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생선 사나이

책 소개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예 김종은(金鍾銀)의 첫 소설집 『신선한 생선 사나이』가 출간되었다. 김종은은 장편 『서울특별시』로 “이 시대 도시적 현실을 표현하는 데 적절한 해학적 톤을 찾아냈”(김화영, 문학평론가)다는 평을 얻으며 2003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종은의 첫 소설집 『신선한 생선 사나이』에 실린 작품들은 대체로 상처받은 젊은이들의 성장소설의 궤도를 따른다. 유쾌함과 슬픔을 뒤섞은 개성있는 감수성과 자유분방한 소설적 상상력을 구사하면서 우리 시대의 젊음이 직면한 문제들의 중심을 단숨에 파고든다. 젊은이들의 꿈과 성장이라는 주제의식과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의식을 잃지 않으면서도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스팔트세대들의 현실을 빠른 속도감으로 발랄하게 연출해냈기에 무엇보다 소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2000년 등단 당시 새로운 감수성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 「프레시 피시맨」은 작가가 이후 소설에서 펼치는 소설적 이미지와 주제의식의 원형을 간직한 소설이다. 묵직한 주제를 경쾌하게 종횡무진 풀어가며 현실을 비틀어보는 서술방식이 흥미롭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강상희가 지적하듯, 이 작품은 상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독특한 액자구성방식이 돋보인다. 앞부분에 나오는 ‘소설 속 소설’ 「a fresh fish man」의 내용과 소설 내적 현실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교묘하게 연결시킴으로써 평범한 액자형식을 새롭게 변형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주인공과 친구는 고교생에서 대학신입생에 이르기까지의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사이다. 친구는 학교와 세상이 ‘생선궤짝’과 같으며 자신은 궤짝에 갇혀 썩어가는 생선과 마찬가지라고 느낀다. 냉소로 자기 상처를 덮어두던 친구는 몸도 마음도 심하게 병들어간다. 주인공은 홀로 세상을 떠나버린 친구의 뼛가루를 욕조에 뿌리며 “푸른빛” 욕실에서 “한마리 물고기처럼 꼬리를 흔들며” 사라져가는 친구의 환영을 본다. 타자와 소통하기 어려운 상처를 가진 청춘의 환멸과 좌절을 한편의 단편영화처럼 스케치해낸 작품이다.

 

이야기와 기억에 대한 질문을 날카롭게 던지면서 “자기 목소리를 가진” 작가로 김종은을 주목하게 만든 작품 「메모리」는 선택된 기억에 의해서만 형성된 자기정체성이 어떻게 굴절되는지를 보여준다. ‘나’는 불행한 과거를 안고 있다. 참치캔을 나르는 배달원으로 일하게 된 ‘나’는 어느날 갈매기 표지판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낸다. 경찰서에서 ‘나’를 취조해(‘나’의 기억의 술회를 통해) 사실을 알아내려던 형사는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나’는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병, 자폐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세계를 보통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존재와 비존재가 분별되지 않는, ‘나’의 가치전도는 세상 사람들의 이분법 경계 너머를 진술했던 이상의「날개」처럼 집요하다.(강상희, 문학평론가) 개연성과 핍진성으로 ‘나’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풀어간 작가의 솜씨가 신예답지 않은 노련함을 느끼게 한다.

 

「길」은 또하나의 ‘기억’ 연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여자와, 그녀를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는 남자는 독자를 상대로 누구의 기억이 진짜인지를 둘러싼 진실게임을 벌인다. 작품의 화자인 남자의 진술은 세세한 디테일에서는 사실과 다름없게 느껴지지만, 독자는 끝내 그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 기억의 도착과 전도에 의해 남자의 정체성은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쎄일즈맨의 하루는」에는 지하철에서 싼 물건들을 파는 일로 하루하루 생계를 잇는 쎄일즈맨들이 나온다. 중심인물은 어려운 형편 때문에 실연당한 청년 김. 쎄일즈맨들이 잇달아 물건을 도난당하여 범인을 잡으려는 이야기가 빠르게 흘러가면서 사랑하던 여인이 떠나고 아버지가 되고자 했던 꿈을 잃어버린 청년 김의 황폐한 내면이 냉정하게 그려진다. 참담한 생활 속에서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며 삶의 진실을 찾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풍부하게 이루어져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스물다섯의 그래피티」에서 스물네살인 ‘나’는 크리스마스 날 고교동창 현수의 전화를 받는다. 무심코 만난 현수의 일에 말려들어 ‘나’는 현수와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된다. 현수의 큰아버지를 실수로 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쫓기며 고속도로 휴게소를 일주일간 전전한다. 더이상 도망칠 수는 없겠다는 답답한 심정으로 마침내 다다른 곳은 겨울바닷가. 새해를 넘기며 스물다섯을 맞았던 그 순간들, 눈 내리는 바닷가의 풍경은 일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래피티(벽화, 낙서)처럼 그려진 젊음의 한 시절이 경쾌한 호흡에 실려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열두살 소년들의 이야기「미확인비행물체」, 젊음의 상징적 여행이 지니는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그리운 박중배 아저씨」도 흥미진진한 읽을거리다. 성숙과 일탈이 한쌍을 이루는 젊은이들의 성장을 다룬 이 소설들은 위악과 조숙함을 연기하면서 자기 세계를 힘겹게 깨달으며 한 시기를 통과해가는 과정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문학평론가 강상희는 『신선한 생선 사나이』의 중심에 불확실한 미래나 세상에 대한 두려움, 현실의 압박 속에서 절망하고 흔들리는 젊음의 속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물을 거스르는 물고기”와 같은 상승의 상상력을 이끄는 소재들이 인간성장의 중요한 이미지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평범하게 흘러갈 수도 있는 성장의 이야기들에 김종은은 상승의 이미지들을 결합하면서 환상과 현실, 낭만과 리얼리티가 뒤섞인 독특한 세계를 우리에게 선보인다.

 

거침없고 재기 넘치는 시선과 진지하고 당돌한 문제의식으로, 젊은이들의 성장을 경쾌한 필치로 그려낸 김종은의 이번 소설집은 기존 한국문학에서 찾아보기 어렵던 산뜻한 개성을 느끼게 한다.

목차

프레시 피시맨

쎄일즈맨의 하루는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

메모리

우주괴물 엑스트로

스물다섯의 그래피티

그리운 박중배 아저씨

미확인 비행물체

해설/강상희

작가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종은

    1974년 서울 출생. 2001년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새로운 감수성과 경쾌한 호흡으로 오늘날 젊은이들의 삶을 뛰어나게 그려내면서 개성있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작가로 주목받아왔다. 장편소설『서울특별시』, 연작소설 『첫사랑』, 소설집 『신선한 생선 사나이』 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고, 대산창작기금과 문예진흥기금사업’신진예술가지원’기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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