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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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은 『핑퐁』

2005년 신동엽창작상 수상작가 박민규(朴玟奎)가 3년 만에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발랄한 상상력과 세계인식으로 『핑퐁』은 『창작과비평』 연재 당시(2005년 여름~2006년 봄) 문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과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이번 장편에는 연재원고보다 100매 정도를 추가하고, 연재 당시의 흥미진진한 장면들을 더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 서사의 완결성을 높였다. 단숨에 읽게 되는 긴박하고 독특한 스토리 전개, 본문의 형식실험, 작가가 정교하게 그린 5컷의 일러스트, 가공의 작가 존 메이슨의 「방사능 낙지」 등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액자소설들은 기존의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움과 재미를 더해준다.

 

 

 

세계가 ‘깜박’한 왕따들, 인류의 운명 걸고 탁구를 치다!

주인공 ‘못’과 ‘모아이’는 존재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 왕따 중학생들로 늘 돈을 빼앗기고 구타에 시달린다. 이들의 현실은 ‘제발 죽여달라’고 기도하거나 ‘핼리혜성이 지구와 부딪쳐주기’를 바랄 뿐 저항할 힘도 없이 참담하기만 하다. 이들을 괴롭히는 ‘치수’ 패거리는 ‘완력과 폭력, 기만, 조장, 장악, 이용, 조종’에 능하고 원조교제를 사주하는 등 세상의 온갖 악(惡)의 요소를 다 갖춘 아이들이다. 이들이 다수결(多數決)로 운영되는 세계를 대표하는 2%의 인간인 것처럼 활개치는 것이다. 나머지 98%에도 들지 못하고 철저히 무시당하는 주인공들은 무기력하게 폭력에 노출된 상태이다. 기성세대와 세계는 다수에 속한 척 가장하며 허위의식과 속물근성에 물들어 폭력과 부조리를 외면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상태를 통렬하게 비꼬고 있다. 정말 세계는 잘 돌아가고 있는가, “다들 잘하고 있습니까?” 반문하며 야유하는 것이다.

심하게 얻어맞은 어느날, 주인공들은 벌판의 탁구대를 발견하면서 탁구를 치기 시작한다. 그들이 라켓을 사려고 찾은 탁구용품점 <랠리>의 주인이자 ‘탁구계의 간섭자’인 ‘세끄라탱’은 예정되어 있다는 듯 이들을 탁구계로 안내한다. 인류역사를 쭉 관전해왔다는 그에 따르면 탁구야말로 ‘원시우주의 생성원리’이자 운용체계ㆍ씨스템이고, 인류의 역사는 고비 때마다 탁구게임으로 좌지우지되어왔다. 세계대전은 함포를 이용해 탁구를 치는 것이었고, 심지어 지구가 재편된 것도 빙하기 때문이 아니라 탁구경기에서 승리한 두 마리의 이구아노돈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인류는 순전히 운이 좋아 듀스스코어를 유지하고 있다(1738345792629921:17383457926299202). 인류가 창안한 문명, 철학과 예술, 과학과 종교, 환경보존 등의 대척점에는 거의 같은 분량의 전쟁과 학살, 침략과 정복, 편견과 오만, 범죄와 폭력, 무지와 야만, 환경오염 등이 자리하고 있다. 세끄라탱은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인류의 씨스템은 이제 과부하 상태가 되었으니 지금이 바로 결판을 내야 하는 때라고 역설한다.

다수의 인류에서 소외된, 즉 ‘세계가 깜박한’ 존재들인 주인공들은 세끄라탱의 지도로 탁구에 매진한다. 이들 앞에 어느날 핼리혜성처럼 커다란 탁구공이 나타나 지구에 안착한다. 그 순백의 공간에서 탁구계의 생물체로 변한 세끄라탱의 주재로 그들의 첫 공식게임이자 지구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탁구경기가 시작된다. 인류로부터 배제된 존재들과 인류의 대표들 간의 게임. 인류의 대표는 ‘스키너 박스’에서 탁구를 배운, 다수의 인류와 마찬가지로 순전히 먹고살기 위해 씨스템에 길들여진 ‘쥐와 새’이다. 주인공들에겐 위인(偉人)을 불러 대리전을 치를 기회가 주어지는데, 불려나온 인물은 말콤 X와 라인홀트 메스너(등산가)이다. 인정투쟁에 능숙하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바 있는 이들조차도 포인트를 딸 때마다 모이를 먹을 수 있게끔 길들여져온 쥐와 새에게 패하고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주인공들이 경기에 나서고 인류의 운명을 건 탁구경기는 몇날며칠 동안 계속된다.

