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한 편의 시로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명작으로 평가받는 훌륭한 그림책의 텍스트는 시적인 특성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표현과 내용, (어린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좋은 운율적 구성, 읽고 나면 강하게 남는 이미지성… 실제로 랜돌프 칼데콧Randolph Caldecott이나 모리스 센닥Maurice Sendak 같은 선구적인 그림책 작가들은 전래동요를 텍스트로 한 그림책을 만들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책 세계를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그림책에 대한 관심과 만들고자 하는 열의는 높으나 그림책 글작가는 턱없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에서, 우리나라 동시와 전래동요로 눈을 돌리자 훌륭한 그림책 텍스트가 될 만한 자원들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시문학 작품들은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의 편향이라 할 수 있는 서사•서술 위주의 구조에서 벗어나 리듬과 이미지가 풍성한 진정한 그림책을 만들어나가는 바탕이 되어주기 충분하였습니다.
‘우리시그림책’ 시리즈는 그림책으로 재해석되어 새로운 예술로 재창조될 수 있는 시들을 엄선하여 그림책 글로 삼음으로써 그림책의 지평을 넓히려 합니다. 앞으로 그림책으로 만들어질 시들은 윤석중의 『넉점 반』(이영경 그림) 『낮에 나온 반달』(김용철 그림), 백석의 『준치가시』(김세현 그림), 윤동재의 『영이의 비닐우산』(김재홍 그림), 어린이시 『내 동생』(조은수 그림) 등 다양합니다.
② 우리 겨레의 전통을 자양으로 삼았습니다.
전래동요․동시․현대시․어린이시(어린이가 쓴 시) 수백편을 검토하면서 우리 겨레의 정서를 잘 드러내줄 수 있는 작품들을 골랐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시문학 고유의 운율과 이미지, 삶에 대한 성찰이라는 힘찬 물줄기를 그림책의 풍성한 자양으로 삼으려 합니다. 또한 그림의 방향에 있어서도 우리 자연, 우리 전통, 우리 생활을 모티브로 하여 우리만의 정체성을 담아낼 것입니다.
③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텍스트 선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흔히 그림책 작업 과정을 살펴보면, 텍스트가 어느정도 완성된 뒤 출판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그림을 ‘의뢰’하는 식으로 진행되곤 합니다. 그러나 그림책을 만드는 데 가장 역할이 큰 일러스트레이터의 자발적 의지가 배제되어서는 좋은 작품이 나오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이 시리즈는 기획 초반, 그림책 텍스트가 될 만한 50여편의 시를 골라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자신에게 잘 맞는 텍스트를 선정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2회의 연례 여름 워크샵, 월 1회의 정례 모임 등을 통해 끊임없는 작업 점검을 해나갔습니다.
④ 성실한 취재와 전문가집단의 도움을 기반으로 합니다.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상상과 표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과 자문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책 『시리동동 거미동동』의 경우는 전래동요학자 임동권 교수(안동대)와 제주도 민속학자 좌혜경씨가 자문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앞으로 그림책 독자가 될 아이들의 의견을 사전에 듣는 통로(유치원과 학교 등)도 확보하여 작업에 성실하게 반영하였습니다.
‘우리시그림책’첫번째 책! 『시리동동 거미동동』은...
① 살아있는 전래동요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날의 기분이나 느낌대로 누구든 언제든 만들고 고쳐 부를 수 있는 것이 살아있는 전래동요의 특징입니다. 아이들 특유의 말장난 놀이를 통해 우리말의 재미를 맛볼 수 있기도 하지요.
‘꼬리따기 노래’는 문답이나 설명으로 시작해 말꼬리를 이어가며 부르는 말잇기 놀이의 하나로, 사물의 대표적인 특성을 이어가며(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식으로) 부릅니다. 딱딱 맞는 박자감과 명료한 이미지성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리동동 거미동동』은 제주도에서 불리는 꼬리따기 노래 몇 개를 그림작가 권윤덕이 그림책에 맞게 고쳐 완성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② 제주도 해녀의 삶을 그림책으로 펼쳐냈습니다.
권윤덕 작가는 제주 고유의 향토색을 그림책으로 훌륭하게 구현했습니다. 『만희네 집』(길벗어린이)에서 보여주었던 작가의 섬세한 시선은 이번에는 남국의 기후와 화산경관이 만들어낸 독특한 제주 해녀마을을 꼼꼼하게 그려냈습니다.
물질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외로운 아이가 까만 돌담의 작은 거미를 만나고 토끼, 까마귀, 푸른 하늘, 깊은 바다를 만나다 결국 바다에서 열심히 일하는 엄마에게 당도하게 되지요. 자연 속에서 자라는 아이와 자연과 하나인 엄마의 마음(모성)은 세상 모든 것을 품어준다는 따뜻한 메시지가 제주 특유의 강렬한 색감을 통해 펼쳐집니다.
책장을 넘기며 화려한 색채의 변화, 채워지고 비워지는 일정한 박자, 변화하는 주인공 소녀의 시선 등을 따라가다 보면 전래동요 특유의 운율을 눈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③ 우리 아이들에게 상상의 크기와 깊이를 키워줍니다.
『시리동동 거미동동』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바꿔 부르다 보면 아이들은 머릿속에서 박자와 이미지가 뛰노는 재미를 느낄 것입니다. 이러한 전래동요 특유의 놀이 경험은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상상력의 즐거움을 알게 해줄 것입니다.
우리는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전래동요를 부르는 즐거움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사라져버린 골목골목에 수많은 꼬리따기 노래가 불려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