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끼호떼 1

책 소개

‘인류의 책’(A. 티보데)이라 불리는 고전 『돈 끼호떼』의 스페인어판 완역본 1,2권이 출간되었다. 미겔 데 세르반떼스가 1605년 “기발한 시골 양반 라 만차의 돈 끼호떼”(<i>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i>)라는 제목으로 1권을 펴낸 지 400년 만이다.

 

출간 400주년을 전후해 돈 끼호떼의 고향 까스띨야의 라 만차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렸지만, 우리나라에서 스페인어판 전권 완역본이 나온 것은 무엇보다 의미 깊은 일이다. 세르반떼스의 문체적 특성이나 유음이의어(類音異義語)를 이용한 말놀이 등 풍부한 수사법을 살린 번역본은 사실상 아직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근대 유럽어로 씌어진 최초의 소설 가운데 하나’ ‘에스빠냐어로 씌어진 최고의 소설’이라는 평을 받으며 출간 이래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전유럽어권 문호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쳐온 이 고전의 믿을 만한 우리말 번역본을 이제 갖게 된 것이다.

 

 

 

두 권으로 구성된 『돈 끼호떼』의 1권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세 기사소설에 심취한 라 만차의 시골 양반 알론소 끼하노(Alonso Quijano)가 세상의 약자를 구원하고 정의를 드높이고자 하인 산초 빤사와 함께 출정하여 겪는 모험담이다. 돈 끼호떼는 자신의 말 로신안떼(‘농사용 말’이란 뜻)를 타고 스페인 전역을 유랑하며 모험을 벌인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미친 사람으로 비친다. 그는 여인숙을 성으로 오해하고 그곳의 농사꾼 처녀들을 아름다운 공주로 착각한다. 풍차를 악의 화신인 거인으로 생각해 결투를 벌이는 유명한 장면이 등장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그는 특히 농사꾼 처녀를 자신의 사랑과 충성을 바칠 이상형 여인 ‘또보소의 둘시네아’로 명명하고 그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세상의 불의와 싸운다. 둘시네아는 그녀의 미모와 덕성으로 작품 속에서 계속해서 돈 끼호떼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지만, 실제로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은 한 군데도 없다는 것도 역설적인 대목이다. 돈 끼호떼와 산초 빤사는 가지각색의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것이 첫째 권 이야기의 끝이다.

 

둘째 권에서 두 사람은 다시 출정해 모험을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성격은 변모하기 시작한다. 단순하고 어리석은 산초 빤사는 애초에 자신의 주인이 제정신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진짜 둘시네아’는 세상 어디에도 없음을 알면서도 세상의 부를 거머쥐기 위해 모험을 계속하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그들의 고상한 의도와 달리 세상에 다소의 폐해를 끼치며 복잡하게 변화한다. 산초는 점점 더 뚜렷한 주관과 현실적 판단력을 보여주는 인물이 되는 반면, 긴 모험 끝에 귀향해 죽어가는 마지막 침상에서 돈 끼호떼는 그동안 자신의 행적이 미친 짓이었음을 고백한다. 초라한 영웅 돈 끼호떼의 죽음으로 대단원은 완성된다. 17세기를 주름잡던 기사소설의 권위를 무너뜨리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는 이 대작은 인간이 지닌 온갖 역설을 한몸에 구현한 주인공을 창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한 시대를 넘어선 불후의 고전으로 남았다. 또한 저자 스스로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아랍 작가 시데 아메떼 베넹헬리(Cide Hamete Benengeli)의 작품을 번역한 것이라는 진술을 작품 곳곳에 남김으로써 다성적 목소리를 지닌 서사라는 측면에서 많은 연구과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40여년 전 스페인 유학시절 박사논문 주제로 인연을 맺고 번역을 마음먹은 지 10년 만에 1, 2권 완역본을 펴낸 민용태 교수(고려대 서문과)는 무엇보다 ‘원문의 맛을 살리는 번역’에 초점을 맞추었다. 1. 특정판본을 번역 저본으로 하지 않고 정확한 주석으로 정평있는 마르띤 데 리께르(Mart&iacute;n de Riquer) 역주 <i>Miguel de Cervantes Saavedra: Don Quijote de la Mancha</i> (Editorial Juventud, Barcelona: 1968)를 중심으로 비센떼 가오스(Vicente Gaos) 존 제이 앨런(John Jay Allen) 아메리꼬 까스뜨로(Am&eacute;rico Castro) 등 여러 연구서를 종합해 저자의 의도에 가장 근접한 해석이 되도록 하였다. 2. 중세 소설의 특징인 긴 장제목과 원서 체제를 그대로 따르고, 원문의 오자와 원저자의 실수까지 그대로 옮긴 뒤 옮긴이 주를 달아 원서의 참맛을 느끼도록 했다. 3. 유음이의어를 비롯한 언어 유희가 많은 저자의 문체 특성과 수사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우리말에서 유사한 말들을 찾아넣고 맥락에 맞는 문장으로 옮겼다. 4. 중세 기사소설과 유럽 고전의 인용 등을 모두 찾아넣고 상세한 옮긴이주를 달았다. 5. 2권 끝에 인명·지명 해설을 따로 붙여 전체적인 이해를 도왔다.

