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당신의 피난처입니다

책 소개

올해는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이 선포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

 

이번 10주년을 맞아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캠페인이 열렸고 국내에서도 콘써트와 순회상담 등 재한난민을 위한 행사가 마련되었지만,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관심은 너무도 부족한 실정이다. 해마다 국내로 들어오는 난민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난민문제를 우리와는 관계없는 먼 나라의 일로만 생각한다. 한국은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2010년 11월 현재 3천명가량의 난민들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 난민 하면 대부분 ‘탈북난민’을 떠올리지만, 이들의 국적은 가까운 북한, 중국, 버마(미얀마)에서부터 이란, 이라크 등의 중동,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라이베리아 등의 아프리카까지 매우 다양하다. 거의 전세계에서 갈 곳 잃은 난민들이 피난처를 찾아 한국까지 들어오는 것이다.

 

난민들에게 따뜻한 피난처가 되어준 부부

 

그동안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외면을 무릅쓰고 꾸준히 난민구호활동을 벌여온 이들이 있다. 1999년 국내 최초의 난민지원단체인 ‘피난처’를 설립한 이호택, 조명숙 부부다. 지난 10여년간 난민들에게 따뜻한 피난처를 제공해준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한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남편 이호택은 법학도답게 난민의 개념, 발생원인 등 난민문제를 알기 쉽게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 아내 조명숙은 명랑한 성격 그대로 난민들을 만나며 겪었던 에피쏘드들을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풀어놓아 이야기의 균형을 맞췄다.

부부 모두 그 이력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데, 이호택은 10여년간 사법시험을 준비했으나 여러번 낙방하면서 사회운동가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시절 한때 노동운동을 했던 그가 다시 구로공단으로 들어가 만난 사람은 한국 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이었다. 그는 외국인노동자 인권단체인 ‘외국인노동자피난처’에서 법률상담 간사로 봉사를 시작했다.

명랑한 ‘날라리’였던 조명숙은 대학시절 한 외국인노동자의 절박한 전화 한통을 받고 뜻하지 않게 외국인노동자를 돕는 사회운동가가 되었다. 같은 단체에서 함께 활동하던 부부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산재보상금과 체불임금을 받아주는 활동을 벌이다 우연히 중국에서 탈북난민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후 난민구호라는 좁은 문으로 들어서게 된다.

사실 이들이 피난처를 세우기 훨씬 전부터 난민들은 우리 곁에 와 있었다. 수많은 외국인노동자들 틈에 끼여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저자는 ‘자발적·경제적 이주’와 ‘강제적 이주’라는 면에서 외국인노동자와 난민이 구별된다고 정리한다. 외국인노동자는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왔지만, 난민은 전쟁과 박해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타국에 피난하면서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돈이 아니라, 자유를 벌러 온 사람들인 셈이다. 처음 피난처의 문을 두드린 이들은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민족인 쿠르드(Kurd)난민이었다. 강제출국의 두려움에 떨던 이들은 피난처의 도움으로 일시체류 허가를 얻게 된다. 그외에도 독재체제에 신음하는 고국을 제2의 한국으로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안고 찾아온 버마난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으나 방글라데시 정부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줌머(Jumma)난민, 기독교로 개종했다가 사회에서 배척당한 무슬림 난민, ‘삼촌(부족장 혹은 추장을 의미함)’에게 박해를 받아 도피한 아프리카 난민 등, 온갖 국적의 난민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피난처를 찾아왔다.

 

“당신의 자유와 평화를 나눠주세요”

 

