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시대의 일하는 사람들

책 소개

소설가 공선옥은 『마흔에 길을 나서다』에서 “동시대에 부자와 빈자가 늘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시대로 현재를 규정한다. 또한 그의 소설에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남자들과 여성 가장들의 신산한 삶이 그려진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은 어떠할까? 1997년 구제금융 여파로 7천달러까지 추락한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에 이르러 2만달러에 진입했다. 이 같은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IMF 모범생 소리를 들으며 신자유주의의 기수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도 양극화라는 어두운 그늘을 숨기진 못했다. 1998~2007년 상하위 20퍼센트 근로가구소득의 차이는 4.76배에서 5.27배로 늘어났다. 우리 국민의 84%가 경제불평등에 강한 불만을 느끼고 있으며 ‘양극화’라는 단어는 이제 언론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노동자들이 영세자영업자로 편입되거나 비정규직으로 밀려났다.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것 같던 불행들이 지금은 나와 내 부모형제의 일이 된 것이다.

 

 

 

우리는 같은 노동자인가?

 

 

 

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기획한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의 다섯째권으로 출간된 『양극화시대의 일하는 사람들』(이병훈 외 지음)은 우리시대 양극화의 문제를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풀어낸 책이다. 통계지표로는 노동자들의 좌절과 분노를 제대로 들춰낼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지은이들은 환경미화원에서 변리사까지 28명의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듣는 방법을 택했다.

 

구술자들의 이야기에서 특히 비정규직이 겪는 부당한 차별이 뚜렷이 부각된다. 2000년 이후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 노동자의 55퍼센트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저자들은 전체 구술자의 반수 정도인 13명을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선정해 구술면접했다. 비정규직은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의 두 형태로 나뉜다. 직접고용은 고용주-노동자 2자관계이고 간접고용은 고용주-사용자-노동자의 3자관계로 파견근무 같은 형태를 일컫는다. 직접고용이든 간접고용이든 비정규직은 임금, 복지, 정년 등에서 한결같은 차별을 경험하며, 지금은 인권침해의 수준까지 내려앉고 있다. 가령 자동차 제조공장에서 하청 노동자는 언제든 갈아끼울 수 있는 소모품일 뿐이다. 정규직은 작은 안전사고만 발생해도 라인이 멈추는 반면, 비정규직은 ‘크게 다쳐야’ 라인이 정지한다(92면). 기간제교사는 정교사의 방학 연수에 참여할 수 없고, 복지비 지원 대상에도 제외되며, 심지어는 상조회에도 나갈 수 없다(95면).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는 학습지교사들은 교통사고를 당해도 산재처리를 못하고 병원비를 스스로 낸다. 하청업체 일용직 노동자들의 실상은 더욱 열악하다. 원청업체와의 불평등한 계약관계 때문에 이들은 작업목록에도 없는 사택청소를 하는가 하면 원청업체 소장에게 밥을 해다 바치기까지 한다(127면).

 

이처럼 노동시장 유연화가 몰고 온 새로운 노무관리 방식은 우리 사회의 주변부 노동자들을 봉건적 폭력의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 건설일용직 노동자는 현장에서 별 이유도 없이 쫓겨나기 일쑤이며 대리기사의 경우 알선업체가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올려도 항의 한마디 못한다(138면).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써비스업계 노동자들 역시 부당한 노동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고객 만족’이라는 미명하에 학습지교사들은 과외숙제를 도와주기도 하고 변리사는 일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는 고객의 엉뚱한 요구까지 모두 들어줘야 한다(140면).

 

 

 

연대와 진보의 돌파구를 찾아서

 

 

 

그렇다면 우리사회를 일중독사회로 끌어가고(7장) 가족을 병들게 하는(8장) 노동양극화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가. 구술자들은 노동양극화를 만들어낸 구조적 요인으로 우선 날로 심화되는 시장경쟁과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꼽는다. FTA로 대변되는 수입개방화 정책으로 경쟁력을 잃은 농촌, 서민들에게는 악착같이 세금을 거둬가면서 부자들의 탈세는 방조하는 정부를 보면서 이 시대의 민초들은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213~21면). 특히 대기업 중심의 독식체제와 노무공급에서 중간착취 관행은 심각한 불평등을 낳고 있다. 정부는 세계적인 IT강국을 선전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국책사업을 독식하는 대기업과 그 밑에서 그물같이 촘촘한 원․하청관계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 있는 것이다(222면).

 

필자들은 우리시대를 분배정의가 실종된 양극화시대로 정의한다. 고용 없는 성장과 비정규직 남용, 노동시장 유연화 등으로 평등한 노동시장의 이상향은 머나먼 이야기가 돼버렸다. 그러나 필자들은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시대 희망찾기의 돌파구라고 말한다. 이들이 수동적 존재에서 벗어나 연대의 주체로 탈바꿈할 때만이 노동양극화의 잔인한 구조를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필자들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일하는 사람들의 연대와 진보적 사회운동의 부활이다.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란?

 

 

 

우리 사회의 현실적 담론모색에 주력해온 창비는 희망제작소와 함께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 전 13권을 간행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국가정책이나 사회제도의 변화에 대한 거시적인 접근 등에 치중해온 것에서 벗어나, 생활현장에 밀착한 ‘구술면접 연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구술면접 연구는 시민들의 생생한 육성을 직접 듣고 취재한 녹취록을 바탕으로 하여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사회구성원의 생활경험과 문화적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질적 접근”은 시민들이 직접 생활세계 속에서 체험하며 얻은 지혜에 기초한 덕분에 한국사회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크게 이바지하리라 기대된다.

목차

발간사 ‘현장의 목소리’에서 희망을 찾다
일러두기

머리말-일하는 사람들이 증언하는 노동양극화
1장 28인의 프로필
2장 일은 나에게 무엇인가
3장 고용불안시대
4장 우리는 ‘같은’ 노동자인가?
5장 최소한의 기준을 넘어서는 인권을 누릴 수는 없는가?
6장 유연한 시장, 섬이 되는 사람들
7장 일중독사회: 일에 치여 죽기
8장 일과 가족, 그 어긋난 만남
9장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
10장 노동양극화를 확대재생산하는 조건들
11장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양극화의 저지세력인가?
맺음말-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찾기


구술자 소개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이병훈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노사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양극화시대의 일하는 사람들』 『일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1, 2), International and Comparative Employment Relations(이상 공저) 등이 있다.

  • 윤정향

    尹丁香 중앙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사회복지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고용정보원에 재직중이다. 저서로 『서비스사회의 구조변동』(공저)이 있다.

  • 김종진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성공회대학교에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노동운동의 재활성화 전략』 『비정규노동자 조직화 방안 연구』 『유통업 여성비정규직 차별 및 노동인권상황 실태조사』(이상 공저) 등이 있다.

  • 강은애

    康恩愛 중앙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를 거쳐 현재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논문으로 「돌봄노동의 상품화 과정에 관한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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