 

 

 

『돈 끼호떼』는 시대에 따라 달리 읽혀왔다. 출간 당시 이 소설은 당대를 풍자하는 코믹소설이었지만 1789년 프랑스혁명 무렵에는 상당한 사회적 메시지-사회구조는 부당해도 개인은 정당할 수 있다-를 지닌 소설로 인기를 누렸다. 20세기에는 단지 독창적이고 위대한 메시지를 지닌 작품 정도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걸작”으로 읽힌다. 오늘 우리 독자들은 무엇을 읽을 것인가. 결국 현실을 깨닫는 이상주의자 돈 끼호떼의 최후만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이상의 그림자를 발견하기 시작하는 산초 빤사의 모습에서 현실과 이상이 공존할 수 있는 영역을 발견하는 것은 기나긴 여정을 끝내고 마지막 장을 덮는 지혜로운 독자들만이 누리는 행복일 것이다.

목차

원서 표지
감정가
오자에 관한 증명
특허장
베하르 공작에게 바치는 헌사
책머리에
『라 만차의 돈 끼호떼』에 바치는 글
1장 라 만차의 유명한 양반 돈 끼호떼의 성격과 그 수련과정에 대하여
2장 돈 끼호떼가 처음 고향을 떠날 때의 이야기
3장 가장 우스꽝스러운 돈 끼호떼의 기사 서품식 장면
4장 객줏집에서 나온 뒤 우리의 기사에게 벌어진 일들
5장 우리 기사의 불행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다
6장 신부와 이발사가 이 기발한 시골 양반의 서재를 뒤지면서 일어난 엄청나게 멋진 이야기
7장 우리의 기사 라 만차의 돈 끼호떼가 두번째로 출정한 데 대하여
8장 용감한 기사 돈 끼호떼가 풍차와 맞선 기상천외의 모험 이야기와 그밖의 재미있는 사건들에 대하여
9장 용감한 기사 라 만차의 돈 끼호떼와 늠름한 비스까야의 청년 사이에 일어난 대결투가 결판이 나다
10장 비스까야 사람과 돈 끼호떼 사이에 벌어진 다음 이야기와 양구아스 지방 패거리와의 사이에 빚어진 위험한 사건들
11장 염소치기들과 함께 있으면서 벌어진 일들에 대하여
12장 돈 끼호떼와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한 목동이 들려준 이야기
13장 목동 아가씨 마르셀라의 마지막 이야기와 다른 사건들
14장 죽은 목동의 절망에 찬 시에 대한 이야기와 뜻밖의 사건들
15장 무지막지한 양구아스들과 맞부딪쳐 수난을 당한 돈 끼호떼의 불행한 모험 이야기
16장 어떤 영주의 성이라고 생각한 객줏집에서 이 기발한 시골 양반이 겪은 이야기
17장 불행하게도 성으로 생각했던 객줏집에서 용감한 돈 끼호떼와 착한 하인 싼초 빤사가 계속해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고초에 대하여
18장 싼초 빤사가 돈 끼호떼와 나눈 이야기와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다른 모험들에 대하여
19장 싼초가 주인과 나눈 흥미진진한 이야기, 시체를 둘러싼 모험과 그밖의 유명한 사건들에 대하여
20장 용감한 라 만차의 돈 끼호떼, 이 유명한 기사가 가장 위험 없이 끝낸, 세상에서 듣도 보도 못한 모험에 대하여
21장 맘브리노 요술투구를 훌륭하게 구해낸 최대의 모험과 우리의 무적기사에게 벌어진 또다른 사건들에 대하여
22장 돈 끼호떼가 불행한 사람들, 즉 자신들의 의사와 달리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끌려가는 수많은 사람을 풀어준 이야기에 대하여
23장 그 유명한 돈 끼호떼에게 씨에라 모레나에서 닥친 사건들, 진짜 희한한 모험 이야기 중의 하나를 사실 그대로 여기 풀어놓는다
24장 씨에라 모레나 산중에서 일어난 다음 이야기
25장 씨에라 모레나 산중에서 라 만차의 용감한 기사에게 일어난 이상한 일들, 그리고 사랑을 위해 기사 아마디스의 고행을 흉내내며 고행하던 돈 끼호떼에 대하여
26장 돈 끼호떼가 씨에라 모레나 산중에서 사랑에 몸부림치며 저지른 기막힌 이야기들이 계속된다
27장 신부와 이발사가 어떻게 그들의 의도대로 성공했는지, 그리고 그밖에 이 긴 소설에서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사건들에 대하여
