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

책 소개

너무도 민감하고 논쟁적인 정치비평서가 나왔다 !

 

1987년의 민주화운동 이후 진보게혁세력은 김대중과 노무현이라는 두 대통령을 연달아 배출하며 우리 정치와 사회에 한층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다시 보수세력으로의 정권교체였다. 그뿐 아니라 지난 4년여 이명박정권의 역주행과 폭주에 반대하는 여론의 힘으로 지난 4월 총선에서 대대적인 국면전환을 꿈꿨으나 역시 여권의 승리로 끝났다. 이러한 일련의 민심의 흐름과 지리멸렬한 진보진영의 실상에 비추어보건대, 다가오는 12월의 대선 결과도 전혀 예측 불가능할뿐더러, 설령 야권과 진보진영이 승리한다 한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과 문제의식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

 

이에 그동안 꾸준히 진보진영과 개혁세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노동조합운동의 합리적 진로에 대한 논쟁을 주도해왔던 김기원 교수(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는 진보진영이 냉철한 비판과 통렬한 반성을 통해 자기혁신을 해야 집권도 가능하고, 제대로 된 통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아 『한국의 진보를 비판하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제1부 ‘노무현정권의 정치력을 돌아본다’, 제2부 ‘한국의 진보는 거듭나야 한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는 가장 최근의 진보정권인 노무현정권의 정치적?정책적 오류에 대한 진단과 비판, 진정한 진보정권을 탄생시키기 위한 정치사회적 선결조건에 대한 제안, 그리고 한진중공업 사태를 통해 바라본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의 나아갈 바에 대한 논의를 담았다.

 

노무현을 넘어라 ― 치열한 비판 없이 승리는 불가능하다!

 

‘노무현을 넘어라’는 단순한 구호나, 친노세력이라 일컬어지는 몇몇 정치인들에게만 해당하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진보정치권과 야권에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저자 김기원은 김대중정권에 이어 한국정치사에서 진보진영의 집권이라는 중대한 획을 그었던 노무현정권이지만 그 ‘공’보다는 ‘과’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점검할 때만이 집권한 후에 제대로 된 진보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논의를 출발한다.

 

우리는 이미 김대중?노무현정권 10년을 겪었다. 물론 이 시기는 보수?수구?남북대결세력이 외쳤던 것처럼 ‘잃어버린 10년’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일부 진보파처럼 김대중?노무현정권을 그저 비난만 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실천 가능한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2013년이든 2018년이든 진보?개혁?평화세력이 집권할 경우에 과거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책머리에」

이를 위해 저자는 인간 노무현의 개성과 장단점을 먼저 되새겨보고, 1990년 3당합당 당시 통일민주당 해체식에서 “이의 있습니다”를 외치는 것을 시작으로 선거운동 시기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주던 노무현이 실제 통치시기에는 왜 지지세력마저 등 돌리게 만드는 오류를 범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선거시기와 통치시기는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를 혼동하며 정치적 실책을 거듭했고, 집권 후 권력을 장악하고 통치력을 발휘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했던 노대통령과 정권 전반의 문제점은 막대한 기대 속에 화려한 출발을 알렸던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민심의 이반을 가져왔다고 본다.

 

특히 인사정책, 검찰개혁, 대(對)언론 전략, 진보파와의 관계설정 등에서는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았고, 대북송금 특검, 이라크 파병, 한미FTA에 이르러서는 명분도 실리도 없이, 민심뿐 아니라 지지세력까지 이반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노무현정권은 초기부터 좁은 인력풀을 비정상적으로 가동하는 바람에 집권을 위한 준비 부족을 드러냈고, ‘평검사와의 대화’ ‘기자와의 대화’ 등의 이벤트를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장악하지 못하고 방치한 탓에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김대중정권의 대북송금을 두고 실시된 특검에서 김대중과 호남 민심을 제 편으로 만들지도 못했고, 대미 정책에서 가장 큰 악수(惡手)였던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로 이어지기에 이르렀다. 이에 더해 대연정 제안은 노무현의 독선과 현실정치에 대한 경험 부족, 그리고 이를 보완하기에 미흡했던 참모진의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였으며, 진보언론조차도 등지게 만든 기자실 개혁 또한 여론을 중시하는 현대정치의 전략에 어긋나는 방향이었다.

 

여기서 저자는 노무현정권의 정책적 실책들을 지적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당시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어야 할지에 대한 현실적 대안들을 제시하며, 이러한 점이 이 책을 단순한 사후 평가서가 아니라 논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치평론서로 만들어주었다.

 

진보운동의 나아갈 길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를 두고 『창비주간논평』에 발표했던 「한진중공업 사태의 올바른 해법은」이라는 글에서뿐 아니라, 저자는 노동운동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인 운동방식에 대한 지적에 앞장서왔다. 그런 내용을 집약해놓은 제2부에서는 진보진영 전반의 실상을 점검하고 비판하며, 제1부의 내용만큼이나 논쟁적인 주장을 펼친다.