못과 모아이는 그간 자신의 의사표시도 못하고 발언조차도 소곤거리듯이(본문에는 나오는 작은 글자들)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탁구경기에선 리씨브를 할 때마다 ‘이것이 나의 의견’이라고 발언하며 혼신의 힘을 다한다. 소문자의 목소리를 버리고 대문자의 영역에 들어서는 순간이다. 탁구경기에서 이들의 동작 하나하나는 지난한 투쟁과 같은 것으로, ‘세계가 깜박한 존재들’의 눈물겨운 의사표시이다. 결국 못은 탁구를 치다가 기절하는데, 눈을 떠보니 ‘쥐와 새’는 과로로 죽어 있고, 탁구계는 승리자에게 주어지는 선택권을 주인공들에게 부여한다. 즉 인류를 유지할 것인가, 언인스톨(포맷)할 것인가. 그 결정에 참고하려고 모아이는 모니터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기까지 인류가 일궈온 문명을, 인류가 자행해온 폭력과 학살 등을 일별하고 두 주인공은 세끄라탱 앞에 선다. 이제 그들 앞에는 인류를 유지해야 하는지, 멸망시키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의 중대 결정이 남아 있다. 그들의 최종 선택은 무엇일까.

 

 

 

마력 같은 박민규의 흡인력

이 소설은 요약하면 왕따 학생들과 탁구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표면적 스토리 이면에는 세계의 은폐된 폭력과 부조리 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폭력 때문에 정신이 일찍 늙어버린 주인공들이 점차 세계와 ‘나’의 관계에 눈뜨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이 세계와 관계맺는 방식은 탁구의 동작과 연관되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작가는 미미한 존재와 동작 하나하나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경쾌한 어법으로, 동시에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다. 탁구공은 가볍고 작은 것에서 점차 큰 위력을 발휘하는 구체(球體)로 변해, 세계, 지구, 나아가 우주를 상징한다. 이러한 상상력은 세계 자체를 유지할 것인가 폐기할 것인가 하는 거대담론으로까지 거침없이 펼쳐진다. 작가는 세계에서 배제되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을 위로하면서 이 책을 바친다(「헌사」: ‘안심해 / 안심해도, 좋아’). 이 소설의 기발한 상상력과 풍자는 독자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한다. 텍스트를 따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의 입장에 동화되고 이 세계의 씨스템에 대해 회의하게 되며 ‘다수인 척’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전복을 꿈꾸게 된다.

작가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2003)을 통해 사회에서 탈락한 비주류 인생들의 삶을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한 연민과 따스함으로 감싸안았고, 『카스테라』(2005)에서는 비루한 현실과 황당하기까지 한 환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작품세계를 펼쳤다. 『핑퐁』은 이러한 작가 특유의 기발함과 상상력, 현실인식과 환상이 치밀한 개연성을 동반하면서 절묘하게 결합된 역작이다. 작가의 어법과 문장이 “즐겁고 부담없이 넘어가”면서도 “계속 발전하는 비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작품의 짜임새를 확보”하는 동시에 “좋은 시에서와 같은 굉장한 언어의 에너지가 있다”고(「무엇이 한국문학의 보람인가」, 『창작과비평』 2006년 봄호) 문학평론가 백낙청이 묘파했듯이, 작가는 이번 장편에서 절정에 이른 문체감각을 선보인다. 경쾌하면서도 시적인 리듬과 비유는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마력과도 같은 흡인력을 발휘해 책읽기의 참 매력을 실감하게 한다. 한국문학의 답보상태와 독서시장의 침체가 공공연하게 논의되는 지금 박민규가 들고 나온 인류재편 프로젝트 『핑퐁』은,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한국소설에 대한 숱한 우려를 잠재우며 신뢰를 회복시켜줄 것이다.

목차

뭐, 밥은 누가 사줘도 사주는 거겠지만

다들 잘하고 있습니까?

부인을, 빌려도 될까?

1738345792629921:1738345792629920

쎌러브레이션을 부를 때의 쿨 앤 더 갱처럼

좋지도 나쁘지도

9볼트

실버스프링의 핑퐁맨

인디언 써머•높을 탁(卓) 공 구(球)•강림

수고하셨습니다, 그럼요 그럼요

땡큐 땡큐

낮말도 듣지 않는 새, 밤말도 듣지 않는 쥐

다시 핑, 다시 퐁

컴온, 쎌러브레이션!

작가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박민규

    1968년생. 2003년 문학동네작가상으로 등단. 소설집 『카스테라』 『더블』, 장편소설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핑퐁』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등이 있음.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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