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좋아하는 과학자가 있니?" 혹은 "과학 좋아하니?" 하고 물어보면 "과학은 딱딱하고 어렵기만 한데요, 뭘" 하고 대답하거나 심지어 "재미 하나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과학자를 다룬 기존의 위인전은 주로 업적 중심으로 씌어져 아이들에게 부담과 지루함을 먼저 안겨 주었다.
이 책은 여러 과학자들의 삶을 흥미로운 일화 중심으로 보여주면서, 과학이란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아주 쉽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직접 들려주듯 입말체로 씌어져 과학에 별다른 흥미를 갖고 있지 않던 아이라도 자연스럽게 과학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은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동안 과학자들이 어떻게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떻게 공부했고, 어떻게 발견했는지 알게 되면서 과학자들의 부지런한 노력으로 자연에 숨어 있던 놀라운 비밀들이 조금씩 밝혀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그런 노력들이 오랫동안 모이고 모여서 세계를 바꾼 큰 발견이 되었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위대한 과학자들도 자기들처럼 놀러 다니기 좋아하고, 숙제하기 싫어하고, 때론 장난을 심하게 쳐서 꾸지람도 받았던 평범한 아이였음을 알고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이를테면 '이 세상은 무엇으로 되어 있을까, 태양은 무엇으로 되어 있을까 … 맨 처음 이 세상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등만 생각해서 머릿속이 엉뚱한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다고 사람들로부터 놀림을 받은 탈레스는 하루도 집에 붙어 있는 날이 없이 밖으로 쏘다니기만 했던 아이였다. 하지만 탈레스는 주위의 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구와 우주의 비밀에 대해 오랫동안 끈질기게 생각하고 자연을 끊임없이 관찰했다.
행성의 궤도가 타원이라는 것을 알아내어 코페르니쿠스와 뉴튼의 발견을 이어주는 커다란 공을 세운 케플러는 방탕하고 도둑질까지 하는 아버지에다 거짓말 잘하고 남들과 늘 다투는 어머니를 두어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게다가 케플러는 고자질쟁이여서 주위 아이들도 케플러를 몹시 싫어했다. 그러다 케플러는 코페르니쿠스의 책을 읽고 우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케플러는 행성의 궤도를 알아내기 위해 관찰한 자료를 꼬박 삼 년 동안 계산한 노력 덕택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
한편 뉴튼은 공부도 못하고, 집안 일을 돕는다고 양들을 몰고 나가기만 하면 잃어버리고, 게을러서 농사일도 하나도 못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거의 포기하다시피한 손자였다. 하지만 뉴튼은 막대기를 세워놓고 날마다 그림자가 변하는 것을 관찰하거나 태양에서 나오는 빛이 너무 궁금해서 맨눈으로 거울 속의 태양을 들여다보거나 세계일주를 떠날 배의 설계도를 그리거나 하면서 혼자 놀았다. 커서도 뉴튼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고 연구실과 강의실만 왔다갔다하면서 책을 읽고 생각하고 연구해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내게 된다. 죽을 때까지 따분한 공부만 했으면서 뉴튼은 자신이 '백사장에서 장난치면서 아름다운 조개와 조약돌을 찾는 작은 소년'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은 지구와 우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마련인데, 저자들은 이 궁금증도 풀어준다.
『성호사설』에서 "지구에는 땅의 중심을 향하는 기운이 있어서 어디에서나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다"고 쓴 이익을 잠시 언급하면서 양반임에도 과거 공부를 하지 않고 열두 살에 새로운 배움의 길을 찾아 집을 떠났던 조선 시대의 선비 홍대용을 소개한다. 석실서원에서 십 년 동안 공부한 홍대용은 계속 혼자서 과학을 공부해서 그 시대 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러다 숨은 과학자 나경적 할아버지를 만나 함께 천문 관측 기구인 혼천의도 만들고, 중국에 다녀와서 쓴 『의산문답』에서 지구는 둥글며 하루에 한 번 자전해서 낮과 밤에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홍대용은 여러 주장을 했는데, 비록 홍대용의 주장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전통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지구와 우주에 대해 과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도 다 마치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험한 패러데이는 제본소에서 일하면서 손님들이 맡긴 과학책을 몰래 읽으며 혼자 전기를 공부하고 실험도 직접 해보게 된다. 자석과 전기에 관한 실험을 일만 이천 번이나 해서 이 둘의 관계를 알아냈지만, 이론적으로 증명하지 못해 아무도 패러데이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부유하고 젊은 물리학자 맥스웰은 패러데이의 실험 자료를 보고 그 인내심에 감탄을 한다. 이 두 사람의 우정으로 훗날 아인슈타인에게 상대성 이론의 영감을 가져다 준 방정식이 탄생하게 된다.
어린 시절 학교 공부에 전혀 흥미를 갖지 못해 학교를 그만둔 아인슈타인은 구태의연한 것만 가르치는 대학에서의 공부도 뒷전으로 하고 혼자서 여러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한다. 우주에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법칙이 있을 거라 믿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했던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알아내지만 애송이 과학도가 상상으로 이끌어 낸 이론이라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다 사람들이 조금씩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인정하게 되면서 아인슈타인은 유명해진다. 이런 명성에도 불구하고 아인슈타인은 죽는 날까지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며 과학자로서의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이 외에도 아리스토텔레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라부아지에, 프랭클린 등 과학자들의 삶이 재미와 감동 속에 다뤄지고 있다.
이 책은 과학을 아이들에게까지 쉽게 다가서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어린이 과학 교양 도서 분야에서 내용은 물론 재미와 짜임새를 두루 갖춘 소중한 책이 될 것이다.
또한 디자인 감각이 가미된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그림으로 표현해내면서도, 각 과학자의 삶과 업적을 잘 압축하여 상징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잘 맞추어 그려낸 이광익의 그림은 이 분야 일러스트레이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놓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친구인 김성화 권수진은 부산대학교에서 각각 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했으며, 흥미로운 과학의 세계를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는 책을 통해 만날 수 있게 해주기 위해 아이들을 위한 과학 이야기를 함께 쓰고 있다. 그 동안 『고래는 왜 바다로 갔을까』 『얘들아, 정말 과학자가 되고 싶니?』 등을 펴냈다.
머리말 | 과학자와 놀자!
'제멋대로 나라'와 '언제나 똑같이 나라'
자연의 수수께끼를 풀자 탈레스
1800살의 선생님 아리스토텔레스
하늘 뚜껑 이야기
지구가 쌩쌩 달리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우주는 완전할 거야
행성의 길은 타원이야 케플러
진짜 과학이 시작되다
망원경으로 맨 처음 하늘을 관찰한 이야기: 갈릴레이
앗, 달이 지구로 떨어지고 있어!: 뉴튼
옛날에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선비: 홍대용
연금술 이야기
양팔 저울의 마법사: 라부아지에
전기야, 나오너라
인쇄공 프랭클린, 과학자가 되다: 프랭클린
전기와 자기는 쌍둥이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과학자: 패러데이v
우주의 구조를 상상하다!: 아인슈타인
맺음말 | 과학자와 재밌게 놀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