬에도 길러 보내준 사람들의 정성이 담겨 있기에 “밥상 앞에 앉으면” “고마우신 분들 얼굴”을 눈앞에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의 정성을 느끼며 한끼 밥을 먹는 농촌 아이와는 달리, 도시 동무들은 “빵, 라면, 과자, 치킨” 같은 것들만 먹어 “쌀이 남아돌게 되고 농촌 마을도 사라져 버릴” 것 같아 시인은 걱정이다. (「편지」에서) “제발 밥 먹고 살자”는 시인의 호소는 그 어떤 구호보다도 절실하게 마음에 와닿는 힘이 있다. 모든 것이 ‘빨리빨리’ 돌아가기만 하는 지금 우리 현실(특히 도시에서의 삶)에서, 의식주에 깃들인 노동자의 농민의 땀과 정성은 쉽게 보이지 않게 마련이다. 서정홍의 동시는 의식주에 깃들인 인정과 건전한 노동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며, 이 시대의 인간관계를 새롭게 회복하는 방법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이번 시집에는 마치 한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은 시들도 있다. 직접 송아지를 키우다가 팔고 난 뒤 눈물을 흘리며 쓴 「누렁이」와 한쪽 다리를 다쳐 몸이 불편한 닭을 키우면서 쓴 「튼순이」 등은 “그래서 어떻게 될까?” 하고 마음 졸여가며 읽게 되는 ‘이야기시’들이다. 밥을 나누고 생활을 나누는 이들 ‘가축’ 기르는 이야기들은 도시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이야기와는 다른 차원의 가슴 찡한 감동을 안겨준다.
그밖에, 도시건 농촌이건 아이들의 삶을 짓누르는 ‘공부’ 문제, 부모 없이 자라는 아이들 이야기등 ‘오늘 우리’ 주변의 아이들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와 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차분한 목소리로 토로하는 시들도 돋보인다.
머리말
제1부 우리 집 밥상
우리 집 밥상
알 수 없는 내 마음
산꼭대기 올라
실매 마을
지리산 고모
걱정거리
금붕어
참고 또 참아도
어른들은 모른다
학원 쉬는 날
할머니가 하는 욕
기다림
하느님 엉덩이
기도
제2부 순영이 소원
어른이 되면
아버지 일옷
일요일 아침에
펌프 공장 견학을 마치고
아버지 일자리
십 분도 한 시간처럼
사랑 싸움
순영이 소원
천천히
엄마
제3부 장날
장날
아버지는 농부십니다
산밭 가는 길
봄가뭄
고구마 심던 날
물길
편지
그 말씀 때문에
사과 농사
벼 베는 날 아침에
감자 농사 풍년이 들어
고구마 캐던 날
가을걷이
아버지 소원
제4부 나무가 된 순철이
고무신 두 짝처럼
나무가 된 순철이
손님들
늦가을
우리 동생
농사철
무엇이 들어 있기에
사장이 되고 싶다
산골 마을
정자나무 1
정자나무 2
정자나무 3
할미꽃
소풍
사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집 식구들
튼순이
소리만 들어도 안다
쥐 두마리
한 식구처럼
암탉 한 마리
멍구 울음소리
제5부 누렁이
누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