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상 세계로』(le monde d'en haut)는 21세기 말 수부르바라는 가상의 지하 도시에서 전개되는 공상과학소설이다. 2028년 지구 대 오염으로 더 이상 지상에서 살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땅 속 생활을 시작한다. 눈부신 태양 대신 거대한 조명탑에 의존하고, 마그마 발전소의 연료로 모든 국가시설을 움직이며 여전히 문명의 혜택 안에서 살아가는 수부르바 사람들. 치안 경비대의 통제 아래 질서정연한 생활을 해나가지만 정부의 경고와 협박에도 굽히지 않고 지상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지상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의 모임'인 '지돌모' 회원들로 주인공 엘로디의 오빠 루까스가 이 모임의 핵심인물이다. 작품은 자유로운 삶을 찾아 지상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과 수부르바 국가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정부의 대치를 큰 줄기로 삼으면서, 주로 중학생인 엘로디의 눈을 통해 사건을 전개해나간다. 엘로디는 우연한 기회에 오빠가 지돌모 회원이고, 오빠의 여자친구 악셀이 사실은 치안경비대 중위로 지돌모 일행을 소탕하기 위해 오빠에게 접근했음을 알게 된다. 악셀은 루까스를 통해 지돌모 회원으로 활동하며 루까스와 함께 마그마 발전소의 작동을 일시에 멈추게 함으로써 수부르바를 암흑에 빠뜨려 사람들을 지상으로 돌아가자고 선동하려는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려 한다. 하지만 이 계획은 사실 치안 경비대 측에서 '마그마' 작전이라 부르는 지돌모 일당을 소탕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엘로디 뿐이며 엘로디는 최선을 다해 오빠를 돕는다. 지돌모의 작전 성공과 마그마 작전의 실패로 결국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된 수부르바 주민들. 하지만 지상은 아직 폐허 상태다. 지상에 올라와 처음으로 태양과 산과 흙, 하얀 눈을 보게 된 엘로디는 처음엔 적응을 못하지만 결국 가족과 함께 지상에 남기로 한다.
이 작품은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현대 문명이 미래에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는 문제를 그린 미래 소설로 통제 속의 안전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위험한 자유를 택할 것인지 묻고 있다. 미래라고 하지만 불과 20, 30년 후를 배경으로 하는 가까운 시기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기술문명의 혜택으로 좀더 편한 생활을 하게 될지 아니면 이처럼 환경오염이라는 대재앙으로 땅속으로 들어가 살아야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삼십년 뒤에 이 땅의 아이들이 흙이며 눈, 태양 이런 것들을 마이크로 필름을 통해 학습하고, 엘로디처럼 태양을 '거대한 조명탑'으로 착각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암담해진다. 오늘날 고도의 과학기술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열어줄지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보게 하는 프랑스 공상과학소설 『다시 지상 세계로』는 이 장르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쥘베른의 후예답게 인문학적 관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작품은 학생들이 직접 심사해 상을 주는 '고야 데꾸베르뜨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