노무현시대를 돌이켜보면서 노정권만이 아니라 진보파에도 많은 문제점이 존재함을 확인했다. 대표적으로 대중의 삶과 정서에 대한 이해 부족, 시장의 의의와 한계에 대한 인식 미흡,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전술의 결핍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은 이명박시대의 한진중공업 사태, 신자유주의 타령, 통합진보당 사태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났다. 진보파가 거듭나지 않으면 야권이 어찌어찌해 정권을 잡더라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셈이다. ―「책머리에」

 

특히 작년 진보진영과 노동운동계를 들썩이게 했던 한진중공업 해고사태와 이어진 희망버스 운동을 분석하면서 대기업 정규직 위주의 노동운동권과 정리해고 자체를 반대하는 진보파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무엇이며, 좀더 현실적인 요구와 대안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사측과 기업주 혹은 정치권과 사회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조목조목 살핀다. 이 대목은 진보진영으로서는 매우 민감하고 논쟁적인 부분이다. 저자는 ‘정리해고 반대’라는 운동 진영 일반의 구호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보파 경제학자로 이름 높은 장하준 교수를 비롯해 김대중정권 이래로의 한국경제를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분별없이 싸잡아 비판함으로써 오히려 문제의 해결을 저해하는 ‘현실과 유리된 진보파’의 허상을 진단한다. ‘신자유주의’라는 용어 자체의 문제점이나 경제적 개혁을 위한 선결과제를 무시한 주의주장이 얼마나 사상누각 같은지 저자는 경제학자답게 심도 깊은 분석으로 보여준다. 특히 장하준 교수에 대해서는 그의 저서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수치와 통계가 사실과 다르고, 그가 한국의 재벌과 재벌개혁론에 대해 오해하고 있으며, 복지확대라는 그의 진보적인 주장과는 배치되게도 개혁의 과제에 대해서는 무시한다고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정치?문화 등 다양한 모순 중에서도 경제적 모순으로 인해 비롯된 현상을 ‘고단함, 억울함, 불안함’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요약한다. 생산과정에서의 ‘고단함’, 1차 분배과정에서의 ‘억울함’, 2차 분배과정인 복지에서의 ‘불안함’이 심각하고, 각각에 대한 체감과 해법이 다름을 제대로 분별할 것을 주문한다.

 

결국 고단함, 억울함, 불안함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 모순의 산물인 셈이다. 다만 이런 모순을 얼마만큼 심각하게 인식하고 또 어떤 데서 해법을 찾는가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차이가 ‘진보↔보수’ ‘개혁↔수구’ ‘남북한 평화협력↔남북한 긴장대결’이라는 3차원의 주요 대립전선을 만들어낸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따위의 이념 대립을 넘어서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을 우리는 자주 듣는다. 그러나 진정한 통합이란 차이에 따른 대립을 무조건 덮어버림으로써 가능한 게 아니다. (…) 서로의 대립지점과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고, 양립 가능한 대립과 해소해야 할 대립을 구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회의 대립전선을 확인하는 것은 바람직한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11장 「한국사회의 모순과 진보의 길」

 

진보개혁정권의 재탄생을 위하여

 

2012년의 양 선거 중 총선은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여당에 과반수 의석을 안겨주는 것으로 끝났다. 그로 인해 야권과 진보정치권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데다가, 연이어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종북논란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대선을 앞둔 전열은 요동치고 있다. 저자 김기원은 한국사회의 특수성과 진보의 태생적 제약성 속에서, 준비 부족으로 인해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던 김대중?노무현정권으로 대변되는 진보정치계의 개혁을 위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하고 있다. 어제와 오늘에 대한 정확한 점검과 진단 때로는 냉혹한 비판이 있을 때에야 대선승리와 희망의 2013년체제가 가능하다기 때문이다.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라는 책 제목은 결코 저자와 진보진영의 최종 목적지이거나 체념하고 말 오늘의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진정한 진보와 개혁을 위한 뼈아픈 성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단순히 현상과 결과의 표면을 지적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한국적 현실에 맞는 대안을 복지국가 모델과 교차비교해가면서 꼼꼼히 현실 정책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 책은 대선을 준비하는 진보정치권뿐 아니라, 노무현을 넘는 진짜 진보 대통령을 바라고 진보운동의 개혁을 원하는 독자 대중들에게도 유효한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노무현정권의 정치력을 돌아본다

1. 노무현은 누구인가
2. 대연정과 기자실 문제
3. 대북송금 특검, 이라크 파병, 한미FTA
4. 노무현정권의 인사정책
5. 검찰 및 언론과의 권력투쟁
6. 노무현정권과 진보파

제2부 한국의 진보는 거듭나야 한다

7. 한진중공업 사태를 돌이켜보며
8. 노동조합과의 충돌
9. 진보파의 계보를 더듬으며
10. 현실과 유리된 진보파
11. 한국사회의 모순과 진보의 길
참고문헌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기원

    1953년 부산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고 2014년 12월 지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한국 진보학계의 대표적 경제학자로 활동했다. 갑작스러운 암 판정 이후 타계 직전까지도 자신의 블로그 ‘개혁적 진보의 메아리’에 글을 올릴 정도로 정열적으로 연구와 집필, 학자로서의 실천활동에 전념했다. 진보적인 입장에 있으면서도 진보주의가 갖기 쉬운 경직성이나 도그마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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