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계급의 형성

책 소개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은 미국 코넬대학출판부(Cornell University Press)에서 2001년에 출간된 하와이대학 구해근(具海根) 교수의 Korean Workers: The Culture and Politics of Class Formation를 중앙대학교 신광영(申光榮) 교수가 번역한 책이다.

 

10여년에 걸친 자료수집 및 노동운동가들과의 방대한 인터뷰에 기초해 씌어진 이 책은, 계급론에 있어 이제는 상식이 된 E.P. 톰슨(E.P. Thompson)의 ‘계급형성론’을 통해 한국의 노동계급과 노동운동을 분석하려는 첫번째 시도이다. 고려대학교의 최장집(崔章集), 시카고대학의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 등은 이 책이 그 방법론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저자의 진지한 자세와 사료에 대한 성실함에 있어서도 E.P. 톰슨의 고전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에 견주어 손색이 없음을 추천의 글을 통해 밝히고 있다.

 

1987년 7∼8월 노동자대투쟁이 어느덧 15주년을 맞이했다. 그간 노동계급과 노동운동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이제 한국의 노동운동단체는 제도권 정치에서 당당히 한 목소리를 내는 세력으로 성장하기에 이르렀지만 이런 노동계급의 성장에 비추어 아직 한국 노동계급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며 더욱이 노동계급의 형성에 관한 연구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196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과정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동시에 향후 노동계급의 나아갈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구교수의 저작 출간은 여러 가지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책의 특징 및 주요내용

 

 

 

한국 노동계급에 대한 최초의 계급형성론적 분석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사상가인 에드워드 파머 톰슨(E.P. Thompson)은 계급을 생산관계의 맥락에서 파생되는 구조나 범주로 취급하는 자유주의 경제사학 내지 구조기능주의적 사회학의 경향을 비판하고 계급을 생산관계를 통해 자연발생적으로 파생되는 사회학적 구분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들이 복합적인 경험을 통해 차츰 그것을 형성해가는 역사적 현상으로 정의했다. 따라서 계급형성론에 기초한 계급분석은 생산관계 내에서 차지하는 그들의 위치적 동일성뿐만 아니라 그들이 공유하는 생활경험, 전통, 언어, 가치체계에 주목한다.

 

구해근 교수는 톰슨의 방법론에 기초하여 한국 노동자들의 계급정체성 형성과정을 추적한다. 다양한 통계자료 및 노동자들의 수기와 일기를 포함하는 폭넓은 자료를 기초로 저자는 1960년 최초의 도시 임금노동자가 등장해서 노동현실에 순응하고, 불의를 인식하게 되고, 막연한 저항과 몸부림에서 점차 정치적으로 의식화되면서 ‘그들 사이에는 이해관계의 동일성을 그리고 자본가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의 배타성을 인식하게 되는’ 즉 계급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비교연구적인 시각에서 한국의 노동운동을 기술

 

 

 

산업자본주의의 발달 정도와 문화적 전통이 각기 다른 사회들에서는 노동운동의 양상 또한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노동운동에 대한 구해근 교수의 비교연구적 시각은 이런 차이를 단지 각국의 특수성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변이형(variation)으로 이해하고 그 변이의 원인을 밝히고자 한다. 저자는 한국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경험은 유교문화적 전통과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그리고 권위주의적 국가권력이라는 독특한 문화•정치 환경 아래에서 형성된 것임을 보여준다. 또 유럽에서 노동계급이 형성되는 과정과의 비교를 통해 대체로 노동자들에게 적대적이었던 한국의 문화•정치 환경이 노동자들의 정체성과 의식을 억압하는 동시에 촉진하고 강화하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흥미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70년대 노동운동과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재평가

 

 

 

저자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한번도 주류담론에 포함된 적이 없었던 경공업분야 여성노동자 중심의 1970년대 노동운동을 전면적으로 재평가하면서 흔히 이전의 노동운동과 단절적인 것으로 평가되던 1987년 이후의 노동운동을 1960∼70년대 노동운동의 연장선상으로 재배치한다. 1987년을 한국 노동자계급 등장의 원년으로 받아들이는 학계의 지배적인 경향이 성적편견과 근시안적인 역사관에 기인한 것임을 지적하면서 구해근 교수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일어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면서 긴 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고 희생적으로 싸워온 여성노동자들의 노동투쟁사를 구체적이고도 감동적으로 기술한다.

