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통의 물

책 소개

이제 몇 개 남아 있지 않은 꿈 가운데 하나가, 일본 홋까이도오의 늠름한 산록 어디쯤에 있을 낡은 여관에 달포가량 묵으면서 눈냄새처럼 시린 산문 몇편을 써보는 것이다. 그러나 저 꿈도, 서른살을 넘으며 버렸던 그 많던 꿈들처럼 이루지 못하게 생겼다. 나는, 여기 묶인 나희덕 시인의 산문을 뛰어넘을 엄두가 나자 않는 것이다. 산문의 관건은 온몸을 드러내는 솔직함과 그 솔직함이 추진하는 사유의 부피에 있다. 나희덕의 글들은 산문이 요구하는 품격과 글쓰기의 위력을 내장하고 있다. 문학이 삶을 끌어안지 못하는 욕망의 시대에, 삶 또한 문학을 참조하지 않는 이 어지러운 속도의 시대에 나희덕의 빼어난 산문은 섬세함과 정갈함으로, 단정함과 따스함으로 우리 삶의 안쪽을 깊숙하게 파고든다. 시인의 마음이 손에 만져져 내가 더워진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순간들
일몰 무렵
반 통의 물
존재의 테이블
점자들 속으로
북향 언덕의 토끼
실수
이름이라는 것
나는 지금 골목에 있다

제2부
나무들
내가 잃어버린 나무들
내 유년의 울타리는 탱자나무였다
새장 속의 동백꽃
어떤 우주
솔잎혹파리처럼
그는 새벽 다섯시에 온다
나와 루쉰과 고양이
모세상(像)의 흠집
속도, 그 수레바퀴 밑에서

제3부 사람들
가자미와 신호등과 칫솔과 유릿조각
오래된 내복처럼, 우리는
그곳에 무등이 있었다
그 불켜진 창으로
햇빛과 비
산골 아이 영미
연표화할 수 없는 향기

제4부
질문들
누가 저 배를 데려올 것인가
이 때늦은 질문
두 마리 새에 대한 단상
니체에 관한 오해
책 밖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자유
얼음과 물의 경계
꾸벅거리며 밤길을 가는 자
문밖의 어머니

수상정보
저자 소개
  • 나희덕

    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 접시의 시』, 산문집 『반통의 물』 『저 불빛들을 기억해』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등이 있다. 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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