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저녁 무렵, 홍대에 있는 카페 벨로주에서 함민복 시인, 안소영 작가, 송종원 문학평론가,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홍이삭과 함께 ‘詩詩한 시인들의 詩詩한 이야기–윤동주 시인’ 북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봄날의 정취에 잘 어울리는 ‘미성의 남자’ 홍이삭의 곡 <봄아>로 훈훈하게 시작해서, 틈틈이 작품의 낭독과 낭송을 들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100여석을 꽉 채워준 관객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살짝 공유합니다.
1.
“<시인 동주>는 소설인가요, 평론인가요?”
윤동주에 대한 광범한 자료를 망라한 책이자, 소설의 감동을 선사하는 책이기도 한 <시인 동주>의 정체성에 대해 송종원 평론가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안소영 작가는 이렇게 답했지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존 인물에 관한 책을 쓰는 사람은, 소설이건 평론이건 우선 사실관계에 충실해야 한다고 믿었고, 인물의 느낌과 삶을 잘 표현해야 한다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한편으로는 맑고 고운 시인으로 유명하고 또 한편으로는 민족 저항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한 사람에게서 이런 두 가지 모습이 함께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자료 조사를 하면서 그런 궁금증을 풀어나갔습니다.”
2.
<들여다보다> “시인에게 ‘들여다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윤동주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윤동주의 시를 무척 좋아하는 함민복 시인이 윤동주의 시에서 주목한 시어입니다. 윤동주의 시에는 유난히 ‘들여다본다’는 표현이 많습니다. 시인은 끊임없이 우물 속을, 하늘을, 손바닥을 들여다봅니다. 그 의미에 대해서 함민복 시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시인은 항상 자신을 객관화시켜서 자기 마음속을, 양심을 들여다보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들여다봄으로써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그게 시가 아닌가 합니다.”
3.
“어떻게 윤동주의 시 <소년>으로 곡을 만들었나요?”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촉망받는 싱어송라이터 홍이삭 씨는 <소년>에 곡을 붙인 인연으로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왜 많은 작품 중 <소년>에 곡을 붙였고, 또 어떤 마음으로 작업을 진행했을까요?
“<윤동주, 버스커를 만나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윤동주 시인의 시를 다시 살펴보았는데, <소년>은 윤동주의 여러 작품 중에서 제가 가장 잘 이해하고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이 시는 운율과 감정이 살아 있고 복선이 많아서 멜로디 하나로 만들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이 작품을 낭독하듯이 만들며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소년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