 

 

 

기로에 선 노동계급의 향후 정체성을 묻는다.

 

 

 

1990년대 말, 계속적인 민주화의 진전과 노동계급의 경제적 여건 개선으로 한국의 노동계급은 내적•외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급진적이고 저항적이며 계급의식 있는 노동자들은 점차 줄어들고 많은 노동자들이 중산층에 편입되면서 점차 개인주의적이고 실리주의적이며 비정치적이 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변화를 산업노동자들의 계급정체성이 단순히 쇠퇴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계급정체성과 의식은 복잡하고 가변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의 노동계급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피상적이고 모호한 계급의식을 가지고 있고 대안적인 사회구조에 대한 분명한 비전도 없는 초기적인 형태의 계급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저항정신, 계급불평등과 사회적 불의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 강한 연대의식과 점증하는 정치적 자신감을 획득한, 역동적인 계급임을 지적한다. 한국의 노동계급 형성은 완료되지 않은, 여전히 진행중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특기사항

 

 

 

1960∼90년 사이의 노동운동과 민주화투쟁에 관해서는 많은 양의 자료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편집된 탓으로 기록된 사실이 정확하지 않거나 같은 사건에 대한 기록이 단체에 따라 다르게 기술되어 있는 등 자료들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았다. 편집과정에서 중요한 모든 사건과 단체명, 인명 등을 복수의 자료를 통해 대조 확인하였고 가능한 경우에는 단체나 해당 인물과의 직접 통화를 통해 최대한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였다. 사실관계의 확인에 있어 기존 한국 노동운동사에 관한 많은 책들 중 정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자부한다. 색인사항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머리말
일러두기

제1장 서론: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

제2장 산업화와 노동자의 출현
초기 노동의 무력화 | 수출지향적 산업화와 노동체제 | 노동력의 프롤레타리아트화 | 농업 부문의 변화 | 산업노동자들의 공간적 집중 | 결론

제3장 한국 기업에서의 노동과 권위
손쉬운 적응 | 공장에서의 장시간 노동과 힘든 일 | 재생산 문제 | 노동시장과 임금 | 가부장제적•전제주의적 권위 | 결론

제4장 순교자, 여성노동자와 교회
자주노조를 위한 투쟁 | 교회와 민주노조운동 | 동일방직노조 투쟁 | 노동자투쟁의 외부화 | YH무역 노동자투쟁 | 여성노동자 노조활동의 원천 | 1970년대 노동운동에서 성(性)의 문제 | 결론

제5장 노동자와 학생
정치적 억압과 노동투쟁의 정치화 | 노동자-학생 연대 | 대우자동차 파업 | 구로연대파업 | 연대투쟁의 사회적 기반 | 두 명의 학생 출신 노동자 | 결론

제6장 노동자 정체성과 의식
천한 노동자 | 교육이데올로기의 힘 | 성적 억압 | 한(恨), 불의에 대한 의식 | 계급언어 | 민중운동 | 노동계급 문화와 제도의 성장 | 결론

제7장 거대한 노동공세
노동자대투쟁 | 노동자대투쟁의 자연발생적 성격 | 현대노동자투쟁 | 연대의 탄생 | 노동운동에서 여성의 주변화 | 결론

제8장 기로에 선 노동계급
국가와 자본의 공세 | 노동운동의 후퇴와 전진 | 총파업 | 경제위기의 충격 | 노동계급의 내적 분화 | 사라져가는 골리앗 노동자 | 결론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구해근

    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한 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사회학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하와이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Middle Class Politics in the New East Asian Capitalism” “Strong State and contentious Society” “From Farm to Factory” 등 다수의 논문을 주요 학술지에 발표하였고 저서로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 『사회계층·계급론』(공저), State and Society in Contemporary Korea(편저) […]

  •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저서로 『계급과 노동운동의 사회학』 『동아시아의 산업화와 민주화』등이 역서로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 『현대사회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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