28장 같은 씨에라 산중에서 신부와 이발사에게 일어난 새롭고 즐거운 모험에 대하여
29장 사랑에 취한 우리 기사를 삭막한 고행에서 끌어내고자 했던 명령과 재미있는 수작에 대하여
30장 아름다운 도로떼아의 얌전한 모습과 정말 재미있는 심심풀이 이야기
31장 돈 끼호떼와 하인 싼초 빤사가 나눈 재미있는 이야기와 다른 사건들에 대하여
32장 객줏집에서 돈 끼호떼 일행에게 벌어진 사건에 대하여
33장 호기심 많은 시건방진 친구 이야기
34장 호기심 많은 시건방진 친구 이야기가 계속되다
35장 호기심 많은 시건방진 친구 이야기가 끝나다
36장 돈 끼호떼가 적포도주 포대와 벌인 이상한 피투성이 격투와 객줏집에서 벌어진 다른 희한한 사건들 이야기
37장 유명한 공주 미꼬미꼬나의 다음 이야기와 다른 재미있는 모험들에 대하여
38장 문과 무에 대해 돈 끼호떼가 벌인 신기한 담론
39장 포로가 자기의 일생과 겪은 사건들을 이야기하다
40장 포로의 이야기가 계속되다
41장 포로가 이야기를 계속하다
42장 객줏집에서 일어난 또다른 사건과 그밖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에 대하여
43장 노새 모는 소년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객줏집에서 일어난 이상한 사건들
44장 객줏집에서 소리없이 계속 벌어지는 사건들
45장 맘브리노 투구와 안장의 의혹이 마침내 밝혀지는 대목, 그리고 정말로, 진짜로 일어난 모험들을 있는 그대로 밝힌다
46장 ‘성스러운 형제단’의 멋진 모험과 우리의 선량한 기사 돈 끼호떼의 위대한 용맹성에 대하여
47장 돈 끼호떼가 마법에 걸려 끌려가는 이상한 모습과 다른 유명한 사건들
48장 법사 신부가 기사소설들의 문제와 그의 지혜로운 사물관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다
49장 싼초 빤사가 돈 끼호떼 나리와 나눈 점잖은 대화에 관하여
50장 돈 끼호떼와 법사가 벌인 점잖은 말다툼과 다른 사건들
51장 돈 끼호떼와 함께 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염소치기가 들려준 이야기
52장 돈 끼호떼가 염소치기와 벌인 싸움과 고행 수사들과의 이상한 모험, 그리고 땀 흘린 댓가로 모든 걸 잘 끝낸 이야기

수상정보
저자 소개
  • 미겔 데 세르반떼스

    1547년 9월 29일경 에스빠냐 마드리드 근교의 대학도시 알깔라 데 에나레스에서 태어났다. 1551년 가족과 함께 당시의 수도 발야돌리드로 이주했다가 1561년 새 수도 마드리드로 다시 옮겨갔다. 1569년 문법교사이자 에라스무스 전문가인 환 로뻬스 데 오요스 신부가 펴낸 책에 시 3편이 실렸는데, 이로써 거의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으나 이미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1571년 터키군에 대항한 레빤또 […]

  • 민용태

    마드리드 대학에서 석사・국가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고려대 서문과 명예교수, 에스빠냐 왕립한림원 종신위원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 『서양문학 속의 동양』 『스페인 중세・황금세기 문학』 『세계 문예사조의 이해』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돈 끼호떼』 1・2 등이 있다. 1968년 『창작과비평』 겨울호로 등단해 시집 『시간의 손』 『나무 나비 나라』 『파도가 바다에게』 등과 에스빠냐어 시집 『A cuerpo limpio』(맨몸으로) 『La lluvia tiene 11 años』(비는 11살) 『Versos del río de viento』(바람의 강 노래) 등을 펴냈다. 2002년 한국시문학상, 2016년 미하이 에미네스쿠 세계시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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