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락

책 소개

‘20세기의 양심’ 까뮈가 노벨문학상 수상 전해인 1956년 발표한 가장 원숙기의 소설 『전락』이 창비세계문학 11권으로 출간됐다. 스웨덴의 한림원은 1957년 까뮈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며 “우리 시대의 인간 양심의 문제를 다룬 작가”라고 평가한 바 있는데, 『전락』은 이러한 의미에 꼭 들어맞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가장 찬란하고 심오한 까뮈의 마지막 소설

 

부조리와 원죄의식을 통한 인간 실존의 의미

 

 

 

까뮈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부조리’와 ‘반항’이다. ‘부조리’는 삶의 의미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고자 하는 인간의 외침과 세계의 불합리한 침묵에서 비롯된다. 까뮈는 영원과 순간, 불멸과 필멸, 무한과 유한,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모순에 맞서 인간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길은 무기력한 자살이나 종교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맞서야 한다고, ‘반항’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반항’은 부조리한 세계와 인간조건에 대한 자각과 성찰에서부터 비롯되며, 이를 통해 진정한 자유인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해준다.

 

 

 

빠리에서 명망이 높던 변호사이자 완벽한 인간이었던 끌라망스는 쎈 강 다리 위에서 젊은 여자가 투신자살하는 것을 목격하고도 아무 도움도 주지 않고 그대로 지나쳐버린 이후 ‘전락’, 즉 말 그대로 굴러떨어져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자신이 누려온 부와 명성, 뭇 사람들의 존경과 칭찬이 모두 허위와 가식으로 부푼 거품이었음을 깨닫고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자신의 모습에 직면하게 된다. 자신의 ‘원죄’를 의식한 끌라망스는 빠리를 떠나 낮고 어두운 도시 암스테르담으로 숨어들어 ‘속죄판사’(Juge pénitent)가 된다. 참회자이자 재판관인 ‘속죄판사’는 자기 자신부터 신랄한 비판을 가한 다음, 남을 심판한다. 끌라망스는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좌절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속죄판사’라는 일을 통해 제 나름의 방식으로 반항하고, 마침내 진정한 자유를 찾아 죽음마저도 의연히 받아들인다.

 

 

 

까뮈의 관심은 부조리의 해결에 있지 않다. 그의 관심은 오직 부조리에 대한 각성과 이에 맞서려는 반항 의지를 다지는 것뿐이다. 까뮈의 선택은 시시포스처럼 부질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굴러떨어지는 돌덩이를 끊임없이 들어올리는 것이다. 어떤 운명에도 굴하지 않고 싸워나가는 것, 여기에 그가 갈망하는 자유와 삶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창비세계문학’을 펴내며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을 창간한 이래 한국문학을 풍성하게 하고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담론을 주도해온 창비가 오직 좋은 책으로 독자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창비세계문학’을 출간했다. ‘창비세계문학’이 다른 시공간에서 우리와 닮은 삶을 만나게 해주고, 가보지 못한 길을 걷게 하며, 그 길 끝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를 소망한다. 또한 무한경쟁에 내몰린 젊은이와 청소년들에게 삶의 소중함과 기쁨을 일깨워주기를 바란다. 목록을 쌓아갈수록 ‘창비세계문학’이 독자들의 사랑으로 무르익고 그 감동이 세대를 넘나들며 이어진다면 더없는 보람이겠다.

목차

전락
작품해설/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휴머니스트
작가연보
발간사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알베르 까뮈

    1913년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 루이 제르맹을 만나 큰 영향을 받았으며, 알제 대학 철학과에서는 평생의 스승이 된 장 그르니에를 만난다. 폐결핵으로 교수가 될 것을 단념하고 졸업한 뒤 신문기자가 된다. 산문 『안과 겉』(1937) 『결혼』(1939)을 출간하고 1942년 문제작 『이방인』 『시시포스의 신화』를 출간하여 인간존재의 부조리성과 그에 대한 반항의식인 ‘부조리의 철학’을 표현한다. 희곡 『오해』(1944) 『칼리굴라』(1945)에서도 부조리한 인간조건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

  • 유영

    서울대에서 불어불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강사이자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사라』 『십보라』 『80일간의 세계일주』 『프랑켄슈타인』 『위고 서한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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