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개방전략

책 소개

1. ‘건곤일척(乾坤一擲)’식 해법, 한미FTA

 

2007년 2월 14일 드디어 한미FTA 7차 협상이 끝났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대표는 “봄이 오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말 오고 있는 게 봄이 맞는지 많은 이들이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양국 대통령이 전화로 적기(適期) 타결에 뜻을 모았다는 소식 역시 미국 의회의 일정에 우리나라 전체가 좌우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뿐이다. 국운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중대사가 이렇게 순식간에 진행되어도 되는 것일까. 대다수 시민들이 FTA란 용어에 겨우 익숙해질 만하니까 협상은 이미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차근차근 따져보고 또 따져봐도 앞일을 알 수 없는데 공기(工期)에 맞춰 작업을 끝낸다는 식의 부실시공은 아닌지, 어쩌면 대선보다도 중요할 우리의 ‘경제’라는 최종심급을 도매금으로 넘겨버리는 건 아닌지, 국민들은 마냥 불안하다.

그런데 국민들만 불안한 게 아니다. 일선의 학자와 관계자들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번 FTA가 가져올 결과를 더 잘 아는 그들이야말로 이 졸속 FTA의 배경이 무엇인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보다 못한 14명의 경제학자가 한미FTA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그 대안을 구상해 경제개방 전반에 대해 지혜를 모았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 『한국형 개방전략: 한미FTA와 대안적 발전모델』이다.

 

2. 포스트FTA의 진정한 대안을 찾아서

 

엮은이는 이 책이 “한미FTA의 졸속 추진을 보고 크게 놀란 몇몇 연구자들이 급하게나마 우선 한국의 미래 대안에 대한 범사회적인 논쟁을 촉발해보자는 절박한 마음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이 책은 현재의 FTA를 진단할 뿐만 아니라 그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하나하나의 미세한 안건을 다루기보다는 한미FTA 전체와 각 산업부문의 현재 상황, 양측의 FTA 추진 배경, 예상되는 피해와 이익을 산정하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전략, 장기적인 발전을 염두에 둔 국가 차원의 개방모델을 제시하는 등 기존의 FTA 담론과는 다른 지점에 서 있다. FTA에만 눈을 고정하지 않고 그 밖의 다양한 지역무역협정(RTA)의 유형들을 찾아보는가 하면(제1장),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고려해 해법을 제시하고, 각 산업부문에서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대안 개방전략(II부)과 한국 사회경제의 미래상(III부)을 구상하는 등 ‘대안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FTA가 마지막 궤도에 접어든 지금, 당장의 협상에 임하는 관료뿐 아니라 FTA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정치•사회•경제 각 부문에서 길잡이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책의 일부 핵심사항을 문답 형식으로 간추린 것이다.

 

<FTA 관련 일문일답>

 

■ 현 정부가 FTA를 서두르는 이유는?

 

▶ 주요 경제주체와 사회집단을 믿지 못하는 가운데 근본적 경제개혁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세를 동원한 빅뱅형 개혁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또 하나의 개발독재이며 편향된 경제관에 입각한 발상이다. (제11장)

 

■ FTA는 무역 창출, 규모의 경제 실현, 경쟁 촉진, 외국인투자 유입을 유도해 경제성장과 구조개혁에 일조한다는 찬성론자들의 주장에 대해선?

 

▶ 확신하기 어렵고 개별 협정에 따라 다르다. 관세철폐만 고려한다면 매우 미미한 효과만 있다. 추진 동기 역시 경제 외적인 것을 포함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다. (제1장, 제8장 등)

 

■ 지역무역협정은 전체 후생을 절대적으로 증대시킨다는 경제이론이 있지 않나?

 

▶ 경제학적 ‘순수이론’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실제 자본과 자원 이동에서는 수많은 정치경제학적 문제들이 일어난다. 막대한 조정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높이는 방식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제2장)

 

■ 거대선진경제권과,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한다는 정부의 전략을 평가하면?

 

▶ 현 정부의 3대 국정목표 중 하나인 동북아공동체 구상과 상충하고, 다른 FTA들을 먼저 체결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최소화한다는 전략과도 배치된다.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려면 역량도 더욱 보충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미국식의 ‘고강도 FTA 전략’이다. 정부는 얼마든지 ‘맞춤형 FTA’가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제1장, 제3장)

 

■ 거대한 미국시장이 열린다는 주장에 대해선?

 

▶ 이미 우리가 경쟁력이 강한 부분은 거의 무관세이고, 비관세장벽 역시 낮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은 그 어떤 FTA에서도 무역구제 부분을 양보한 바가 없다. (제2장)

 

■ 정부는 외부 충격(빅뱅형 개혁)을 통해 국내 경제체제를 바꾸고 경쟁력을 높인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 효과는 신통치 않고 고통만 길어질 것이다. 오히려 ‘전환 충격’이나 ‘전환 불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농민과 자영업자에게 고통이 전가될 것이다. 따라서 개방은 확대하되 속도는 점진적이어야 한다. (제9장)

 

■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FTA 추진전략을 가져야 하나? 또 FTA 체결 후 우리 정치?경제?사회?문화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 우선 FTA 추진 자체가 거시적 국가발전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특히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형성을 지향해야 하는데, 이것은 세계경제의 견인차로서 공동번영을 꾀하고 지역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한?일FTA 협상을 조속히 재개하고, 장기적으로는 한?중?일FTA를 체결해야 한다. 아세안+3 협력체제도 강화해야 한다.

당장의 대책으로는 협상관련 전문인력을 보강하고 협상체제를 개선해야 하며, 국내 피해보상 대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회 기능을 강화해야 하고 이해조정 기제를 구축해야 한다.

더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유연안정성을 높이는 국민경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고용불안과 사회 양극화, 노령화를 완충하기 위한 사회보호체계의 마련과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사회의 허리를 보강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고리를 복원하고 급속한 개방으로 인한 조정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전반적으로 미국식 경제모델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른 경제사회씨스템(예를 들어 북유럽모델)의 장점들을 부분 도입해 독자적인 한국형 씨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목차

책머리에 / 최태욱

I부 한미FTA의 국제정치경제학

1장 FTA의 다양성과 우리의 선택 / 김양희
2장 한미FTA와 동아시아 경제협력 / 김종걸·정하용
3장 미국 자본주의의 세계화전략과 한미FTA / 최태욱

II부 한미FTA와 한국경제의 재편

4장 한미FTA가 농업부문에 미치는 영향과 FTA 추진전략/ 임정빈
5장 한국 제조업의 과제와 한미FTA의 효과 / 박번순·김영한
6장 써비스부문 개방: 외부 충격에 의한 제도변화의 위험 / 김상조
7장 한미FTA 투자조항의 득과 실 / 정세은

III부 한국형 개방·발전 모델의 모색

8장 거대경제권과의 FTA 체결에 대한 평가와 정책제언 / 유태환
9장 한국형 발전모델의 모색: 점진적 개방·협력과 산업혁신 / 이일영·정준호
10장 한국의 개방과 사회정책 / 전병유
11장 한국경제의 대안적 발전모델을 찾아서 / 신정완

주요 용어 약어표
글쓴이 소개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최태욱

    崔兌旭 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학과 교수, 정치경영연구소장. 저서로 『세계화시대의 국내정치와 국제정치경제』, 편저로 『신자유주의 대안론』 『한국형 개방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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