난민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피난처와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줄 친구다. 생명의 위협을 피해 멀고먼 한국까지 왔으나 이 땅에서도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이들에게 피난처는 마지막 보루이자 유일한 희망이었다.
우선 난민들이 한국에 체류하기 위해서는 난민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고국으로 돌아가면 받게 될 박해를 증명해야 하는데, 겨우 목숨만 건진 난민들이 박해를 증명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한국은 난민인정 기준이 지나치게 높고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란 고시합격만큼이나 어렵다”. 피난처는 난민인정을 받는 데 필요한 통역과 법률지원 활동을 수행해왔다. 때로는 증거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그들의 고향까지 날아가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우리나라는 난민들을 위한 생계지원이 전무한데다 취업까지 금지하고 있어 난민들은 어쩔 수 없이 불법으로 취업하는 형편이다. 피난처는 꾸준한 캠페인을 통해 난민신청자도 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고, 시민들이 기부한 물건을 나눠주는 ‘나눔창고’와 ‘송년의 밤’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결국 난민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체류와 취업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호택은 “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도움이 아니라 바로 그 자유의 인정이며,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우리가 가진 자유와 평화를 조금만 나누어주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온세상이 피난처가 되는 그날까지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난민과의 만남’에서는 부부가 처음 피난처를 세우기까지의 일들을 풀어나가면서 난민의 개념과 역사적 배경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2부 ‘난민과 함께 꾸는 꿈’에서는 난민들이 한국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난민공동체학교’, 난민 자녀들을 위한 ‘열국아이학교’, 시민들에게 난민의 존재와 가치를 알리는 ‘세계 난민의 날’ 행사 등 사단법인 피난처의 활동과 함께 그동안 난민들과 울고 웃었던 시간들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본국에 있는 가족과 하루하루 먹고살 일을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서도 결코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난민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아무 댓가 없이 선한 의지 하나로 모여든 자원활동가들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게 전해진다. 특히 마지막에 피난처 홍보대사가 된 신현준씨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3부 ‘우리가 몰랐던 한국의 난민 이야기’에서는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의견 등 난민의 발생원인을 설명하면서 어떤 난민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지 사례별로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각한 환경문제로 인해 ‘환경난민’이라는 새로운 난민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더 많은 피난처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도 피난처를 찾아 국내로 들어오는 난민들이 있다. 그들은 아파도 소리낼 수 없는 약자들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그들에게 문을 활짝 열고 한때 우리가 받았던 사랑과 자유를 나누어줄 차례다. 우리에게 생소한 난민문제를 소개하고 난민들의 상처와 꿈을 그려낸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난민에게 마음을 여는 하나의 문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온세상이 난민들을 위한 따뜻한 피난처가 되는 그날까지 이 부부의 아름다운 활동도 계속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_당신의 자유와 평화를 나눠주세요

1부 난민과의 만남

1장 우리 가까이에 있는 난민

사명이 된 난민
난민이란 누구인가
한국을 찾아온 난민들
친구로 온 난민

2장 자유를 벌러 온 사람들

난민인가 외국인노동자인가
난민개념의 핵심은 박해
외국인노동자에서 난민으로

3장 신혼여행에서 탈북난민을 구하다

1997년의 두만강
강제송환금지의 원칙
국민인가 난민인가
난민이 된 동포들
높은 난민, 낮은 난민
핑퐁난민사건

4장 피난처를 세우다

희망으로 시작한 첫걸음
민주화의 희망을 찾아온 버마난민
순박한 줌머난민을 만나다
산 외에는 친구가 없는 사람들
난민의 현재는 한국의 과거
따라하는 거 아니에요
나가랜드 대통령 부부

2부 난민과 함께 꾸는 꿈

1장 난민들의 따뜻한 피난처

사단법인 피난처의 활동
이제 우리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죠?
가난하다고 사랑도 못하냐?
내게 왜 그것이 필요한가?
한국애들이 저보고 연탄, 까마귀래요
난민이 하고 싶은 이야기,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

2장 난민과 함께 꾸는 꿈

제2의 욤비들에게 신뢰를
아프리카의 분쟁을 막을 지도자
그들도 도울 수 있다
꿈꾸는 난민들
난민의 터널을 지난 사람들
난민과 함께하는 친구들

3부 우리가 몰랐던 한국의 난민 이야기

1장 그들은 왜 난민이 되었는가
난민의 발생원인
새로운 난민보호의 필요성
난민인정과 증명

2장 인종, 종교, 국적에 따른 박해

후투·투치의 종족분쟁과 콩고 내전
인종박물관 에티오피아
개종과 종교박해
에리트리아 국적에 의한 박해
우간다, 르완다의 국적에 관한 박해
무국적자

3장 특정사회집단 및 정치적 의견에 따른 박해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일부지역의 박해와 국내피난
나이지리아 이보족
현지체재중의 난민

4장 전쟁 및 환경문제와 난민발생

네팔 내전과 마오이스트
스리랑카 내전과 타밀족
코트디부아르 내전
라이베리아 내전
니제르 델타의 갈등과 무력사용
사하라의 사막화와 다르푸르인

에필로그 _서로의 피난처가 될 수 있기를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이호택

    李昊澤 1959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법률가가 되고자 했으나 사법시험에 여러번 낙방하면서 길을 바꾸어 ‘외국인노동자피난처’ 활동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을 돕다가 난민들을 만나게 되었고, 사명처럼 그들을 위한 활동에 뛰어들었다. 1999년 국내 최초의 난민지원단체 ‘피난처’를 설립했고, 그동안 공부해온 법률지식을 활용해 난민들을 돕고 있다.

  • 조명숙

    趙明淑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단국대 한문교육과를 졸업했다. 원래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으나, 잘못 걸려온 외국인노동자의 전화 한통으로 뜻하지 않게 사회운동가가 되었다. 1997년 신혼여행으로 간 중국에서 탈북난민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중국 국경을 넘었다. 이후 ‘왕고지식 고집불통’ 남편을 도와 난민활동을 하고 있다. 원래 꿈도 포기할 수 없어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야학인 ‘자유터학교’를 설립했고,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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