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사회적 사용

책 소개

이 책은 『구별짓기』『상징폭력과 문화재생산』 등의 저서로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 몇년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해 활발한 비판 활동을 하다가 올해 1월 23일 사망한 부르디외의 강연록이다. 1997년 프랑스의 국립농학연구소(INRA)에 초청되어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Les Usages Sociaux de la Science: Pour une sociologie clinique du champ scientifique를 빠리정치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하버드대 유럽학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중인 조홍식씨가 번역했다.

 

 

 

구성 및 특징

 

 

 

국내에 소개된 부르디외의 가장 최근작인 이 책은 강연록인만큼, 구어체로 서술되어 있어서 일견 어렵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르디외의 사상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강점이 있다. 서두의 [소개의 말]에서는 부르디외의 삶과 학문활동에 대해 반평생 부르디외와 함께 연구생활을 해온 국립농학연구소 소장 빠트릭 쌍빠뉴의 친절하고 애정 어린 소개를 만날 수 있다. 책의 핵심인 ‘강연’에서는 부르디외가 자신의 장이론에 대한 일반적 설명과 함께, 그 구체적인 적용사례로서의 과학장의 특수한 문제점들을 분석한다. 책을 마무리짓는 다른 연구원들과의 ‘토론’에서는 보다 광범위하게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 언론장과 학문장 사이의 관계, 넘쳐나는 정보들을 처리해야 하는 학자의 고충 등에 대해 포괄적이고도 자유로운 논의가 이어진다.

 

이 책은 쉽고도 압축적이다. 부르디외를 익히 알고 있는 인문•사회과학도뿐만 아니라 부르디외를 처음 접하는 일반독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128면의 가벼운 이 책을 잡는 독자는 누구나 과학장을 포함한 각종 장들을 둘러싼 가장 현실적인 문제들을 부르디외라는 대학자의 시각을 통해 조망하는 행운을 얻는다.

 

 

주요내용

 

 

 

장이론을 통해 부르디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씨지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예술•문학•종교•과학 등의 다양한 영역이 전적으로 자율적인 법칙을 가지고 있다거나 혹은 전적으로 정치•경제적인 사회법칙들에 종속되어 있다는 극단적인 두 가지 입장을 ‘장’이라는 개념을 통해 지양하는 것이다. 부르디외가 정의하는 ‘장’이란 개인적인 창작이나 연구와 전체사회를 매개하는 일종의 중간세계로서 예술과 문학, 과학 등을 생산•재생산하는 제도와 행위자의 집합을 의미하는 것이다. 개별 장들은 전체사회의 법칙에 종속되어 있지만 각각의 영역을 운용하기 위한 특수한 제도와 관습에서 비롯된 부분적 자율성 역시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학문의 영역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기초/응용, 순수학자/관료학자, 상아탑/행정기관 등의 이분법은 부르디외에 따르면 허구적인 것이다. 현실적인 장은 이 양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이런 두 가지 역할의 분업에 의해 운영되는 까닭에 과학의 장을 예로 들면 기초과학자가 응용과학자의 세속성을 비판하거나 응용과학자가 기초과학자의 무용성을 비판하는 것은 장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세력다툼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서에서 부르디외가 보다 적극적인 공격과 분석의 칼을 들이미는 것은 이런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가져온 폐해라기보다는 때때로 형편없이 왜소화되고 침해당하곤 하는 개별장들의 자율성 문제이다. 부르디외의 논의를 빌려 우리사회를 바라보자. 정부정책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연구소나 대학의 학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기초학문이 갖는 가치와 무관하게 그것이 경제적 안정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기초학문 전공자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언론 역시 개별 장들의 자율성을 위협하는 데 크게 한 몫하고 있다. 언론에서 일제히 복제양의 이야기를 떠들어대거나 채식이나 아니냐로 연일 공방을 펼치고 관련분야의 학자들을 끌어다 질문을 퍼부으면 매스미디어 시대의 소비자들은 누구나 그 문제야말로 과학이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 진지한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다. 학문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조작되는 것이다.

 

부르디외는 이런 현실을 개탄하고 장들이 나름의 자율성을 회복해야만 한다는 당위론적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강연을 마무리하지는 않는다. 그는 연구자들에게 평생토록 직위를 보장해주는 영국과 미국 대학의 테뉴어(tenures)제도를 예로 들기도 하고 이미 완성된 연구를 토대로 정부 보조금을 받고 그 돈으로 새로운 연구를 진행시키는 자신의 연구소 운영비법을 공개하기도 한다.

목차

소개의 말

과학의 사회적 사용

서언 |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소세계로서의 장 | 과학장의 고유법칙 |
두 종류의 과학적 자본 | 관점의 공간 | 국립농학연구소의 특정 상황 |
외형성과 잘못된 대립을 넘어서 | 몇가지 규범적 제안 | 집단적 전환

토론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삐에르 부르디외
  • 조홍식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아프리카 가봉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다. 프랑스 빠리정치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했으며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외교전문기자,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등을 역임하고 현재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 『똑같은 것은 싫다』『나의 사랑 나의 아프리카』 『유럽의 대일본정책』 『미국이라는 이름의 후진국』 등이 있고, 역서로 『거지를 동정하지 마라?』 『과학의 사회적 사용』 『미국 일본 독일이 세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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