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해온 윤동재 시인은 자신이 주변에서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동시로 써냈는데,『재운이』에 실린 작품들은 한마디로 '이야기가 들어 있는 동시'로, 진정한 감동이란 말을 꾸며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표제작「재운이」는 우리 동시에서 보기 드물게 드라마틱한 작품이다. 달리기에서 늘 1등을 해 계주 선수로 뛰는 재운이. 그런데 "재운이는 일년 내내 / 옷이 한 벌뿐이다." 운동복이나 운동화를 사지 못한 재운이를 교장 선생님은 운동회 총연습날 "학교 망신을 시켜도 분수가 있지." 하고 뺨을 때리며 나무란다. 초년교사인 담임도 교장 선생님께 불려가 "청군이 보는 앞에서 백군이 보는 앞에서 / 재운이가 보는 앞에서 / 꾸중을 참 많이 들었다." 담임 선생님은 재운이를 자취방에 데려가 울면서 씻기고 운동화와 운동복을 마련해주지만, 막상 운동회날 재운이는 보이지 않는다.
「재운이」외에도, 시멘트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비를 맞는 거지 할아버지에게 자기의 비닐 우산을 살짝 놓아주고 가는 마음씨 고운 아이 이야기를 담은「영이의 비닐 우산」, 농촌에서의 고생을 견디다 못해 서울로 올라온 가난한 가족의 사연을 그린「의성 마늘」, 탄광촌에서 병든 아버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으로 쓴「함박눈」등이 콧날을 시큰하게 한다.
아동문학계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되는 동시집『재운이』는 원래 1984년 인간사에서 출간되었는데,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어 한동안 구하기가 어려웠다. 창작과비평사에서는『재운이』를 다시 펴내면서 초판에 실린 작품들 가운데서 좋은 작품들을 가려내고, 시인의 삶이 도시로 옮겨온 뒤 씌어진 신작동시 16편을 함께 묶었다.
탄광에서, 논밭에서, 도시 변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이 동시들은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독자들에게 동시가 '유치한 말장난'이 아니라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르임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또한 시인이 서울에 살면서 바라본 도시 아이들의 고단한 삶―쉴틈없이 다녀야 하는 학원, 부모의 엄청난 기대 등―을 담은「우리 엄마」「보람이」등의 작품 또한 공감을 크게 얻으며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줄 것이다.
머리말
제1부
재운이
어머니
우리 삼촌
창식이
아버지
복
어머니의 재봉틀
언니
함박눈
새롬이
아이들이 힘차게 걸어가면
아가야 너에게는
닭과 나
할아버지 새 옷
옥순이
할머니 입
할머니
제2부
소
산딸기
고구마밭에 물을 줄 때
감
개
개구리
참새
꽃
달
저녁놀
산토끼
산새
감자
콩 타작
참새 두 마리
개구리 소리
제3부
도시락
의성 마늘
밭일
순이네 집
봄 하루
우리들의 학급회
유관순 언니의 콧수염
꿈에서
영이의 비닐 우산
생일
하늘을 닦자
늬들은 모를 거다
5학년 송이
우리 엄마
꽃이 먼저 핀 까닭은?
집
통일은 참 쉽다
내 동생
보람이
우리나라 소나무가 늘 푸른 것은
도토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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